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려대 총장 "AI 못 쓰게 하는 게 커닝 해법? 뭐라고 물었나 제출하게 해야"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 2명 석좌교수 임용
세계 석학 수백 명 조사해 40~50명 접촉
"돈 많이 썼냐고? '난제 해결하자' 설득"
"AI 부작용 우려해 제한하면 대학만 소외"
"기부할 자산가 만날 때 돈 얘기 절대 안해"

"노벨상 수상자를 석좌교수로 모셨다고 하면 '고려대가 돈을 엄청 쏟아부었나보다' 생각할 수 있죠. 그렇지 않아요. 이분들은 '인류의 난제 해결에 공헌할 만한 연구를 할 환경이 되는가'를 먼저 보고 행보를 정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지난 1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올해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인 오마르 야기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와 스스무 기타가와 일본 교토대 교수를 고대 KU-KIST 융합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한 과정을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두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라는 새로운 분자 구조를 만들었는데 이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 등을 가능케 하는 해결책으로 평가받는다. 세계적으로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거액을 안겨야 석학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돈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다.
김 총장은 "노벨상 수상이 결정되기 전 이미 두 교수로부터 임용 수락을 받았다"면서 "노벨상 수상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연구 성취를 이룬 학자 40~50명과 꾸준히 접촉한 결과"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유대근 사회정책부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011220005915)
"노벨상 수상자급 석학 40~50명 꾸준히 접촉"
-노벨상 수상자를 석좌교수로 임용하겠다고 구상한 계기와 섭외 과정은.
"총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크림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40년까지 고려대 교우·교수 중 3명 이상의 노벨상·필즈상·튜링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하는 국제 협력 연구 사업이다. 1년 전부터 인류 난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심하다가, 공학·경제학·수학·물리학·컴퓨터학 등 여러 분야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분들을 학교로 모실 생각으로 수백 명가량을 조사했다.
섭외 후보를 추릴 때는 단순히 (전공 교수 등으로부터) 추천만 받기보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했다. 예를 들면 자연과학 분야는 10만 건 이상, 인문 분야는 1만 건 이상씩 논문이 인용되면 해당 분야에서 주요한 학자라는 걸 알 수 있기에 논문 인용 빈도를 섭외 지표 중 하나로 삼았다. 그렇게 추려낸 석학 중 40~50명과 꾸준히 접촉했다. 연구 성취 수준만 보면 노벨상 수상에 버금가거나 더한 실적을 남긴 분들이다. 굉장히 많은 이메일이 오갔고, 화상 채팅으로 얼굴을 맞댈 때도 있었다.
노벨상을 수상한 두 교수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섭외했다. 이미 이메일을 통해 석좌교수 수락 의사를 전해왔을 무렵 노벨상 수상 발표가 났다. 굉장히 큰 경사라고 생각했다."
-세계적인 학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노벨상 수상자를 석좌교수로 임용했다고 하면 흔히 '고려대가 돈을 엄청 쏟아부었나보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분들은 '이 대학에서 얼마나 인류에 공헌할 만한 연구를 할 수 있느냐'에 비중을 두고 행보를 정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류가 마주한 큰 문제들을 한국 대학이 해결하려 하니 도와 달라'고 했고, 취지에 공감했다. 보수 같은 조건은 그다음이었다.
두 학자는 내년부터 거점인 미국·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고려대에서 연구와 특강을 하게 된다.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외국 학자들에게 우리나라에 정주할 것을 권하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도 임용이 성사·지속되기 어렵다. 요즘은 온라인 환경이 잘 돼 있어서 꼭 이곳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
고려대는 이미 여러 노벨상 수상자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개교 12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석학 초청 행사인 '넥스트 인텔리전스 포럼'에 수상자를 초빙해 특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야기 교수도 내년 4월 포럼에서 특강을 통해 학생들에게 화학 연구의 가치를 전할 예정이다. 야기·스스무 교수는 앞으로 고려대 융합대학원의 연구 주제를 제안하고, 프로젝트를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인문관 건물 새로 짓는 이유 "설득, 소통은 인간이 주도권"
-최근 심각했던 대학가 'AI 커닝' 사태는 어떻게 보나.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AI를 활용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이 AI로 커닝한다고 이를 못 쓰도록 제한한다면 오히려 대학이 사회에서 소외될 거라고 본다. '각 대학들이 AI 커닝을 막기 위해 제재 방안을 내놨다'고 소개한 기사에 '이래서 대학이 망하는 거다'라는 댓글이 달린 걸 봤는데 공감했다. 고려대도 이번 기말고사 때는 커닝 방지를 위해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땐 AI를 교육 현장에 더 적극적으로 들여와 쓰게 해야 한다고 본다.
학생을 평가할 때도 AI 사용을 금지할 게 아니라 잘 활용하도록 도와야 한다. 예컨대 과제를 낼 때 '주어진 기간 동안 생성형 AI도 활용해 최선의 답을 찾되 어떤 프롬프트(생성형 AI에 입력한 명령과 질문)를 썼는지 싹 긁어서 함께 제출하라'고 출제하는 거다. 논제를 잘 공부하면서 AI에 집요하게 질문한 학생들은 양질의 답을 내놓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AI에 한두 번 묻다가 그칠 테니 답변 수준의 차이가 날 것이다."
-AI 시대에 걸맞은 대학 발전 계획도 있나.
"우선 한 축은 'AI 대혁신'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학교 캠퍼스의 교육·연구·행정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할 예정이다. 학부 수업이나 연구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하도록 교수 대상 워크숍을 진행하고 학교 행정 인력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할 계획이다. AI 혁신 위원회도 만들 건데 총장인 내가 직접 위원장을 맡을 생각이다. 200명쯤 되는 학교의 AI 관련 연구자를 한데 모을 AI 연구소도 새로 만들어 연구 지원을 하려 한다.
AI 못지않게 인간 지능(HI)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설득, 소통, 리더십 같은 영역은 인간이 계속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우리 대학은 최근 인문관 건물을 새로 짓고 있는데 인문사회 분야가 위축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인문대학을 새로 짓는 대학이 많지 않다. 인문관 건립 기부금을 준 분들 중에는 관련 전공자가 아닌 분들도 있다. 대학이 기술 발전만 좇다 보면 기업과 차이가 없어질 테니 (인문관 건립은) 한 인간을 육성하는 학교라는 장소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부자들도 그런 취지에 공감했다."
고려대는 개교 120주년 슬로건으로 '넥스트 인텔리전스'를 내걸고, AI와 HI가 융합된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류가 당면할 미래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술 발전에만 치우칠 게 아니라 인간적 소통 역량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는 취지다.

-대학 재정난을 완화한 방법이 있나.
"총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기부금을 끌어오는 것이다. 한 번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총장과 대화하다가 '기부금과 관련한 활동에 30% 정도를 투자한다'고 말하니 '너무 적다. 우리는 60%는 투자한다'고 하더라. 미국은 이미 (기부금으로 재원 상당 비율을 마련하는 식으로) 그렇게 해 온 지 오래 됐고, 우리도 그 길로 가야 한다.
특히 사립대는 등록금 재원에만 의지해 학교를 운영하기 굉장히 어렵다. 취임 후 1년에 기부금을 1,000억 원씩은 받았는데 그 정도는 돼야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건물도 새로 지을 수 있다. 개교 120주년과 맞물리면서 운이 좋았다."
-기부자를 설득할 때 비결이 있나.
"기부할 자산가들을 만날 땐 돈 얘기를 절대, 끝까지 하지 않는다. 대신 자산가들이 저마다 가진 삶의 숙원을 알고 미리 공부해 둔다. 예컨대 누군가가 '가족이 암 투병으로 고생해 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보고 '대학이 관련 연구를 통해 그 숙원을 풀겠다'고 약속한다."
앞서 김 총장은 취임 2년 반 만에 기부금을 약 3,000억 원 모았다. 같은 기간 국내 단일 대학의 모금액 중 가장 많다. 취임하며 "사립대가 살아남을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한 것을 일정 부분 지킨 셈이다.
"총장인 나도 대입 전형 다 기억 못할 지경"
-총장으로 대입을 치러보니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나.
"대입 제도가 끊임없이 복잡해지다보니 총장인 저도 전형을 다 기억 못할 지경이 됐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옛날처럼 수능은 자격 고사 수준으로 두고, 대학별 본고사를 치르는 거라고 본다. 현행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하는 시험이라는 점이다. 이 방식으로는 아인슈타인이나 뉴턴 같이 특정 분야의 천재형 인재가 나오기 어렵다.
또 대학마다 추구하는 인재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대입 제도에 따라) 국가가 인재를 뽑아주는 식이니, 대학이 직접 재목을 뽑아 인재로 육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금보다는 대학에 자율권이 많이 주어져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과제는.
"AI 혁신이 가장 큰 과제이고 그에 맞는 글로벌 교육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해야 한다. 임기 초에 고려대를 '퀀텀점프'시키겠다고 했었는데 미흡하게나마 기반이 다져진 것 같다. 이제야말로 점프를 해야 할 때인 만큼, 2040년까지 세계 20위권 대학 진입을 향해 노력하겠다."
인터뷰=유대근 사회정책부장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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