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알몸 김치' 논란으로 잠시 주춤했던 중국산 김치 수입이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배추 등 원재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내 식당들이 비용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값싼 중국산 김치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치 종주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외식업계의 중국산 김치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국내 김치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김치 수입액 역대 최고…외식업계 ‘중국산 의존’ 가속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치 수입액은 9,379만 달러(약 1,3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연간 수입액은 사상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입되는 김치의 99.9%는 중국산이다.
수입 김치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중국산 김치의 도매가격은 10kg당 1만 원대에 불과하지만, 국산 김치는 3만 원을 훌쩍 넘어 3배 이상 비싸다. 서울 마포구의 한 분식집 점주는 "재료비가 너무 올라 본사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역시 "배춧값부터 고춧가루까지 안 오른 게 없어 직접 김치를 담그는 건 엄두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 이상기온에 원재룟값 상승하며 국산 김치 외면 커져
외식업계가 국산 김치를 외면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원재료 가격 급등에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배추 작황이 부진하면서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이 5,000원을 넘어서는 등 '금(金)배추' 현상이 심화됐다. 젓갈, 고춧가루, 소금 등 부재료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김장 비용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러한 '김치플레이션'은 외식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 늘어나고, 저렴한 중국산 포장김치를 대안으로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과거 '알몸 김치' 동영상 파문으로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신이 컸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비위생적이라는 우려보다 당장의 가격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 흔들리는 K-김치, 위기감 고조
중국산 김치가 외식 시장을 넘어 가정의 식탁까지 위협하면서 국내 김치 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은 생산 설비를 갖추고도 원료 수급 불안과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김치 수출은 정체된 반면 수입은 급증하면서 김치 무역수지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배추 비축 물량을 방출하고 할인 지원에 나서는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망 구축과 국산 김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값싼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 김치의 공세 속에서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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