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사 판정을 받은 여성이 태아의 생존을 이유로 생명유지장치에 연결된 채 수개월째 병원에 누워 있는 현실이 보도됐다.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계속 크고 있으며, 오는 8월 제왕절개로 태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상태가 미국 내 강경 반(反)낙태법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와 가족은 '비인간적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법 때문에 뇌사상태의 이 여성 몸에 태아를 여전히 자라게 두고 있는 것이다.
미국 매체 NPR, 영국 가디언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30세 여성 아드리아나 스미스는 올해 2월, 임신 9주차에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영상촬영(CT)은 이뤄지지 않았고, 약만 처방받은 채 귀가한 뒤 급속히 상태가 악화됐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된 스미스는 최종적으로 뇌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고 뇌혈류는 사라진 전뇌사 진단을 받았다. 호흡과 심장박동은 기계에 의해 인위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도 인공호흡기와 약물 투여를 통해 생명 유지 처치를 받고 있다. 뱃속의 태아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주는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6주차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강경한 '심장박동법(heartbeat law)'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법에 따라 뇌사 여성의 임신 유지가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임신 22주차로 접어든 태아 역시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다. 의료진은 태아의 뇌실에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수두증(hydrocephalus)'을 진단했다. 뇌압 상승과 뇌손상을 초래하며, 출산 이후에도 심각한 인지 및 운동장애, 생존기간 단축 등의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영국 왕립의학대학 아카데미 소속 중환자의학 전문의 데일 가디너 박사는 이 상황을 "극히 이례적이며, 윤리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데일 박사는 "뇌사 환자는 뇌 기능이 완전히 소실된 상태로,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생리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 인공호흡기, 약물, 지속적인 간호 없이는 심장조차 곧 멈추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연명 치료를 수개월간 유지하는 것은 일반적인 의학적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뇌사는 의학적 사망(death by neurological criteria)으로 간주되며, 사망 확정 이후 연명 처치는 일반적으로 장기기증 또는 가족 작별인사를 위한 24시간 이내로 제한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뇌사는 의학적으로는 사망으로 간주되지만, 법적으로는 장기기증에 동의한 경우에만 사망으로 인정된다.
출처 : https://v.daum.net/v/20250527062038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