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모스는 왜...자기 가슴을 본딴 샴페인 잔을 만들었을까
이철형 / 와인소풍 대표
[생생 와인] 상황에 따라 알맞게 잔을 선택하는 것도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는 '묘미'
오늘은 우리가 다 아는 것 같지만 의외로 잘 모르는 샴페인 잔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스파클링 와인잔은 스틸 와인잔과 다르다는 것은 와인을 마셔 본 사람은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잔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숨겨진 에피소드까지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 것이다.
우선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것은 스파클링 잔은 플루트(Flute)형이다.
경사가 약간 있으면서 가늘고 긴 피리 같은 형태라서 플루트 형이라 부른다. 폭이 가는 대신에 스틸 와인 잔보다 높이가 상당히 높다.
가늘다는 것은 입구 직경이 스틸 와인 잔에 비해 좁다는 것이고 이것은 거품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잔이 길면 잔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거품바라보며 즐길 수도 있다.
다음은 튤립(Tulip)형이다. 이것은 높이는 플루트형과 유사하나 차이점은 볼부분이 좀더 넓어졌다가 입구로 갈수록 가벼운 경사를 이루며 좁아지는 형태다. 말 그대로 튤립꽃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볼 부분을 넓게 한 것은 공기와의 접촉점을 넓혀서 스파클링 와인의 향을 즐기게 하기 위함이다. 긴 잔 입구로 갈수록 좁아지게 한 것은 향을 모아주면서 거품을 오래 즐길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따라서 아로마를 즐기려면 이 튤립 형태의 잔에 따라 마시면 좋다.
세번째는 쿠페(Coupe)형이다.이것은 잔 깊이가 아주 얕고 대신 입구는 넓은 형태이다. 스틸 와인 잔의 볼 부분을 1/4~1/5 정도만 남기고 윗부분을 잘라냈다고 보면 될까?
역사적으로는 가장 오래된 형태이면서 20세기 초반에 특히 유행했던 잔으로 요즈음은 별로 인기가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아주 특별한 파티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인기가 없는 이유는 거품이 빨리 달아나고 따라서 향도 오래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때로 격식있는 빈티지 스타일의 특별한 파티 등에서 사용되기도 하는데 보기에는 좋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행사장에서 여러 개의 이 잔에 샴페인이 따라져서 놓여져 있는 상태를 보면 황금 벌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특히나 피라미드형태로 잔을 쌓아 올려서 위에서부터 샴페인을 부어서 아래잔까지 작은 여러 개의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게 해서 채우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즐겁다. 시원하고 마치 샴페인으로 샤워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잔에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이 잔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여인들의 가슴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 모델로 가장 오래된 여인은 트로이 전쟁을 유발한 여인 헬레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다음으로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잔의 본을 제공한 주인공은 루이 16세의 부인 마리 앙뜨와네트(Marie Antoinette)이다. 이밖에 루이 15세의 정부 마담 드 퐁파두르와 또다른 정부 마담 두 배리, 나폴레옹(1769~1821)의 여인 조세핀(Joséphine de Beauharnais)까지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궁금증은 그럼 어느 쪽 가슴이 모델이었을까 이다. 아니면 둘 다였을까? 숙제로 남겨둔다. 힌트는 신기하게도 얼짱 각도와 유사한 쪽이다.
그리고 아예 자신의 왼쪽 가슴을 본떠서 잔을 만들어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데 사용하거나 특별히 판매하는 이도 있다. 주인공은 바로 유명 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이다. 스스로를 마리 앙뜨와네트나 헬레네의 반열에 올려놓은 셈이다.
자 그럼 이 세가지 밖에 없을까? 기본이 있으면 변형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우선 첫 변형은 스템과 베이스(잔 받침)가 없는 스템 리스(Stemless) 잔이다.
이것은 스탠드 파티형에는 맞지 않겠으나 식탁에 않아서 마실 때는 나쁘지 않고 잡기 편해서 좋다. 특히나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야외에 들고 다니기도 편하다.
다음으로 유니버설 잔도 있다. 이것은 올라운드 플레이어 잔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잔 하나로 스파클링부터 화이트, 레드 와인까지 다 마실 수 있도록 설계된 잔이다.
만찬 공간이 좁거나 하나로 여러 종류의 와인을 다 맛보고자 할 경우 편리하다. 다만 거품이 오래도록 길게 올라오는 것을 지켜 보기에는 한계가 있고 향이 빨리 날아가 버리는 것이 단점이다.
향이 풍성한 빈티지 샴페인이나 아주 고급 명품 샴페인은 오히려 화이트 잔이나 레드 잔에 따라서 즐기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잔을 맞게 선택하여 즐기는 것도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는 또 다른 하나의 묘미라면 묘미다. 자 그럼 유난히 무더운 2024 여름의 끝자락에서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