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들어가는 목 넘김… 도수 높은 위스키가 더 맛있을까? [김지호의 위스키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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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이어져 인생이 되듯이 위스키도 첨가되는 물의 양에 따라 맛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물을 너무 타면 위스키 맛이 밍밍하게 느껴질 것이고, 물을 안 탔을 때는 술이 너무 독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똑같은 술도 그날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사람의 취향이나 입맛도 천차만별. 누구나 위스키를 마실 때 본인에게 최적화된 도수와 맛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본인에게 취사 선택권이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제품은 이 모든 것을 실현해 줍니다. 캐스크 스트렝스란 오크통의 최종 병입 단계에서 물을 첨가하지 않은 위스키입니다. 줄여서 ‘CS’라고도 부릅니다. 통상 시장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 40~46%로 병입되는 반면, 캐스크 스트렝스는 50~60%대에 형성돼 있습니다. 즉, 소비자가 직접 기호에 맞게 물로 위스키의 알코올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증류소가 소비자에게 마스터 블렌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넘겨준 셈입니다.
스카치위스키 규정상 위스키 라벨에 캐스크 스트렝스임을 표기해야 하는 의무 사항은 없지만,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조건이기 때문에 대부분 증류소가 눈에 띄는 곳에 표기하는 편입니다.
◇싱글 캐스크와 캐스크 스트렝스의 차이점
간혹 싱글 캐스크(Single Cask)와 캐스크 스트렝스의 차이를 헷갈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캐스크 스트렝스는 여러 오크통의 위스키를 섞어도 캐스크 스트렝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증류소에 있는 수백 수천개 위스키를 섞어도 최종 병입 단계에서 물만 안 타면 캐스크 스트렝스인 것입니다.
반면 싱글 캐스크는 단 하나의 오크통에서 병입된 위스키를 말합니다. 위스키를 물에 희석했는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위스키 라벨에 싱글 캐스크와 캐스크 스트렝스가 동시에 표기된 제품들은, 하나의 오크통에서 물을 타지 않고 병입된 위스키를 말합니다. 지난 화에서 소개해 드렸던 대만 위스키, 카발란의 솔리스트 비노바리크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위스키 대부분은 물을 섞어서 알코올 도수 40% 언저리로 맞춰서 상품화됩니다. 일반적으로 43, 46, 48%와 같이 알코올 도수가 소수점 없이 딱 떨어지는 제품들은 대부분 물에 희석한 제품들입니다. 캐스크 스트렝스의 경우 오크통마다 편차가 있어서 알코올 도수가 균일하지 않습니다. 물론 특별한 의도가 있거나 우연히 도수가 맞춰지는 때도 있습니다.
◇캐스크 스트렝스를 고집하는 이유
수많은 위스키 마니아가 캐스크 스트렝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짙은 풍미와 향 때문입니다. 각 증류소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제품을 찾게 되는 것이지요. 단순한 예로, 알코올 도수 40%인 위스키보다 43~48% 위스키의 맛이 훨씬 풍부하고 진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위스키의 풍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화합물은, 병입 직전 첨가되는 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오크통 내부 숙성 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맛 성분이 전혀 없는 물을 타는 순간, 위스키 맛은 희석될 뿐입니다. 즉, 물을 안 탄 상태의 위스키가 최대의 풍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라면 맛을 극대화하겠다고 물을 적게 넣고 졸이면 짠맛밖에 안 남습니다. 그렇다고 물 조절에 실패한 ‘한강 라면’도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누구나 그 중간 어딘가에 기본값이 맞춰져 있을 것입니다. 위스키도 똑같습니다. 최대의 풍미가 최고의 맛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알코올 도수 조절에서 본인에게 통제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이미 한강 물처럼 불어난 위스키를 살릴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반면 캐스크 스트렝스 제품들은 원하는 맛이 날 때까지 위스키 맛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캐스크 스트렝스 제품이 있다면 위스키 맛이 싱겁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이볼, 온더록 등 그 어떤 방법으로도 위스키가 쉽사리 생명력을 잃지 않습니다.
◇냉각 여과 유무로 발생하는 맛 차이

많은 사람은 위스키를 떠올렸을 때 투명하고 맑은 호박색 위스키를 상상할 것입니다. 증류소들은 냉각 여과(Chill Filtering) 공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러한 상상을 현실화시켜줍니다. 냉각 여과란 위스키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지방산이나 단백질 등을 걸러내는 공정입니다. 냉각 여과를 거친 위스키는 혹한의 상황에서도 깨끗하고 맑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화학적인 요소들을 제거하면 헤이즈(Haze) 현상이라 불리는 위스키의 탁해짐 현상은 사라지지만, 맛의 성분들도 빠져나갑니다. 위스키 마니아들이 냉각 여과된 위스키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극적인 맛 차이가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는 부분입니다.
반면 캐스크 스트렝스 제품들은 냉각 여과를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46%를 초과하면 헤이즈 현상이 발생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증류소들도 불필요하게 냉각 여과를 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겠지요. 한편 냉각 여과를 거치지 않은 알코올 도수 46% 이하 위스키는 물이나 얼음을 첨가했을 때 뿌옇게 변합니다. 단백질과 지방산 등이 물과 온도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미학적인 문제지 맛까지 탁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언칠 필터드(Un-Chill Filtered)라고 표현합니다. 즉 냉각 여과를 거치지 않은 비교적 순수한 상태의 위스키로 볼 수 있습니다.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때로는 선택지가 없거나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합니다. 적어도 위스키 한잔에서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모험심을 갖고 최적화된 맛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60%가 넘는 알코올 도수가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지언정 한번쯤은 경험해 보시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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