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 뜬공 불안' 일본은 리틀 리그의 걱정, 한국은 프로의 걱정

KBS N Sports / TIVING 중계화면

땅에 떨어진 팝 플라이

5회가 시작된다. 칼날 같은 승부다. 스코어 1-1로 팽팽하다. (12일 광주 챔피언스 필드, 두산 베어스 – KIA 타이거즈)

원정 팀이 기회를 만든다. (이유찬) 안타 – (조수행)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가 만들어진다.

다음 타자는 박찬호다. 슬쩍 1루 쪽을 보면서, 타석에 들어선다. 아니나 다를까. 득달같은 기습 번트다. 살짝 밀듯이 강하게 굴린다.

순간 내야 전체가 허를 찔렸다. 1루수가 공을 잡았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투수도, 2루수도 베이스 커버가 늦었다.

멀쩡히 뜬 눈으로 당했다. 1사 2루 → 1사 1, 3루가 된다.

이때부터다. 홈 팀 수비가 흔들거린다. 너나 할 것 없다. 왠지 쎄~한 분위기가 그라운드에 감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된다.

다음 타자 다즈 카메론 때다. 카운트 3-2에서 양현종의 체인지업(128km)에 걸렸다. 타구는 높이 뜬다. 유격수 조금 뒤쪽이다.

김규성이 자리를 잡았다. 손을 들고 콜을 한다. 자신이 잡겠다는 사인이다. 저 정도 위치면 안전하다. 3루 주자(이유찬)가 결코 들어올 수 없는 거리다.

하지만 웬걸. 공을 놓친다. 글러브를 스치며 땅에 떨어진 것이다. 패닉이 찾아온다. 그 사이에 이유찬이 홈을 밟았다.

이닝 보드의 1-1은 2-1로 바뀐다. 승부에 중요한 기울기가 생겼다. 그리고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이날의 결승점이 됐다(최종 스코어 4-2).

KBS N Sports / TIVING 중계화면

쐐기 점수도 뜬공 놓쳐서

기록상 실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안타도 아니다. 떨어진 공을 잡아 1루 주자를 (2루에서) 잡았다(포스 아웃). 그러니까 유격수 땅볼인 셈이다.

치명적인 순간이다. 벤치의 낙담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모두가 낭패한 표정이다. 마운드의 양현종도 얼굴이 굳는다.

관중석은 오죽하겠나. 탄식이 쏟아진다. 비명을 지르는 팬도 있다. 결국 다음 이닝(6회)에 유격수가 교체된다. 김규성 대신 박민이 투입된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웃지 못할 촌극은 2편이 존재한다.

바로 다음 이닝이다. 6회 수비 때도 비슷하다. 오명진의 2루타로 3점째가 올라간다.

이어진 1사 2루다. 이유찬의 타구가 또다시 높이 뜬다.

이번에는 1루수 뒤쪽이다. 아데를린 로드리게스 쪽으로 간다. 주춤주춤. 따라갈 때부터 불한감이 엄습한다. 결국 떨어트린다. 쫓아오던 우익수(나성범)도 우두커니 서서 볼 뿐이다.

그 사이 2루 주자(오명진)가 넉넉히 홈을 밟는다. 스코어는 4-1로 더 멀어진다.

하필이면 1루수의 마지막 출근날이다. 단기 알바를 끝냈다. ‘개인 사정’으로 연장 계약을 포기했다.

나름 성실한 자세는 괜찮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근무 태도다. 하지만 씁쓸한 기억을 남기게 됐다.

KBS N Sports / TIVING 중계화면

1위 팀도 지옥↔극락 왕복

비단 타이거즈 만이 아니다. 1위 팀 트윈스도 해당사항 있다. 지옥과 극락을 왕복한 팀이라는 얘기다.

지난달 24일 경기(잠실, 히어로즈 상대)다. 막판까지 패색이 짙었다. 9회 2사까지 3-4로 뒤지고 있었다. 주자도 없다.

벤치가 타임을 부른다. 대타 이재원이 등장한다. 무슨 큰 기대가 있겠나.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이리라.

초구에 손이 나간다. 타이밍이 많이 밀렸다. 타자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이재원은 얼굴을 찡그린다. 그리고 배트를 팽개친다. 타구는 높이 뜬다. 2루수 조금 뒤쪽이다.

27번째 아웃에 불이 올라가기 직전이다. 그러나 갑자기 함성이 들린다. 공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2루수(서건창), 중견수(박수종), 우익수(박주홍)까지 셋이 모였다. 이때부터 ‘눈치 게임’이다. 아마 누군가 ‘마이 볼’을 외쳤을 것이다. 그런데 함성에 묻힌 것 같다.

이때부터다. 엄청난 파도가 몰려온다. 다음 타자(홍창기)가 볼넷으로 걸어간다. 2사 1, 2루다. 여기서 박해민이 펜스를 넘긴다. 스코어 3-4가 한꺼번에 6-4로 뒤집힌다. 끝내기 3점포다.

바로 하루 전(5월 23일)이다. 이날은 트윈스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3회 수비 때다. 볼넷과 안타 2개로 1점을 잃었다. 0-2로 뒤진 채, 1사 1, 3루의 위기가 이어졌다.

다음 타자는 최주환이다. 초구에 팝 플라이를 친다. 포수와 3루수 사이에 높이 뜬 타구다. 그런데 이걸 박동원이 놓친다. 파울이 됐다. 그러나 공식 기록원은 실책으로 표기했다. 충분히 아웃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그래도 행운은 트윈스 편이다. 기사회생한 최주환은 직선 타구를 날린다. 선상을 뚫을 2루타 성이다. 하필 이게 1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잡힌다. 주자와 함께 병살, 3회가 끝나 버린다.

결국 다음 말 공격에서 홈팀은 4점을 뽑아낸다. 단번에 승부를 뒤집은 셈이다(최종 스코어 5-2, 트윈스 승리).

사진 제공 = OSEN

일본 리틀 야구의 고민

지난해 5월이다.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의 기사였다. 이런 제목이 달렸다. ‘플라이볼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한 트레이너의 인터뷰 기사다. 고시마 마코토라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일본 오릭스에서 일했고, MLB 워싱턴 냇츠(Nats, 내셔널스)에서도 연수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제시한 문제다. ‘요즘 어린 선수들이 플라이볼을 어려워한다. 잘 못 잡고, 심지어 공포증까지 느끼는 아이들이 생긴다.’

여기에 대해 독특한 진단을 내린다. “스마트폰의 영향이 크다”라는 견해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크게 일상을 지배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폰만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다. 그런 부분이 행동이나 운동 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어지는 논리다.

“그러면서 노는 방식이나 문화도 변했다. 공원이나 초등학교에 있던 놀이기구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정글짐, 미끄럼틀, 시소, 철봉 같은 것이 사라졌다.”

그래서? 그게 플라이볼과 무슨 연관이?

“그런 기구는 오르는 동작과 관련된다. 또 시선이 위를 향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내려다보는 스마트폰과는 반대의 각도가 된다.”

그의 주장은 이런 얘기다.

“어린 시절은 모든 운동 능력을 키우는 시기다. 그래서 방향성을 고르게 키워야 한다. 상하의 균형을 잃게 되면 안 된다. 플라이볼에 대한 반응도 그런 측면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 OSEN

한국은 프로가 해야 할 고민

물론 트레이너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과학적인 검증이나, 구체적인 데이터가 제시된 것도 아니다. 한국도 아닌, 일본의 문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플라이볼을 너무 못 잡는다는 점이다. 그들처럼, 우리가 말이다.

앞서 광주와 잠실의 예를 열거했다. 그건 일부일 뿐이다. 요즘은 꽤 자주 본다. 일주일에 1~2개씩은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

수비 전체로 보면 끝이 없다. 어처구니없는 실책이 속출한다. 며칠 전에는 ‘병살타가 홈런이 되는’ 희귀 영상도 탄생(?)했다.
백번 양보하자. 땅볼 에러, 송구 미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러나 뜬공이다. 그것도 내야 언저리에 높이 솟구친 플라이다.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잡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걸 떨어트린다. 그래서 결정적인 점수를 헌납한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건 이해와 용납의 영역을 넘어선다.

커뮤니티나 SNS는 허탈한 반응이다.

‘공만 뜨면 정신들을 못 차리네.’

‘열받고 짜증 난다.’

‘야구하기 싫은 거냐.’

‘스마트폰 영향’은 일본 전문가의 주장이다. 100% 동의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야 한다. 그들의 경우는 리틀 리그에 대한 걱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최고 레벨에서, 프로 리그를 보면서 그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것도 역대급 흥행을 구가하는 시대에 말이다.

사진 제공 =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