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10개 중 2개만 재활용품으로… 아직 갈 길 멀다 [심층기획 - 폐기물 7000t의 딜레마]
플라스틱 재활용 여정 따라가보니
56% vs 23%
폐기물 에너지 열적재활용률 포함 56%
겉으로 보기엔 세계적 수준 재활용률
실제 리사이클 물질 활용도는 23%뿐
폐기물의 일생
가정 배출뒤→선별장 분류→세척·분쇄
고열로 가열해 펠릿형태 물질로 재탄생
파이프 등 각종 건설·토목자재로 활용돼
물적재활용 높이려면
선별장 도착한 플라스틱에 각종 오염물
플라스틱 자원순환체계 개선하려면
최소 5년 물적흐름 분석할 DB구축해야
56%와 23%.

분명한 점은 그저 ‘쓰레기’로 버려지는 폐기물 양은 줄어야 한다는 전제이고 플라스틱 재활용 수준은 더 향상돼야 한다는 방향성이다. 하루에도 온갖 종류의 폐기물이 쏟아지지만,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은 양이 많고 최근에 더 증가세다. 최근 5년간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따지면 2016년 265만t에서 2020년 441만t으로 약 67%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한 영향도 한몫했다.
56%와 23%. 우리나라의 실제 플라스틱 재활용 수준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폐기물의 일생은 여러 단계로 나뉜다. 각 가정에서 배출한 폐기물이 수거되는 과정이 0단계라면, 선별장에서 종류별로 분류되는 과정이 1단계, 이후 세척·분쇄, 다시 원료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 다음 단계다. 그렇게 새로 태어난 플라스틱 원료로 다시 멀쩡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일, 이것이 자원순환 고리를 만드는 핵심이 된다. 각자 집에서 배출한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부터 봐야 플라스틱 폐기물이 거치는 일생을 알 수 있다.
◆선별장에서 생긴 일

플라스틱 폐기물을 전문으로 하는 선별장이지만, 입고된 폐기물을 보면 각종 폐기물이 모두 섞여 있다. 분명 ‘플라스틱 쓰레기’로 분리배출된 것만 수거했지만 80%가량의 혼합플라스틱 외에도 각종 비닐, 스티로폼, 매트리스, 잡병, 소형 가전과 휴대전화까지 수십여 가지가 섞여 들어온다. 이렇게 부수적인 품목은 물론, 물성이 아예 다른 플라스틱을 같은 종류끼리 골라내는 절차가 재활용의 시작이자 이곳에서 하는 일이다.
오산공장에 도착한 폐기물 중 일단 대형폐기물부터 제외된다. ‘대형’의 기준은 컨베이어벨트에 실을 수 있는지 여부다. 매트리스와 고무 대야, 가구, 철제 완구, 장난감 미끄럼틀 등 컨베이어벨트에 태울 수 없는 커다란 물품은 수작업으로 빼야 한다.
본격적인 분류 작업은 이제 시작된다. 컨베이어벨트가 빠르게 돌아가고 각종 플라스틱이 구르고 튕겨지며 이동해 공장 내부는 윙윙거리는 공정 소음이 온 귀를 울린다. 어둑한 공장 안에는 선명하게 밝게 빛나는 곳이 있다. 오산공장에서 사용하는 근적외선(NIR) 자동선별기다. 혼합플라스틱은 물성이 다 다른 탓에 NIR를 반사하는 고유 파장도 각각 다르다. NIR를 쏘는 자동선별기는 반사된 파장을 감지해 해당 플라스틱을 분류해낸다. 컨베이어벨트에 오른 플라스틱 중 페트를 알아보는 자동선별기를 통과할 땐 기기가 공기를 쏴 페트만 쳐낸다. PE나 PP, PS를 분류해내는 선별기를 통과할 때도 거치는 공정은 같다. 이렇게 여러 자동선별기를 순차적으로 지나면서 플라스틱은 한 종류씩 소거된다.

폐기물 처리 과정은 철저히 분업화돼 있다. 분류를 마친 폐기물은 세척·분쇄·탈수를 거쳐 작게 잘린 플라스틱 조각이 된다.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대명리싸이클링 같은 업체는 이렇게 분쇄된 플라스틱 조각을 녹여 플라스틱이 제품으로 태어나기 전 단계인 ‘펠릿’으로 돌아가게 한다.
시설 내부에 들어서면 기계 소음보다 플라스틱이 녹는 매캐한 냄새와 기계열이 먼저 느껴진다. 이곳을 방문한 지난 7일 오전 기온은 6도 수준이었지만 공장 안은 훈훈했다.
일단 탈수 상태로 받은 플라스틱 조각을 확실하게 건조하는 과정부터 필요하다. 건조기에 연결된 관을 통과하며 230∼240도의 고열에 녹은 플라스틱은 마지막에 국수 뽑히듯 가느다랗게 녹아 나온다. 국수를 삶으면 찬물에 식힌 뒤 짧게 잘라 먹듯이, 냉각과 절단으로 끝에 만들어지는 작은 조각이 펠릿이다. 펠릿은 다음 업체로 옮겨져 각종 자재를 옮길 때 사용하는 팰릿(팔레트), 전선보호관, 파이프, 이외 각종 건설·토목 자재로 쓰인다.

선별장에서 잘 분류돼 분쇄까지 끝난 플라스틱 폐기물은 이물질과 수분을 걸러내면 거의 재생원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그러나 이에 앞서 선별장에 도착한 재활용 폐기물 중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분류되는 폐기물 비율은 높아야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오산공장으로 수거된 플라스틱 폐기물에는 금속, 종이, 폐배터리, 완구, 냄비까지 다양한 종류가 뒤섞여 있었다. 여기서 자동선별기를 통해 분류해내는 재활용용 플라스틱은 60% 정도다. 나머지 유가성이 있는 캔, 유리 등을 합하면 70∼80%가 재활용 폐기물로 분류된다. 20∼30%는 오염, 훼손 등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진짜 쓰레기’다. 그나마 오산공장은 기계 하나에 3억원 정도인 자동선별기를 9대 장만해 이 정도다.
규모가 영세하고 시설이 열악한 선별장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플라스틱을 분류해야 한다.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컨베이어벨트에서 플라스틱을 건져내다 보면, 속도는 떨어지고 정확도는 낮아진다. 김효승 오산공장 공장장이 “절대 우리의 선별률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별장에 따라 선별률은 30%까지 내려갈 수 있다.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KEI) 연구위원은 “열적 재활용이 재활용 범위에 들어가는 자체가 형식적으로 틀리진 않았으나 외국은 폐기물을 에너지화한 것을 재활용으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재활용 범위가 넓다보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재활용률이 가장 높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승희 경기대 교수(환경에너지공학)는 “유럽은 재활용률과 재생률을 구분하는데, 재활용률은 우리가 따지는 물질 재활용, 재생률은 열적 재활용을 포함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재활용률 분모에 놓는 폐기물 발생량 역시 정확한 값이 아니다. 우리나라 폐기물 발생량이 얼마인지는 엄밀히 따져 “모른다”가 답이다. 폐기물 처리 시설로 반입돼 계측된 처리량이 곧 발생량이라고 친다. 이 때문에 고물상 등으로 들어간 폐기물이 끝내 처리 시설로 유입되지 않으면 이런 폐기물은 우리가 아는 공식 통계의 ‘발생량’에서 빠진다.
매일 플라스틱 폐기물은 쏟아지지만 가전제품, 휴대전화, 건축 자재 등 제품 내부에 쓰여 제대로 분리 배출되지 않았거나 종량제 봉투에 섞여 들어가 폐기물 업체에서 확인하지 못하고 소각·매립되는 양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으로 잡히지 않는다. 결국 우리나라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은 분모에는 최소한을, 분자에는 최대한을 담아 커보이게끔 만들어진 셈이다.
정확한 재활용률을 파악하고 플라스틱 자원순환 체계를 개선하려면 먼저 물질 흐름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플라스틱 생산량, 사용량, 수명 주기 등 여러 가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최소 5년은 그 안에서 재활용량을 연구하고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며 “음료, 식품, 가구·가전 등 내구재와 이불, 의류 등 준내구재까지 모두 플라스틱인 만큼, 각 종류의 플라스틱 흐름을 잘 분석한 자료가 확보돼야 이 다음에 재활용률을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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