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광란, 첫판부터 반란

“3초, 2초, 1초. 드디어 끝났습니다. 드디어…. 네브래스카가 NCAA 토너먼트 역사상 첫 승리를 거뒀습니다!”
경기 종료가 다가오자 안절부절못하던 77세 베테랑 아나운서 켄트 파벨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코트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금세 붉어졌고, 펜을 쥔 손은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파벨카의 모교이자 그가 52년간 중계해온 대학 농구팀 네브래스카대는 20일(한국 시각) 오클라호마시티 페이컴 센터에서 트로이대를 76대47로 꺾고 NCAA(전미 대학스포츠협회) 남자 농구 토너먼트 본선 사상 첫승을 기록했다. 1986년 첫 출전 이후 9차례 도전 끝에 처음 따낸 값진 승리였다.
네브래스카대가 있는 링컨에서 6~7시간씩 차를 타고 몰려온 1만여 팬들이 “고, 빅레드”를 연호하는 가운데, 네브래스카대 선수인 링크 마스트가 파벨카를 뜨겁게 안아줬다. 파벨카는 “지난 50년간 이 순간 어떤 기분이 들지 늘 궁금했다”고 감격해 했다. ‘3월의 광란’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1라운드 첫날의 대표적 명장면이었다.
미국 전역을 들끓게 한다고 해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 불리는 NCAA 토너먼트 남자 1라운드 경기가 20일 막을 올렸다. 1939년 시작한 NCAA 토너먼트는 미국 대학 1부 농구팀 가운데 68팀만 출전하는 최고 권위의 농구 대회다. NBA(미 프로농구) 팀이 30개인 것과 달리 전국에 분산된 대학 팀이 출전하는 만큼 연고 의식이 강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쏠린다. 매년 미국 인구의 약 5분의 1 정도인 7000만~8000만명이 68강 전체 승리 팀을 예측하는 ‘브래킷 챌린지(대진표 맞히기)’에 도전할 정도다. ‘농구광’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빠지지 않는 참가자다.

약 3주간 이어지는 ‘3월의 광란’은 NFL(미 프로풋볼) 챔피언 결정전인 수퍼볼 다음으로 미국에서 규모가 큰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경기가 중립 지역에서 치러지는데도 지난해 대회 총관중은 70만명을 넘었고, 평균 관중은 2만명에 육박했다. 중계권료는 나날이 올라 지난해 2032년까지 8년간 총액 88억달러(약 13조 1560억원)의 초대형 계약이 새로 체결됐다.
대회는 첫 경기부터 결승까지 모두 단판으로 치러진다. 먼저 랭킹 하위 팀 등 8팀이 ‘퍼스트 4’ 게임을 치러 4팀을 가리고, 이들까지 합류한 후부턴 64강 토너먼트가 진행된다. 4개 지역별로 1번 시드는 16번 시드, 2번 시드는 15번 시드와 경기를 치르는 방식이다. 최다 우승 팀은 UCLA(11회)지만, 최근엔 5년간 4팀이 돌아가며 우승할 만큼 절대 강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학생 선수 급여’ 도입과 NIL(이름·초상권) 수익화, 자유 이적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이변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번 시즌부터 대학이 최대 2050만달러(약 307억원) 한도 내에서 선수들에게 직접 수익을 배분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른바 ‘초명문’이 아니어도 전력 보강이 쉬워졌다. 당초에는 양극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중상위권 전력 팀의 상향 평준화가 두드러지며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개막 첫날부터 이변이 터졌다. 12번 시드 하이포인트대가 5번 시드 위스콘신대를 83대82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2점슛을 성공하지 못했던 ‘3점 전문’ 체이스 존스턴이 81-82로 뒤진 마지막 속공 상황에서 골밑으로 파고들어 레이업으로 역전 득점을 올렸다. 오바마를 비롯해 대부분 팬들의 승리 팀 예측을 빗나가게 한 장면이었다. 존스턴은 퍼듀 포트웨인에서 시작해 2024년 하이포인트에 입단하기까지 대학을 세 번 옮긴 선수다. 트로이전에서 23점을 올리며 네브래스카의 역사적인 첫 승리를 이끈 프라이스 샌포트도 이번 시즌 이적생이다.
전체 1번 시드 듀크대도 이적생 3인방이 활약한 16번 시드 시에나대에 탈락 위기까지 몰렸다가 겨우 역전승했다. 경기 종료 4분 전까지 13점 차로 지고 있었는데 1학년 에이스 캐머런 부저의 막판 활약으로 71대65로 신승했다. 듀크대는 하마터면 역대 두 번째로 1라운드에서 탈락한 전체 1번 시드 팀이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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