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도움 안 돼”… 호르무즈 파병 놓고 공개 불만
일본·중국까지 거론…“각자 책임져야” 압박
나토 이어 동맹 전방위 압박…무역·안보 연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유럽 동맹을 향한 압박이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관련해 "유럽 국가들이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자"고 말하며 미국이 주도적으로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핵 무력'은 북한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한국의 안보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8500명 수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실제보다 많은 수치를 언급했다. 미국의 안보 기여를 강조하면서 동맹의 '비협조'를 부각하는 기존 화법이 반복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맥락에서 일본과 중국, 유럽 국가들도 차례로 거론했다. 그는 "일본이 하게 두자. 그들은 해협에서 석유 90%를 가져온다. 중국이 하게 두자"고 말하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번 발언은 중동 정세 악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부담을 동맹국으로 분산하려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일본·중국·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군함 파견을 요청해왔지만, 각국이 확전 가능성과 국내 여론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뚜렷한 호응을 얻지 못한 상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나토를 향해 "탈퇴를 강력히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동맹 전반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별도로 지목한 것은 향후 무역이나 안보 현안에서 추가적인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과 일본, 중국, 유럽연합 등을 상대로 '과잉 생산'과 '강제노동' 문제 등을 조사 중이다. 동맹국에 대한 군사·안보 압박과 통상 압박이 동시에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해당 발언이 나온 부활절 오찬 행사는 당초 비공개 일정이었고, 백악관이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가 삭제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국가를 함께 언급한 만큼, 한국을 겨냥한 불만이 실제 정책 조치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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