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 5월 1일,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 상공에서는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공군 훈련 중이던 한 대의 F-15D 전투기가 A-4N 스카이호크 훈련기와 공중 충돌하면서 오른쪽 날개가 통째로 사라진 것입니다.

보통 전투기에서 날개 하나가 없어진다면 결과는 명백하죠.
추락입니다.
하지만 이 전투기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종사였던 지비 네다비 대위와 교관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기체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교관은 즉시 탈출을 명령했지만, 조종 훈련 중이던 네다비 대위는 조종 장치를 재조작하며 기체를 다시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탈출’ 대신 ‘귀환’을 선택한 겁니다.
사실 그 순간까지도 조종사들은 한쪽 날개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줄은 몰랐습니다.

기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흔들림 속에서 앞날을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
하지만 F-15는 상식을 비웃듯, 단 한쪽 날개와 동체에서 발생하는 양력, 그리고 압도적인 엔진 추력으로 균형을 잡아냈습니다.

관제탑에 비상 착륙을 알린 조종사는 권장 접근속도의 두 배가 넘는 260노트(약 480km/h)로 착륙을 시도했고, 활주로 끝 10미터를 남기고 극적으로 정지했습니다.

착륙 직후, 캐노피를 열고 악수하며 안도하던 조종사는 마침내 기체의 한쪽 날개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후 F-15 제작사인 맥도넬 더글러스(현 보잉)의 기술자들도 이 상황을
“항공역학적으로 불가능”
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능했던 이유는 F-15의 주익이 전체 양력의 60%를, 동체가 전체 양력의 약 40%를 발생시키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F-15는 전체 양력의 30%만을 잃었을 뿐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렇다고 해도 균형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이지만 조종사는 양쪽 엔진의 추력을 다르게 조절하고 꼬리날개로 방향을 미세하게 제어해 비행이 가능했던 것이죠.

이후 네다비 대위는 탈출 명령을 무시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강등되었지만, 기체와 자신 모두를 살려낸 공로로 2계급 특진하며 전설로 남게 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날개 없는 귀환기를 단 2개월 만에 수리한 이스라엘 공군은 다시 이를 실전에 투입했고, 이후 레바논 상공에서 또다시 적기를 격추하며 살아 있는 미그킬러로 활약하게 됩니다.

이야기 전체를 다 들은 미국 측은 한마디로 이렇게 반응했다고 하죠.
“뭔… 말도 안 돼.”
하지만 F-15는, 정말로 말이 안 되는 비행을 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