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안과 금리는 별개"라던 연준…CPI가 변수[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3. 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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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실리콘밸리 은행(SVB)과 시그너처 은행 파산으로 다음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14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 지난 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CPI는 여전히 연준의 금리 결정에 중요하지만 지금은 은행권 위기가 어떻게 잔행되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라는 의견이 많다.

다음주 금리 동결 전망 24%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13일 오후 기준으로 오는 21~22일 FOMC에서 금리가 인상되지 않고 유지될 것이란 전망은 24%로 집계됐다.

0.25%포인트 인상 전망은 76%가 반영됐다. SVB 파산 전까지 70%가 넘었던 0.5%포인트 인상 전망은 사라졌다.

주요 투자은행 가운데서는 골드만삭스가 지난 12일 가장 먼저 연준이 이달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어 13일엔 바클레이즈가 이달 금리 동결 전망에 동참했다. 바클레이즈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다음주 FOMC에서 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다만 두 투자은행 모두 연준이 3월엔 금리를 동결하되 다음(5월) FOMC부터는 다시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으로 봤다.

금융 불안정성이 더 임박한 문제인 만큼 일단 금리를 동결해 해결한 다음 높은 인플레이션은 중기적인 문제로 계속 대처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노무라증권은 13일 다음주 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점증하는 금융 안정성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시장 의존적 통화정책"
반면 JP모간과 씨티그룹은 여전히 다음주 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홀렌호스트는 "연준이 다음주에 금리 인상을 중지하는 정책 변경(pivot, 피봇)을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그렇게 하면 시장과 대중들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겠다는 연준의 결심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흔들리기 전까지만 유효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개펀은 다음주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면서도 은행 위기가 확산되면 전망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에 대한 우리의 전망은 언제나 데이터 의존적이며 현재는 동시에 금융시장의 위기 정도에 의존적"이라고 설명했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안 스웡크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우리는 언제나 연준의 긴축을 중단시킬 수 있는 한 가지는 금융위기라고 말해 왔다"며 "우리가 이 위기를 피했는지 아직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주 FOMC까지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금리에 대한 연준의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월러 "금융안정, 금리와 별개 문제"
연준은 현재 금융 불안정성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융 불안정성은 비상 대출 조치 등을 통해 해결하고 인플레이션은 금리를 계속 올리거나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하면서 별도로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영국의 감세 정책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위기가 초래됐을 때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우리에겐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며 금융 안정성 문제를 통화정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통화정책의 초점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영국도 양적 완화로 국채를 매입해 금융권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계속했다.

미국도 재무부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함께 나서서 SVB와 시그너처 은행의 예금을 예금자보호 한도와 관계없이 전액 지급 보증하고 은행권의 연쇄 뱅크런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들에 국채와 주택담보대출 증권 등을 담보로 최대 1년간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3일 미국 증시는 급락하는 블랙 먼데이를 피했지만 은행주는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SVB와 시그너처 은행 파산 사태로 기업들이 한 은행당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는 25만달러 초과 예금을 인출하면서 은행의 신용 창출 능력이 저해돼 중소기업들이 대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윌리엄 더들리는 WSJ에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며 "여러 가지 목표가 있다면 여러 가지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역임한 에릭 로젠그렌은 금융당국이 SVB와 시그너처 은행의 예금을 전액 지급 보증하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인한 예외"라고 밝힌 사실을 들어 "미국 경제에 대한 시스템 문제가 걱정된다면서 금리는 왜 인상하나"라고 반문했다.

2008년, 인플레에 금리 인하 주저
연준은 과거에도 금융 불안과 인플레이션에 동시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연준은 초기에 금리 인하를 주저했는데 당시 유가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 따라서 연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생각하고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는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반면 위기를 발리 해결하려고 인플레이션에 덜 공격적으로 대처했다가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수도 있다. KPMG의 스웡크는 "우선적인 과제는 은행 부문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이를 위한 조치들이 금융 조건을 완화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얼마나 악화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14일 공개될 CPI는 연준이 은행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 정책까지 동원해도 괜찮은지 판단해주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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