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만 팔면 장사꾼…기업가라면 롱런하는 브랜드 키워야” [CEO&STORY]

김연하 기자 2026. 1. 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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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
◇문전박대서 국가대표 아웃도어로
디자인보다 ‘기능성’ 무기로 해외서 성과
유럽 퇴짜 설움 딛고 이스포 36관왕 석권
자체 브랜드 없이 기술만으론 하청 머물러
러시아 등 신시장 공략…해외 매출 50%로
◇워크웨어로 산업안전 시장 정조준
방화복·안전화 등 고기능성 작업복 공급
블랙야크I&C 매출도 2년 만에 30% 성장

“과거에는 우리가 찾아다니면서 물건 좀 팔아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해외에서 우리 물건을 사겠다고 찾아오고 있습니다. 감회가 아주 새롭죠.”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 권욱 기자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박람회에 참여해 부스를 열려고 하는데 아시아 브랜드이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던 때도 있었다”며 “지금 블랙야크는 역대 최다 수상 브랜드로 당당히 자리 잡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야크는 1973년 강 회장이 창업한 ‘동진사’를 전신으로 한 국내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다. 그는 1990년대 히말라야 등정에 나섰다가 무거운 짐을 싣고 묵묵히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야크(히말라야 주변에서 사육되는 긴 털을 가진 소)를 발견했다. 야크의 강한 생명력에 깨달음을 얻은 그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블랙야크로 명명했다. 현재 블랙야크는 매년 매출액 3000억 원을 가볍게 넘어서며 한국을 대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히말라야를 등정하는 과정에서 론칭된 브랜드답게 블랙야크는 디자인에 집중하는 여타 아웃도어 브랜드와 달리 ‘기능’에 더욱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박람회 ‘이스포(ISPO) 뮌헨 2025’에서 한국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3개 제품이 수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스포는 글로벌 주요 스포츠와 아웃도어 브랜드가 참여하는 박람회로 매년 스포츠·아웃도어 트렌드를 선도할 부문별 최고의 제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블랙야크는 지난해 이스포에서 △DNS 와투시 라이트 익스페디션 수트 △DNS 자바리 G2 고어텍스 수트 등 원정용 수트 2종 △스카이 애로우 D TR 슈즈 등 트레일 러닝화 1종으로 3관왕을 차지했다. 수트는 강력한 보온성과 빠른 건조, 통기성, 방수 기능 등을 갖춘 점을, 러닝화는 험준한 노면 상태를 민첩하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을 인정받았다. 강 회장은 “트레일 러닝화와 같은 신발로 이스포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탈리아나 독일처럼 ‘가죽 강국’이라 불리는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수상했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수상은커녕 이스포에 첫 부스를 여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강 회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해외 박람회를 방문하며 해외 진출을 계속 고민했고 2011년 드디어 유럽에 진출해야겠다고 결심해 처음으로 이스포에 부스를 달라고 했다”며 “하지만 이스포에서 퇴짜를 놨고 스스로도 처음이라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듬해 다시 부스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박람회의 벽은 높았다. 그는 “이듬해인 2012년에도 ‘아시아 브랜드라 인지도가 떨어진다’거나 ‘이건 유럽 소매상만을 위한 전시’라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또 퇴짜를 놨다”며 “미국 브랜드나 일본 브랜드도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차별이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했고 겨우 행사장 구석에 작은 부스를 하나 받아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마저도 2년간 부스를 운영한 뒤 참가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평가가 나쁘면 그 다음부터는 부스를 받지 못하는 조건부 참가였다”며 “다행히 당시에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로 계속 이스포에 출품하면서 현재까지 단일 브랜드로서는 가장 많은 36개 제품이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고 웃어 보였다.

이 같은 성과는 곧장 해외 진출로 연결되고 있다. 현재 블랙야크는 유럽 20여 개 국가에 홀세일(도매) 방식으로 진출해 현지 고객을 만나고 있다. 현지 파트너사만 약 30곳에 달하며 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 등 알프스 산맥을 끼고 위치한 국가에서 기능성 아웃도어로 자리매김하며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규모가 가장 큰 중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1998년 중국 베이징에 1호 매장을 연 것을 시작으로 현지에 직진출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아웃렛과 백화점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매장 수만 약 200개에 달한다. 이 밖에 대만과 네팔 등에도 진출해 블랙야크를 판매하고 있다.

강 회장은 “올해는 해외 시장에 보다 활발하게 나설 예정이며 특히 전쟁으로 사업이 중단된 러시아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현재 전체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해외 매출액이 곧 절반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인터뷰 내내 ‘원청’과 ‘하청’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브랜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소비 시장 △기술 △브랜드 등의 보유 여부에 따라 원청 국가와 하청 국가가 구분된다며 한국이 기술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무역 시장에서 계속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현재 기술만 보유해 원청을 좇는 하청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체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규모 면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 소비 시장과 달리 브랜드에 있어서는 한국도 충분히 역량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강 회장이 해외 라이선스 사업이 아닌 블랙야크 브랜드의 성장에 집중하는 것도 이 같은 철학 때문이다. 그는 “라이선스 사업을 하면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겠지만 그 순간부터 기업가가 아닌 장사꾼이 되는 것”이라며 “기업가라면 지금 당장 돈을 덜 벌더라도 롱런할 수 있는 브랜드를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내 브랜드가 잘 안착해야 현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도 이에 기반한 경제성장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미래를 봤을 때 이 같은 투자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블랙야크를 더 키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 권욱 기자


그는 특히 내수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만큼 자체 브랜드를 통한 해외 진출이 필수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고령화로 인해 의류 소비까지 감소할 것이 명확한 만큼 규모가 큰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됐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의류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이든 중공업이든 산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내수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브랜드와 기술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그간 아웃도어 제품에서 쌓은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워크웨어 사업에도 힘을 주고 있다. 그룹은 2013년 안전화 등을 공급하는 블랙야크I&C를 설립했으며 소방 특수 방화복과 절연복, 절연화, 슈퍼 소재를 활용한 신체 보호용 장비 및 피복류 안전화 등 다양한 워크웨어를 내놓고 있다. 2022년 281억 원에 그쳤던 블랙야크I&C의 매출액은 2024년 377억 원으로 2년 만에 30% 넘게 증가하는 등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강 회장은 “한국은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장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고 관련 시장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며 “블랙야크는 단순히 저렴한 작업복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재해와 같은 현장에서의 사고를 방지하고 노동자가 다치지 않도록 하는 기능성 워크웨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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