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뿌리고 호텔까지 산다는 교육청…돈이 남아돈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들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교육청 예산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교육교부금은 그동안 숱한 개편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로 반영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교육교부금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선심성 예산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개편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실상 '쌈짓돈'처럼 운영되는 교육청 예산을 따져보고,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도 짚어봤다.
교육청의 선심성 예산 편성이 도를 넘고 있다. 노트북 등 스마트기기를 지급하는 교육청이 늘었고 입학준비금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수학여행비 지원 역시 보편화하는 추세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최근 1~2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심지어 다른 지역 호텔을 사서 학생들의 수학여행 숙소로 활용하겠다는 교육청까지 등장했다. 일부 교육청은 전자칠판 사업, 학생 교통비 지원 등 신규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들 선심성 예산이 교육청의 칸막이에 갇혀 있고, 예산 편성 기준도 자의적이라는 점이다.
머니투데이가 22일 17개 시·도교육청의 내년도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전수조사한 결과, 내년도 전체 교육청 세출예산은 본예산을 기준으로 올해 대비 14조7288억원(17.8%) 늘어난 97조4187억원이다. 각 교육청은 최근 시·도의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제주에 있는 건물을 매입해 학생들의 수학여행 숙박장소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울산시교육청의 계획이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지난 18일 울산시의회에 나와 "학생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의 숙박장소로 활용할 울산학생교육원 제주분원 설립에 200억원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울산학생교육원 제주분원 설립은 울산시교육청이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도 반영했던 사업이다. 당시 제주 도두일동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한 호텔을 매입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의회의 제동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광주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초등학교 신입생 10만원, 중·고등학교 신입생 25만원의 입학지원금을 주고 있다. 경상북도교육청도 중·고등학교 신입생과 초등학교 3학년에게 진학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20만원을 지급했다.
내년에는 인천시교육청이 입학지원금 사업에 동참한다. 초등학교 신입생에게 1인당 20만원의 입학지원금을 지급하는 예산 53억원을 편성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비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 15억원도 책정했다.
인천시교육청은 내년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단계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예산 1029억원을 책정했다. 경상남도교육청도 교원용 스마트 단말기와 전자칠판 등 학교 정보화기기 보급 확대를 위해 849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교육청의 선심성 예산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교육교부금 증가추세와 맞물린다. 2020년 결산기준 53조5431억원이었던 교육교부금은 올해 추경과 세계잉여금 정산분까지 포함할 경우 81조2975억원까지 늘었다. 교육교부금은 교육청만 쓸 수 있는 돈이다.
감사원과 국무총리실은 교육청의 선심성 예산이 늘자 감사와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육청이 남아 도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독립성을 얘기하면서 지출을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청의 선심성 예산이 교부교부금 개편 논의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선출직 교육감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재정을 아껴써야 하는데 재정부담에 대한 고려는 없고 현 세대의 이기심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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