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지수 ‘최우수’ 편의점들, 누구랑 동반성장했나?
■BGF리테일·GS리테일(GS25) '최우수'… 이마트24·코리아세븐 '우수'
지난 8일, '2023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이 지수를 산정·공표하는 동반성장 위원회에 따르면, 동반성장지수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촉진하기 위하여 동반성장의 수준을 평가하여 계량화한 지표를 뜻합니다.
대기업, 중견기업 224개 사에 대해 심사가 진행됐는데 44개 사가 가장 상위인 '최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이 평가에 참여한 이후 최초로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는 내용이 크게 기사화됐습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 25가 올해로 3번째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는 기사도 쏟아졌습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우수'를, 이마트24도 '우수'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편의점 시장의 99%를 차지하는 빅4 업체 모두가 동반성장 성적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인데요.
■ 가맹점주, "중도 해지 힘들다… 위약금 과다"
올해 국정감사엔 유통업계 이슈가 제법 많았습니다. '티메프 사태'를 비롯해 배달의 민족·쿠팡이츠·당근마켓 등이 다양한 이슈로 국감장에서 거론됐습니다. '편의점'과 관련된 조사 결과도 국감 시즌을 맞아 발표됐습니다.
편의점 가맹점주가 경영이 생각만큼 잘 안돼 중도에 해지하려고 할 경우, 영업 위약금· 인테리어 잔존가 등 중도 해지에 따른 각종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과도하다는 겁니다.
편의점 중도 해지 비용은 2020년, 편의점 4사 평균 2609만 원에서 해마다 차츰 증가해 올해 6월 기준, 4525만 원까지 올랐다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실은 밝혔습니다. 한 편의점주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억대의 해지 비용을 요구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폐점하려면 1억 6천”…편의점주 울리는 ‘바가지 해지 비용’(2024.10.05. KBS 뉴스 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74679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편의점 중도 해지와 관련된 호소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편의점 폐업하려니 위약금 폭탄이다", "출점은 쉬워도 폐점은 어렵다"는 하소연부터 "반드시 내용증명을 보내 의사를 전달하라"는 조언까지 담겨 있습니다. 현재 해지 비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생긴 문제인 만큼 공정위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맹점주와는 달리 본사는 이익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편의점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액은 2020년, 3억 8514만 원에서 지난해엔 3억 4533억 원으로 –10.3%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편의점 본사 매출액은 20조 8515억 원에서 27조 8498억 원으로 33.6%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48%로 나타났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과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기업분석연구소인 리더스인덱스가 분석한 자룝니다.
■ 납품업체 5곳 중 1곳, "편의점 거래 비용 더 늘었다"
납품업체들도 편의점 본사에 할 말이 많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편의점 납품업체 369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2년에 비해 2023년에 거래 비용이 더 늘었다고 답했는데요. 납품업체가 편의점 본사에 내는 비용은 이름도 다양합니다. 일부 납품업체들은 거점물류센터에서 각 편의점까지 배송을 위해 '물류 대행비'를, 고객 눈에 잘 띄는 매대에 진열하기 위해 '진열 장려금'을, 더 많은 발주를 유도하기 위해 '발주 장려금'을, 편의점 소비 행태·주요 소비층 등을 제공받기 위해 '정보이용료'를 냅니다. 신상품을 입점시킬 때는 '신상품 입점 장려금'도 냅니다.
이 장려금들은 불법이 아닙니다. 대규모유통업법 15조에는 "판매 장려금의 지급 목적, 지급 시기 및 횟수, 비율이나 액수 등을 납품업자와 약정하고 이에 따라 납품업자로부터 판매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장려금'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는 걸까요? 문제는 '판매 장려금'이 강요인지 선택인지 애매한 지점에 놓여있다는 겁니다. 편의점 본사 측은 "각종 장려금은 절대 강요가 아니며, 거래처에 선택 사항으로 두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은 "대놓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납품업체 A, "신제품이 나와서 처음 런칭되면 초도 장려금… 뭐 회사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릅니다. 정말 다양한 목적의, 다양한 명분의 장려금들을 받아내죠. 대놓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뭐 이런 식이죠. '다른 데는 다 하시는데, 이번에 안 하시네요. ' 뭐 이런 식으로… 현실적으로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편의점이랑 거래하면서 제일 걱정스러운 건 저희 제품이 다른 회사 제품으로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는 거거든요."
납품업체 B, "안 할 수가 없는 구조죠. 만약에 발주 장려금을 안 걸면 아마 발주가 없을걸요? 신상품이 들어갈 때는 발주 장려금은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고… "
편의점 측, "저희가 무조건 해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거래처에 선택 사항으로 두고 있는 거고요. 예를 들어 발주 장려금 같은 경우도 본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하고 싶다 하면 많이 하는 거지, 저희가 일방적으로 이만큼 이렇게 해.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무조건 강압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편의점 납품업체 5곳 중 1곳이 이런 각종 비용 부담이 2022년에 비해 2023년에 더 늘었다고 답했습니다. 판로 확보 차원에서 편의점과의 거래는 꼭 필요하지만, 이런저런 비용 부담으로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입장인데요.
“신상 진열하려면 돈 내야”…“납품업체에 온갖 비용 요구”(2024.10.14. KBS 뉴스 9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81174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편의점 4사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납품업체가 상품을 제때 납품하지 않을 경우 과도한 손해배상금을 부과한 행위와 본사에 유리한 신상품 기준을 적용해 신상품 입점 장려금을 받은 행위에 대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게 아닌지 들여다본 겁니다. 그리고, 공정위가 제재 여부 검토에 들어가자, 편의점 4사는 지난달 '자진시정안'을 내놨습니다. 입점 장려금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내용 등이 담겼는데, 이 자진시정안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빠르면 올해 안에 결정될 예정입니다.
■ '최우수' 편의점들은 누구와 동반 성장 중일까?
그런데, 동반성장지수는 어떻게 산정되는 걸까요?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반위의 ’동반성장 종합 평가'와 공정위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점수를 각각 표준 점수화한 후 50:50 비율로 합산해 5개 등급(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미흡)으로 구분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편의점들이 어떤 항목에서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궁금해 동반위에 문의했지만, '비공개'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다만, 동반성장에 반하는 법 위반 사항이 행정처분으로 확정되거나 사회적 물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감점 등 패널티를 엄격히 적용한다고 했습니다. 편의점 4사는 동반성장지수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등급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는데요.
동반성장 '최우수' 또는 '우수'를 받은 기업에는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부여됩니다. 공정위의 직권조사가 면제되거나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위탁거래 정기 실태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등 혜택은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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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기자 (hydroge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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