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모니터] 차바이오텍, 내부자 대거 청약 참여…책임경영 강조

/사진 제공=차바이오텍, 그래픽=이승준 기자

차바이오텍이 추진한 1500억원대의 유상증자에 내부자 21명이 대거 청약했다. 이에 대해 과거 논란이 된 투자자들과의 갈등을 불식시키고 책임경영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주가희석 리스크와 자금 활용처에 대한 명확한 계획 등은 향후 차바이오텍이 풀어야할 과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부자 21명 청약 참여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5월30일 정정공시에서 총 151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이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확정했다. 1주당 발행가액은 7540원이다. 청약은 구주주를 대상으로 지난달 4~5일, 일반공모청약은 같은 달 10~11일 진행됐다. 납입일은 같은 달 13일이었고 신주는 25일에 상장됐다.

이번 유증에서 등기·비등기임원 등 내부자 21명이 청약에 참여하며 눈길을 끌었다. 최대주주인 차광렬 연구소장은 그중 최다인 58만6200주를 배정 받았으며, 최석윤 대표이사는 초과청약을 포함해 4만4501주를 확보했다. 이외에도 남수연 사장(3만3376주), 박번 사장(1만6688주) 등 미등기임원 다수가 수천~수만주 규모의 청약에 나섰다. 내부자별 청약 수량은 지난달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잇달아 공시되기도 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또 다른 주주는 케이에이치그린이다. 케이에이치그린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306만4714주를 새로 확보했다. 신주 상장 이후 케이에이치그린은 지분율이 11.53%로 상승하면서 주요주주에 올랐다. 보고의무 발생일 기준으로 차 소장에 이은 2대주주다.

통상 대규모 유상증자에서 내부자들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실권주가 발행된 후 일반공모청약에까지 참여할 경우 자금조달의 안정성과 경영진의 의지를 함께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대주주 또는 대표이사의 청약 참여 여부를 기업의 향후 전략에 대한 신뢰 지표로 삼는 경우도 있다.

조달자금 3분의1 자회사 출자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유증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청약에 나선 내부자들의 책임경영 의지를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을 두고 문제가 불거졌다. 유증으로 조달된 자금 중 3분의1을 자회사에 출자하는 데 따른 반발이다. 회사는 시설자금(143억원), 운영자금(873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500억원) 등에 조달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희석 리스크도 함께 부각됐다. 발행가액이 7540원으로 확정되며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전환가액도 동반 하향 조정됐다. 전환가격 조정은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최대주주인 차 소장의 지분율이 35.98%에서 29.74%로 낮아진 점도 주목된다. 그는 이번 유증에서 가장 많은 주식을 청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희석을 피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가 보유한 물량 중 특별관계자 지분이 일부 담보로 설정된 점도 포착됐다. 회사의 설명이 부족한 가운데 이 같은 점은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업계가 이 같은 정황에 관심을 보디는 것은 차바이오텍이 유증과 관련해 주주들과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차바이오텍의 이번 유증은 지난해 12월부터 추진됐다. 이때부터 주주들은 과도한 유증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출해왔다. 당시 회사의 자금사용처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던 주주들의 염려가 지금까지 이어진 셈이다. 결국 2500억원 규모로 시작됐던 유증은 1500억원대로 축소됐다.

명확한 집행방안 공개 요구 지적도

이번 유증을 실질적인 책임경영으로 연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는 자금 집행의 정합성과 주주 설득이 지목된다. 차바이오텍이 유증에 앞서 투자설명회 등을 열고 자금 사용 목적을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투자자를 충분히 납득시켰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향후 실적발표나 후속 IR 등에서 자금 사용 계획과 전략적 효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증이 실질적 사업성과로 이어질지도 지켜보고 있다. 유증 직후의 주가반등보다는 중장기적 실적개선과 성과 창출이 뒷받침돼야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차바이오텍의 연간실적을 보면 매출은 2023년 9540억원에서 1조45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적자 규모가 96억원에서 597억원으로 되레 늘어난 상태다. 이번에 조달된 자금이 차헬스케어 출자에 사용되는 데 대해 주주들이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유증에 앞서 설명회를 통해 사용 목적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유증은) 금감원의 심사를 거쳐 진행됐다"면서 "전환가액 조정은 계약상 의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CB는 당사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조기 상용화하기 위한 비용과 기존 사업의 확장 및 수익 극대화에 필요한 운영자금"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책임경영과 관련해서는 "임직원들이 청약에 참여한 것은 회사가 주력하는 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과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신사업 성공에 대한 확신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면서 "회사는 첨단 재생의료 치료를 실시하기 위한 임상연구를 기반으로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신속히 사업화에 나서는 한편 미국 병원 신축 병동 증설 공사를 빠르게 마무리해 근본적인 회사 가치를 올리려는 계획을 주주 및 시장과 적극 소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준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