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겨울, 펩의 리빌딩은 시작됐다. 목표는 퍼거슨 그 이상

왕조 건설은 어렵다. 치열한 경쟁에서 성과를 일궈내야 한다. 단순하게 한 번 우승은 왕조 건설이라 할 수 없다. 최소 리그 3연패, 아니면 10년 가운데 5~6번 이상 우승해야 진정한 왕조라 할 수 있다.

왕조를 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 수성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각 팀마다의 황금 세대를 앞세워 왕조 건설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왕조를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대표적인 왕조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대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아르센 벵거 감독 시대의 아스널,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시대의 첼시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차이가 있다. 퍼거슨 감독 시대의 맨유는 명실상부 최강 왕조였다. 다른 왕조들을 압도한다. 1986년 맨유를 맡은 퍼거슨 감독은 2013년까지 27년간 팀을 이끌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FA컵 우승 5회, 리그컵 우승 4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공식 대회 우승만 38회에 이른다. 매년 우승컵은 1개 이상씩을 들어올렸다. 다른 왕조들이 군소 왕조로 보일만큼 잉글랜드 축구계 최고 패권 왕조를 이룩했다.

핵심은 리빌딩이었다. 모든 팀이 그렇지만 맨유도 '업 앤 다운'이 있었다. 선수들은 노쇠화되고, 상대들은 더욱 거센 도전에 나선다.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면 도태될 수 밖에 없었다. 퍼거슨 감독은 주요한 순간마다 리빌딩으로 팀을 바꿨다.

1986년 부임 후 1993년까지 퍼거슨 감독은 기존 나태해진 기득권 선수들을 다 내쫓았다. 대신 에릭 칸토나, 스티브 브루스, 폴 인스, 마크 휴즈 등을 데려왔다. 기존 핵심이었던 브라이언 롭슨에 버무렸다.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데비이브 베컴 등 클래스 오브 92 육성의 초석을 닦았다. 그 결과 1990년 FA컵 우승, 1992년 리그컵 우승, 1992~1993시즌 리그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2차 리빌딩은 1994년부터 1999년까지였다. 1990년대 데려온 칸토나, 휴즈 등이 급속하게 노쇠화됐다. 베컵, 스콜스, 긱스 등 '클래스 오브 92'라는 유스 출신 선수들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다. 여기에 로이 킨, 앤디 콜, 드와이트 요크, 야프 스탐 등을 데려오며 팀 전력을 극대화했다. 1998~1999시즌 트레블을 달성했다.

퍼거슨 감독은 여전히 배가 고팠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되자 3차 리빌딩에 돌입했다. 1999년 트레블 이후 베컴, 스탐, 킨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졌다. 퍼거슨 감독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판 니스텔루이, 호날두, 웨인 루니, 마이클 캐릭, 리오 퍼디낸드 등을 빠르게 영입했다. 젊은 팀을 꾸리면서 팀 정상에 복귀했다.

4차 리빌딩은 2006년부터 시작했다. 첼시가 등장했다. 러시아 자본을 앞세운 첼시는 2004~2005시즌, 2005~2006시즌 연속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퍼거슨 감독은 다시 리빌딩했다. 박지성, 네마냐 비디치, 파티르스 에브라, 카를로스 테베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영입했다. 호날두를 극대화했다. 루니와 함께 최고의 공격진을 구성했다. 그 결과 4차 리빌딩 맨유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프리미어리그 3연패와 2008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3년 퍼거슨 감독 은퇴 후 프리미어리그는 춘추 전국 시대에 돌입했다. 몇몇 구단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최후의 승리자는 맨체스터 시티였다. 카타르 자본을 앞세운 맨시티는 2016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하며 맨시티 왕조를 열었다.

펩 감독 아래의 맨시티. 이른바 '펩 시티'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프리미어리그 6회 우승을 일궈냈다. 더욱이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 4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금자탑을 세웠다. FA컵 2회 우승, 리그컵 4회 우승, 유럽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 등 18회 우승을 차지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FC바르셀로나 시절(2008~2012년)에도 공식 대회 14회 우승, 바이에른 뮌헨(2013~2016년) 시절에도 7회 우승 등 우승 청부사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맨시티에 들어서 가장 오래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펩 시티'는 올 시즌 위기에 봉착했다. 트레블의 주역이었던 케빈 더 브라이너, 베르나르두 실바, 카일 워커 등이 30대가 넘어서면서 노쇠화가 시작됐다. 부상도 잦아졌다. 경기력도 저하됐다. 리그 4위로 떨어지며 리그 우승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 조차 오르지 못했다. 리그컵도 일찌감치 탈락했다. FA컵만 남아있다. 16강에 올랐다. 우승을 위한 마지막 기회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변화를 모색했다. 과감하게 리빌딩을 선언했다. 2025년 1월 겨울 이적 시장이 리빌딩의 신호탄이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맨시티는 사비뉴와 귄도안만을 데려왔다. 귄도안은 사실상 복귀였다. 결국 사비뉴 영입만 했을 뿐이었다. 내보낸 선수도 많지 않았다. 세르지오 고메스, 훌리안 알바레스, 주앙 칸셀루만 팀에서 내보냈다.

타성에 젖어서 생각했고, 관성에 이끌려 하던대로 행동했다. 그 결과가 위에서 말한 참패 수준의 성적이었다.

겨울 이적 시장 맨시티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1월 17일 얼링 홀란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2034년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했다. 이후 압두코디르 후사노프, 비토르 헤이스, 오마르 마르무시, 니코 곤살레스를 데려왔다. 김민재 유형의 우즈벡 특급 후사노프는 영입 이후 꾸준히 팀의 센터백으로 나서고 있다. 마르무시는 스트라이커와 2선 자원으로 팀 공격력 강화라는 목적에 딱 걸맞는 영입이다.

가장 중요한 영입은 니코 곤살레스였다. FC포르투에서 데려온 니코는 허리에서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로드리를 대체할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표 리빌딩은 아직 한계가 있다. 팀 전체의 철학 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퍼거슨 감독의 경우 27년간 팀을 이끌며 세계 축구의 흐름에 따라 팀 철학을 달리해왔다. 이는 퍼거슨 감독 자체가 탁월한 전술가라기 보다는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극대화하는 보스형 지도자였기 때문이었다. 전술적 흐름은 수석 코치에게 맡겼다. 자신이 못하는 부분은 전문가의 조언을 들은 것이었다.

반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술가형' 감독에 더욱 큰 무게 중심을 찌고 싶어한다. 감독 자신이 전술적인 능력이 좋으며 다양한 변화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점유율 극대화와 티키타카'라는 자신 본연의 색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때문에 종종 '오버 싱킹(장고)'를 하며 악수를 두는 경우도 있다. 다른 스태프들의 시각에서 오는 평가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다양한 전술적 변주에는 능하지만 자신의 판을 아예 바꾸는 변화에는 인색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퍼거슨 시대의 맨유보다 왕조 수성이 쉽지 앟은 이유이다.

또 하나의 리빌딩 한계는 유망주 육성의 한계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하다. 유망주를 키워서 데려오는 것보다는 최고의 선수, 혹은 최고에 가까운 선수를 데려와서 자신의 퍼즐에 맞추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필 포든이라는 성공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콜 마머라는 '펩 감독 입장에서는' 실패 사례도 존재한다.

유망주 육성의 한계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해결해야할 숙제이다. 더욱이 최근 유럽 축구는 '컴페터티브 밸런스(competitive balance, 경쟁 균형)' 확보를 위해 여러가지 제도들을 도입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FFP(Financial Fair Play) 나 EPL의 PSR(Profit & Sustainability Rules)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유망주 육성이다. 퍼거슨 감독도 클래스오브 92를 통해 리빌딩에 성공한 바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최고 왕조 수성을 꿈꾼다. 퍼거슨 감독을 넘어서고 싶어한다. 그 신호탄으로 이번 겨울 이적 시장부터 시작한 과르디올라표 리빌딩. 과연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까.

펩의 도전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