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보일링 포인트> (Boiling Point,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여느 서비스 업종이 안 그렇겠느냐만, 크리스마스는 1년 장사의 대목 중 하나다.
제목부터 물이 끓는 온도인 '끓는점'이자, '폭발 직전의 상황'을 암시하는 영화 <보일링 포인트>는, 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분주한 런던의 유명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다.
헤드 셰프이자 '오너 셰프'인 '앤디 존스'(스테판 그레이엄)는 아들의 수영 대회를 바쁜 일정 관계로 볼 수 없었다는 자책감으로 출근한다.
출근하자마자, '앤디'를 찾는 것은 위생 관리관.
대목을 앞두고 여러 지점을 지적한 위생 관리관은 '5점'에서 '3점'으로 점수를 깎아버리고, 복구하고 싶다면 조치를 빨리하라고 명한다.
바쁜 상황에 화가 난 '앤디'는 다짜고짜 욕을 하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으려 한다.
다시 '앤디'의 '정신줄'을 쥐게 해주는 존재는 '급여 인상'을 원했던 부주방장 '칼리'(비네트 로빈슨)였다.
그것도 잠시, 매니저가 '오버 부킹'을 받은 덕분에, '앤디'를 비롯한 직원들은 슬슬 임계점에 차오른다.
백인 직원이 왔을 땐 이름까지 물어보고 상냥한 척을 하더니 흑인 직원이 오니 온갖 불쾌한 태도를 부리는 무례한 손님을 시작으로, 오늘의 메뉴에 없는 요리를 달라는 '인플루언서'도 가게를 찾았으며, 심지어 '앤디'의 친구이자 방송에도 나오는 라이벌 셰프 '알리스터 스카이'(제이슨 플레밍)가 '음식 평론가'를 데리고 기습 방문한다.

직원 사이의 불만도 조금씩 생겨난다.
'유색 인종'인 직원 두 명은 설거지와 같은 기본 업무를 맡았는데, 임신 중인 여성 직원이 혼자 모든 그릇을 닦고, 흑인 직원은 '여유롭게' 지각을 하며 농땡이를 부린다.
바에 있는 직원들도, 다른 직원의 힘든 상황이 딱히 공감이 되지는 않는 모양.
그러던 중 프러포즈를 준비하던 커플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알러지'로 인해서 견과류를 주지 말라는 '오더'가 들어갔음에도, 갑작스레 대체한 '샐러드 소스'에 들어간 호두 오일로 인해서 '호흡 곤란' 사태가 벌어진 것.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았을 크리스마스 연휴, 레스토랑의 오너인 '앤디'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이고 만다.
<보일링 포인트>는 실제 셰프 경력이 있는 필립 바랜티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사실성을 높인 작품이다.
지난봄에 열린 제7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영국), 남우주연상(스테판 그레이엄), 데뷔작품상(영국), 캐스팅상까지 총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그 작품성을 입증했으며, 국내에선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필립 바렌티니 감독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을 '앤디 존스'를 기반으로, '셰프', '서버', '매니저', '평론가', '손님' 등 식당에 있는 여러 군상의 이야기를 고루 소개하면서, 관객이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특히 95분의 상영 시간은 놀랍게도 '리얼타임 원테이크'로 구성됐다.
원테이크 촬영 방식을 감독이 고집한 이유는 간단했다.
주방에서는 모든 일들이 '원테이크'로 이뤄지고, 만약 누구 하나가 실수를 한다면 그 뒤에 모든 것이 연쇄적으로 망치기 때문.
혹여나 '핸드폰 게임'이나, '플래쉬 게임'으로 음식을 만드는 게임을 해본 관객이라면 그 뜻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재료를 투하하는 순서를 바꾸거나, 혹여나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태워버리는' 일이 발생하면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보일링 포인트>는 그러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롱테이크로 포착해낸다.
그렇기에 <보일링 포인트>는 매우 치밀한 동선으로 계산된 작품이었다.
화면에 보이는 장면 밖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겠다는 상상이 자동으로 떠오르고, 이어 다음 장면에서는 그 상상이 '결과'로 등장한다.
그 '치열함'은 <보일링 포인트>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인데, 마치 '원 컨티뉴어스 샷'으로 화제가 됐던 전쟁 영화 <1917>(2019년)을 회상하게 했다.

<1917>의 주인공이 했던 숭고한 여정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P.S. 혹여나 이 작품을 본 어느 관객이 '극장 종사자'들의 고충을 롱테이크로 만들진 않을까?
팝콘을 푸다가, 갑자기 포스터를 배부하기 위해 뛰어간 직원이, 포스터에 '스크래치'가 났다고 바꿔달라는 클레임을 받는 현실을 영화화로 하면, 어떤 느낌일까? (영화가 재미없다고 환불해달라는 관객도 함께 등장한다면)
2022/08/08 CGV 압구정
- 감독
- 필립 바랜티니
- 출연
- 스티븐 그레햄, 제이슨 플레밍, 레이 판타키, 비넷 로빈슨, 말라치 커비
- 평점
- 9.0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5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