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절대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세계 1위)을 위협하는 유일한 대항마, 천위페이(중국·세계 3위)가 127년 전통의 전영오픈(슈퍼 1000) 16강 무대를 초토화시켰다. 5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천위페이는 일본의 니다이라 나츠키(세계 24위)를 단 48분 만에 세트 스코어 2-0(21-9, 21-16)으로 완파하며 8강에 안착했다. 32강전 30분 ‘컷’에 이어 또 한 번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천위페이의 행보는 4강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안세영과의 ‘운명의 맞대결’을 향해 무섭게 전진하고 있다.

천위페이는 이번 대회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플레이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 중이다. 1게임 시작과 동시에 주도권을 틀어쥔 그녀는 중반 이후 6 연속 득점을 몰아치며 21-9라는 압도적인 점수 차로 기선을 제압했다. 2게임에서도 초반 8-2까지 달아나는 파상공세를 펼친 끝에 니다이라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 놓았다. 안세영이 올해 14연승 행진을 벌이며 독주하고 있지만, 천위페이의 화력 역시 ‘안세영 킬러’ 다운 면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다.
94.8% 승률의 안세영을 울린 유일한 적수… ‘천적’의 이름값
지난해 안세영은 단일 시즌 11회 우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역대 최고 승률을 갈아치우며 배드민턴계를 평정했다. 그런 안세영이 지난해 기록한 단 4패 중 2패를 안긴 주인공이 바로 천위페이다. 안세영의 철벽 수비를 뚫어낼 수 있는 정교한 컨트롤과 강력한 파워를 겸비한 천위페이는, 안세영 입장에서도 결코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가장 까다로운 숙적이다.

올해 두 선수는 얄궂은 운명 탓에 아직 단 한 번도 코트 위에서 마주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오픈 4강전에서는 천위페이가 부상으로 기권했고, 인도 오픈에서는 천위페이가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며 안세영과의 만남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전영오픈은 다르다. 두 선수 모두 최상의 컨디션으로 8강행을 확정 짓거나 목전에 두고 있어, 대진표상 4강에서 펼쳐질 ‘미리 보는 결승전’에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무실세트 우승의 기세 vs 14연승의 여제… ‘창과 방패’의 대결
천위페이의 기세는 수치로 증명된다. 그녀는 안세영이 불참했던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실세트 우승’을 차지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다. 이번 전영오픈 32강과 16강에서도 상대 선수들을 각각 30분, 48분 만에 요리하며 체력을 비축하는 영리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었다. 안세영을 향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무력시위다.

반면 안세영의 기세는 ‘무결점’ 그 자체다. 올해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14연승을 질주 중인 안세영은 32강전에서 네슬리한 아린을 단 27분 만에 21-8, 21-6으로 완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 세트 모두 상대에게 두 자릿수 득점조차 허용하지 않은 안세영의 수비력은 현재 지구상에 적수가 없음을 시사한다. 결국 천위페이의 날카로운 창이 안세영의 단단한 방패를 뚫을 수 있느냐가 이번 대회 우승 향방을 가를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천위페이와 안세영 체력이 관건
다만 천위페이에게는 ‘체력 관리’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올 1월에만 3개의 국제대회를 소화한 천위페이는 실전 감각은 최고조에 달해 있으나, 일각에서는 벌써 과부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중국 대표팀 내부에서도 4강 이후의 혈투를 대비해 천위페이의 컨디션을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세영 역시 대회 강행군을 치르고 있지만, 그녀는 이미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은 듯한 ‘강철 체력’을 보여주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 오픈 이후 한차례 휴식을 취하며 전영오픈에서 가뿐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안세영이 조금 앞서는 느낌이다. 4강에서 만날 두 라이벌의 승부는 기술적인 정교함은 물론, 경기 후반부 누가 더 집중력을 유지하느냐는 체력 싸움에서 갈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8강 고비 넘으면 성사될 ‘운명의 4강전’…
대진표상 두 선수가 8강 고비를 넘기면 4강에서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치게 된다. 천위페이 입장에서는 지난해 안세영에게 내줬던 세계 1위의 위엄을 되찾아올 절호의 기회이며, 안세영에게는 ‘천적’을 완벽히 제압하고 전영오픈 2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니다이라를 48분 만에 셧아웃 시킨 천위페이의 미소 뒤에는 안세영을 향한 강한 복수심이 서려 있다.

전 세계 배드민턴의 시선이 집중된 버밍엄 유틸리타 아레나. 과연 천위페이의 쾌속 질주가 안세영의 14연승 방패에 막힐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숙적의 귀환을 알릴 것인가. 4강행 티켓을 거머쥔 천위페이의 방망이가 이제 안세영의 심장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상대는 안세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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