"월급 나와도 못 살겠더라"…회사원 1년 만에 대학로로 유턴한 '믿보배' 서정연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베테랑 배우 서정연.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으로 수많은 흥행작의 중심을 지켜온 그이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치열한 방황과 남다른 터닝포인트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서정연은 과거 연극 무대에 오르던 시절 극심한 무대공포증과 중압감에 시달렸던 기억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공연 날짜가 다가오면 너무 무서워서 안 갈 수도, 도망갈 수도 없으니 차라리 팔다리라도 부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 뒤에 도사린 거대한 부담감은 젊은 시절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결국 무대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서정연은 연극계를 잠시 떠나 평범한 일반 회사에 취직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퇴근하고 꼬박꼬박 통장에 안정적인 월급이 찍히는 직장인의 삶을 살며, 배우로서 겪었던 치열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안정을 찾아 떠났던 직장 생활은 생각만큼 그를 온전하게 채워주지 못했다. 서정연은 "아무 생각 없이 출퇴근하니 스트레스는 없었지만 재미도 없었다.
월급은 꼬박꼬박 잘 나오는데 정말 못 살겠더라"며 "나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도 못 견디는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회상했다.
안락하지만 공허했던 회사 생활은 오히려 연극과 연기에 대한 갈증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다.
결국 그는 입사 1년 만에 사표를 던지고, "설령 파산하더라도 그때까지만 후회 없이 연극을 하자"는 각오로 다시 대학로 무대로 발길을 돌렸다.
돌아온 대학로는 여전히 배고프고 치열했지만, 그의 마음가짐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서정연은 "그때의 1년이 내 인생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왜 무대에 있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라며 "가난했지만 20여 년의 무대 생활은 단 한 번도 후회되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고 전했다.

이후 대학로에서 묵묵히 내공을 다진 서정연은 2010년대 중반부터 매체 연기로 영역을 본격 확장했다. 드라마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태양의 후예', '김과장',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그 해 우리는', '사랑의 이해' 등 수많은 화제작에서 강렬한 생활 연기와 섬세한 감정선을 선보이며 믿고 보는 명품 조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안정적인 일상을 뒤로하고 스스로 가시밭길을 택해 '무대의 이유'를 증명해 낸 서정연. 1년이라는 짧은 외도가 선물한 확신은 오늘날 그를 대중이 가장 신뢰하는 연기파 배우로 만들어 낸 가장 단단한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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