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월급 591만원 vs 중소기업 월급 286만원

이건 통계청에서 매달 발표하는 취업 통계인데 여기 보면 ‘그냥 쉬었음’으로 잡히는 이들이 있다. 전 연령대에서 늘긴 하지만 특히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인 20대 청년들의 수가 많다고 하는데 “쉬었음 청년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사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쉰다는 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가 있다. 통계 분류상으로는 아예 아무것도 안하는 경우뿐 아니라 몸이 아파서 또는 육아나 집안일이 급해서, 혹은 학교를 가거나 군대를 가야해서 등등 다양한데 20대의 경우에 가장 많은 케이스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라고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다수 연령대에선 가장 많은 경우가 몸이 아파서 쉬었다고 한 반면에 청년들의 경우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쉬었다는 응답이 많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26살 A씨는 지난해 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 아직 자신이 원하는 일이 뭔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년 A] “일단은 대학교를 졸업하긴 했어도 원하는 직무를 찾지 못해서 회사를 고민하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요즘은 다들 회사나 취준생들의 기본 스펙이 높아지고 (그래서) 지원하기가 좀 두려운 그런 경향도 있고 또 그런 걸 준비하는 데 또 걸리는 시간도 있는 것 같고요”

직장 내 괴롭힘, 수직적인 조직 문화 등으로 인해 취업이 고민된다는 얘기도 털어놨다.

[청년 A] “주변에 취업한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사수 간의 문제나 선후배 간의 사이에 트러블 같은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서 취업에 대한 두려움도 생긴 것 같아요. 나도 만약에 힘들게 취업을 했는데 회사에서 왕따를 당한다거나 아니면 부당한 일을 당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만약에 그러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일하지 않는 이들의 이유를 좀 더 깊이 보려면 비경제활동인구나 청년층만을 타깃으로 1년에 한 번 나오는 부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 보면 7월 기준 15~29세 쉬었음 인구 44만명 가운데 4분의 3인 33만명은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1년 이내 일을 그만둔 20만4000명 가운데 94%가 중소기업에 다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건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일을 아예 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일을 하면서 월급이나 조직문화 등과 관련해 여러번의 좌절을 겪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2배나 차이나는 수준인데 수가 적어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다. 킹산직으로 불리는 대기업 공고가 뜰 때마다 수천 대 1의 경쟁률이 생기는 이유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 그 틈새가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게 10%, 20% 이내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그 틈새를 뚫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실질적인 실망 실업이거나 취업 활동 외에 다른 모색을 하려고 하는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거죠.”

또 이제까지 공부, 스펙쌓기 등을 열심히 했다는 보상심리로 인해 중소기업에 가고 싶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청년 A] “완전 (취업이) 급하지 않은 이상은 나이가 많이 차지 않은 이상은 웬만하면 중소기업을 많이 안 가려고, 처음에는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공기업 아니면 기본적으로 대기업 중견까지는 먼저 넣어보더라고요.”

일부 쉬었음 청년들은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쉬었음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많다.

[청년 B] “(부모님의 지원이) 아무래도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당장에 조금이라도 받는 용돈이나 그런 생활비, 월세 등의 지원을 아예 부모님께서 안 해주신다 하면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스스로 좀 더 취업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쉬었음 청년들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임금이나 업무환경, 성과보상체계 등과 관련해 첫 직장에서 겪었던 좌절감이 오래가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채용전환형과 같은 일시적인 일이 아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그냥 당연해보이는 분석일뿐 현실성 있는 대책은 잘 보기 어렵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대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한정적이어서 강한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해야 하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대기업이 아닌 이상 혁신적인 생산모델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중간층의 기업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17년(7년 전)까지만 해도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은 20만명대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40만명대가 일반적으로 됐다.

갈수록 청년 수는 줄고 있는데 쉬었음 청년은 더 늘어나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