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국 가겠어요?"... 조지아 파견 난항에 당황한 미국

미국 땅에서 멀쩡히 일하던 한국인 직원들이 갑자기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한미 양국이 합의를 이뤄내고 직원들도 복귀를 시작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합니다.

"누가 미국에 가겠냐"는 목소리가 협력사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급기야 일부 업체에서는 사다리게임으로 파견자를 정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그토록 원하던 배터리 공장 건설, 정작 사람을 구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는 것이죠.

한 달간의 공가 끝에 복귀했지만


지난 10월 13일,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사 직원들이 한 달간의 유급휴무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조지아주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이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쉬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봤죠.

회사는 이날부터 미국 현장 복귀를 위한 인력 모집에 나섰고, 일부 인력은 이미 현지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복귀 인원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로 돌아온 직원 중 희망자를 중심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그 '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함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곧 현장으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누가 가겠어요" 서로 눈치만 보는 협력사들


더 큰 문제는 협력사들입니다. 경남 창원의 한 LG그룹 협력사에서는 미국 출장 지원자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아 '사다리게임'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조지아 사태 이후 미국에 가겠다는 사람이 없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현장의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사다리게임으로 파견자를 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반강제적 방식입니다.

누구도 자발적으로 손을 들지 않으니, 결국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죠.

멀쩡히 일하다가 구금되는 광경을 목격한 직원들에게 "다시 가라"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족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한미 합의에도 불구하고 남은 불안감


한미 양국은 지난달 말 비자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단기 상용 비자(B-1)와 전자여행허가(ESTA) 소지자의 공장 장비 설치를 허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합의문 하나로 트라우마가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죠.

단속 사태의 심리적 여파는 생각보다 깊습니다. 직원들은 "언제 또 단속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지 근로자들의 외국 기업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미국이 자국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보호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한국 기업 직원들이 또다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자리 잡은 것입니다.

숙련 인력 없이는 공장도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결국 미국입니다.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은 미국이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프로젝트입니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 숙련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면 설비 최적화가 늦어지고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죠.

업계는 공장 가동 시점이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배터리 제조는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현지에서 단기간에 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결국 한국에서 경험 많은 기술자들을 데려와야 하는데, 정작 그들이 가길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딜레마, 자충수가 된 단속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불법 체류자나 불법 노동자를 단속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합법적으로 입국해 단기 상용 목적으로 일하던 직원들까지 구금한 것은 명백한 과잉 대응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은 예측 불가능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이는 곧 인력 파견 기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 정부와 조지아주는 이제 난처한 입장에 처했습니다.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자랑했지만, 정작 공장 건설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됐죠.

단속 한 번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이는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전략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신뢰 회복이 관건,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신뢰입니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미국이 아무리 "이제 괜찮다"고 말해도, 직원들과 협력사들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사다리게임으로 파견자를 정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현장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정부는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안전을 보장해야 합니다.

단순히 합의문을 발표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하고, 그것이 눈에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안 간다"고 고개를 젓는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조지아주 공장 건설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원하는 배터리 공장, 정작 사람이 없어 멈춰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