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 베이징 코로나19 재확산…불 꺼진 식당·사라진 인적
봉쇄 강도는 다소 완화…음식배달·택배 허용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20일 오후 찾아간 중국 수도 베이징 번화가의 한 쇼핑몰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평소 같으면 주말을 맞아 쇼핑이나 외식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겠지만, 이날은 베이징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시민들이 대부분 '집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 유명 브랜드 의류 판매점 직원은 "브랜드 때문에 다른 가게가 한산할 때도 저희는 항상 손님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며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면서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 식당가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식당 두세 곳 중 한 곳은 불이 꺼져 있었다.
불이 켜진 식당도 의자와 테이블로 입구를 막아놓고 손님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베이징 방역당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전날부터 일부 지역에 대해 식당 내 식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 사우나, PC방, 마사지샵, 도서관, 영화관, 헬스클럽, 종교시설 등에도 문을 닫으라고 했다.
베이징은 지난봄 '준 봉쇄식' 방역 정책을 가동하면서 감염자 최소화에 성공했으나, 이달 중순부터 하루 300∼400명 수준의 신규 감염자가 나왔고 18일에는 500명을 넘어서면서 방역의 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마라탕 식당을 운영하는 자오모 씨는 "아침부터 나와서 식재료를 준비했는데 지금까지 주문이 2건뿐이었다"며 "손님이 가장 많은 날이 주말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주말 장사를 다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걱정"이라며 긴 한숨을 쉬었다.
도심 유동 인구도 확 줄었다.
거리는 노란색 헬멧을 쓰고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들만이 분주하게 오갈 뿐 어디를 가도 겨울바람만 가득했다.
교차로 한편 인도에서 각종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에게 탕후루(糖葫蘆·과일에 설탕옷을 입힌 먹거리) 한 개를 주문하며 거리에 사람이 왜 이렇게 없냐고 물으니 그는 "기사도 안 봤느냐. 코로나19 때문 아니냐"라고 대답했다.
그는 "어제도 온종일 장사를 했는데, 탕후루 6개를 팔았다"며 "오늘은 혹시 장사가 될까 하는 마음에 나왔는데, 어제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말했다.
다른 번화가의 상황이 궁금해 택시를 타고 베이징의 대표적인 후퉁(胡同·전통골목)인 난뤄구샹(南라<金+羅>鼓巷)으로 향했다.
난뤄구샹은 '베이징의 인사동'으로 불리는 곳으로, 주말이나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택시 기사가 휴대전화 앱에 입력된 목적지를 보더니 대뜸 "지금 거기를 왜 가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코로나19 때문에 난뤄구샹 상가가 대부분 문을 닫아 볼 게 없으니, 한적한 야외공원으로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아파트와 상가 봉쇄도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국인 밀집 지역 왕징에서도 확진자가 나타났거나 밀접접촉자가 확인됐다는 이유로 여러 곳의 아파트가 봉쇄된 상황이다.
이날도 한국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봉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거나 '△△아파트 봉쇄가 해제됐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다만 밀접접촉자 한 명만 있어도 수천 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 전체를 봉쇄하던 과거와 달리 관련자가 사는 동만 봉쇄하고 택배와 음식 배달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거리의 사람은 줄었지만 도심 곳곳에 설치된 유전자증폭(PCR) 검사소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베이징 방역당국이 PCR 검사 유효기간을 3일로 설정하고 있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일부 공공기관과 대형 상가에서는 24시간 이내에 받은 PCR 검사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도 보이지 않는 긴 줄을 서서 자신의 검사 순서를 기다리는 베이징 시민들의 표정에서는 미세먼지 가득한 뿌연 하늘만큼이나 답답한 심정이 느껴졌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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