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이 요즘 친딸처럼 대하며 밀고있는 후배 여배우

조회수 2024. 3. 5. 1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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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영화 '파묘'의 최민식 배우를 만나다

2월 22일 삼청동 카페에서 <파묘>의 최민식 배우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민식은 “무서운 영화는 못 보지만 감독을 향한 믿음과 영화의 애정이 인상적이었다”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대본 받고 얼마 후 사석에서 “우리 땅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싶다”는 말이 멋있었다고 운을 뗐다.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인간과 뗄 수 없는 신, 자연, 종교라는 금기를 건드리는 지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편할 수 있는 가치를 확장하는 것, 그럼에도 재미를 추구하는 실력이 좋았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무서운 영화가 아니라 작가적인 따뜻한 시선이 녹아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상덕은 내레이션을 통해 ‘삶과 죽음이 늘 맞닿아 있다’는 말을 한다. 딸의 결혼을 앞둔 아빠이면서도 최고의 풍수사, 험한 일을 겪고는 그 사람들과 전우 혹은 가족이 된다. 삶과 죽음에 대해 최민식은 “죽음이 다 슬픈 건 아니다. 슬픔 속에는 웃음도 있고, 그 반대도 있기 마련이다. 상덕이 죽을 고비를 맞았지만 딸 결혼식으로 웃게 된다”라며 장재현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장재현 감독의 뚝심 믿어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본다고 들었다. 대한민국 오컬트 장인의 영화에 출연한 이유를 더 들려달라.

“대본에서 친근함이 보였다. 제가 10살 때 폐결핵을 앓고 죽을 뻔했다. 의사도 포기했을 때 어머니가 산을 데리고 다니면서 치성을 드리셨고 이후 희한하게 완쾌되었다. 사주만 보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건데 병을 극복했던 신비로운 경험이 있어서 (영화를) 잘 이해했다.

살다 보면 이성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 마음이 약해지면 신부터 찾는 정서가 있지 않나. 옛날 동네 굿이나 풍수지리가 지금도 연결되어 있다. 이사 갈 때 손 없는 날 간다거나, 음양오행을 신경 써 집을 얻고 풍수에 맞게 인테리어 하는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다. 미신이라고 부르지만 좋다는 데 안 할 이유가 없는 거다. 우리만의 고유한 토속 신앙을 즐기는 것도 인생을 사는 재미 중 하나다. 수천 년에 걸쳐 이어진 풍습이라 그런지 소재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 장재현 감독은 네 배우를 한데 모은 자체가 이야기였다고 했다. 35년의 베테랑 연기자는 40년 경력의 풍수사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알고 싶다.

“풍수사는 도사처럼 두루마기 입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아저씨와 다름없다. 그러다가 의뢰받은 땅을 감별할 때는 전문성이 튀어나온다. 상덕은 40년 땅 파먹고 살고 있다는 대사를 반복한다. 제가 공부한다고 며칠 만에 40년을 매울 수 있겠나? 감히 어불성설이다. (웃음)

그래도 이것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평생 자연을 관찰했던 산쟁이자 본능적인 안테나가 발달해 있다. 흉지와 길지, 터의 모양새, 질감을 연구한 사람답게 여느 등산객처럼 보이지 싶지 않았다. 흙냄새도 맡고 맛보는 행동, 산새 하나도 깊게 바라보는 태도가 캐릭터의 큰 줄기라고 생각했다. 말은 제가 거창하게 했지만.. 고은이가 다 한 거다. (웃음)”

-한국에서 장례, 제사, 매장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김상덕은 없어지는 것들을 지키는 사람 같다.

“오랜 유교적인 풍습에서 비롯된 건데, 따지고 보면 지금은 매장할 땅이 없다. 좋다 나쁘다 따지기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 같다. 어떻게 모실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마음이 먼저다. 저도 부모님을 화장했다. 사실 돌아가신 조상을 위해서라기보다 후손들이 잘 되라고.. 덕 볼까 해서 명당을 찾는 거다. 살아 계실 때 잘하지 돌아가시고 나서 좋은 땅에 모시는 건 사실 (조상 입장에서는) 얄밉다. (웃음)”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 한국만의 묘벤저스가 결정된 것 같다.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지만 특유의 케미가 생겨났다.

“넷은 오랫동안 함께 한 비즈니스 파트너다. 지관(풍수사)과 장의사는 원래 한 팀이다. 오랜 세월 일하면서 척하면 탁하고 알아듣는 사이로 발전한 거다. 신빨 좋은 MZ 무당 둘과 이해관계로 협업해야 하는 상황을 그려야 했다. 유해진이랑은 <봉오동 전투>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어 낯설지 않았고, 두 MZ 세대는 넉살도 좋고 술도 잘 마셔서 오래 작업한 동료처럼 편해졌다.

저라고 왜 구멍이 없겠나, 실수할 때도 있다. 다행히 좋은 영향을 준 사람이 주변에 많아서 엇나가지 않고 한 길을 걷고 있다. 골치 아프고 괴롭고 어렵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업이다. 작품은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닌 협업의 결과물이다. 동료, 스태프와 교감하면서 원하는 목표를 향해 가는 거다. <파묘> 하면서도 대인관계를 넓히고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 내 것을 잃지 않으면서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어 가는 시너지가 좋았던 기억이다”

하고 싶은 역할 많아.. 멜로도 환영

-초반 김상덕은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돈이 필요해서 파묘에 끼어든 사람처럼 묘사되지만, 후반에는 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상덕은 거액을 이유로 시작했다가 묫자리 잘못 건드리면 줄초상 난다는 걸 알고 그만두려 한다. 40년간 정치인, 재벌을 만난 속물이지만 본능적으로 왜 흉지에 묘를 썼는지, 위도와 경도를 적은 숫자는 뭔지 궁금함도 생긴다. 앞으로 손주가 밟고 살아갈 땅에 흉한 것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양심선언 같은 건데. 박씨 집안일이 마무리되었어도 더 파보자는 원동력이 생긴 거다”

-험한 것과 대치할 때는 민족적인 한풀이 같아 보였다. 실제 초월적인 존재와 만난다면 어떤 대처를 할 것 같나.

“나 같으면 안 싸우고 바로 도망간다. (웃음) 험한 것 배우가 고생이 많았다. 분장하면 밥도 못 먹는데 분장이 대략 6-7시간 걸린다. 박씨 집안 할아버지는 잘 안 보였지만 험한 것은 전체 모습을 드러내니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긴 했다. 야구로 치면 직구인데 연기할 때는 직관적이니까 쉬웠다. 분장할 때 안타까움은 어디 가고 금방 상덕에게 몰입하게 되었다”

-연기란 끝없는 공부, 죽어야 끝나는 공부라고 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연기 활동을 돌아보니 어떤가.

“얼마 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는데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핏덩이다. 미술, 음악, 연기 등 시대에 한 획을 긋고 귀감이 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청렴하다. (제가 벌써) 뒤돌아보면 안 된다. 세월은 숫자에 불과하다.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작업도 많다. ‘내가 왕년에 이랬다’면서 뒤돌아보는 건 배우, 창작자 모두 지양해야 한다”

-아직 회고하긴 이르다는 말로 해석하면 되나? 목표로 하는 다음 활동은 무엇인가.

“해보지 못한 세계가 분명히 있을 거다. 유명한 작품에 참여했다고 세상의 이치를 모두 아는 건 아니니까. 제 인생도 작품에 한정되어 있다. 영화적으로 겪어 봐야 할 세상이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은 빙산의 일각이다. 다 못하고 죽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웃음) 진한 멜로도 못 해봐서 꼭 해보고 싶다. (웃음)”

-멜로 욕심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웃음) <파이란>에서 장백지와 멜로를 선보였는데..

“<파이란> 때 상대 배우 얼굴도 못 봤다. 그런 연애는 다시는 안 한다. 얼굴 보고 밥 먹고 차도 마시는 게 멜로지.. (웃음) (농담이고) 제가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다양한 감정을 배우가 다 표현할 수 없겠지. 사랑이 뭔지, 이게 진짜 사랑인지. 사랑의 정의도 고민해 보고 싶다. 이성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서로 공감하고 교감하는 행위도 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처럼은 못해도 지단처럼 필드에서 뛸 것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현실적인 연기를 해내고야 마는 베테랑의 비결, 35년 동안 이어지게 된 원동력이 무엇인가.

“이건 업계 비밀인데.. (웃음) 연기는 내 일이고 왕도가 없다. 허구의 인간을 현실에 있을 법한 인간처럼 그럴듯하게 사기 치는 거다. 그게 배우의 일이다. 일단 카메라 앞에서 그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고은이 말대로 ‘돈값 못하는 거다’.

누구도 개입해서 도와주지 않는다.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외로운 직업이다.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타협 없이 몰입감을 즐기게 된다. 절벽에 떠밀려 서 있는 것처럼 절박함도 표현해야 한다. 감독과 작품,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스스로 외형과 내면은 여러 조건으로 나눠서 생각해 본다. 제가 만들어 낸 무형의 인물에 다가가서 밀착되어야 한다”

-언론 시사회를 통해 ‘장재현 감독의 조감독’이란 말을 했다. 촬영 때 갈비뼈 부상까지 입었다고 들었다.

“대본이 촘촘한 카펫을 짜 놓은 것 같았다. 방대한 자료를 취재하고 준비하며 빌드업하는 작업을 옆에서 보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 그래도 사람이라 지치고 대충 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 텐데 꼼꼼하고 완벽하다. 흙 색깔까지 체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믿음이 갔다. 도깨비불도 CG 같지만 진짜다. 공 모양으로 연결해서 LPG에 불 붙여갔던 거다. 그걸 크레인으로 집어 올려 띄우면서 밑에서 돌려가면서 만들어 낸 거다. 덕분에 도깨비불이 다가올 때는 따뜻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웃음) 부상은 별거 아니다. 촬영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부상은 항상 있다. 제가 험한 것과 맞짱 뜨는데 갈빗대 정도야.. (웃음) 약간 실금이 갔던 거지, 큰 부상은 아니었다”

-<파묘>의 하이라이트는 화림의 대살 굿이다. 배우라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고, 일선에 나서고 싶은 욕심이 들 것 같다.

“배우는 경쟁하는 직업이 아니다. 경쟁하는 순간 망한다. 건축으로 치면 일정한 벽돌이 되어야 한다. 전체를 흐트러트리지 않는 상황에서 앙상블이 있어야 한다. <파묘>에서는 고은이의 퍼포먼스가 돋보여야 했다. 한 배우가 욕심 부려 오버하면 그 작품은 망하는 거다. 그걸 잘 눌러주는 게 연출자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도 다음 작품에서 저에게 공이 온다면 손흥민처럼 드리블해서 슛을 향해 뛸 거다. 막상, 체력이 안 돼서 손흥민처럼은 안되고 지단처럼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글: 장혜령

사진: 쇼박스(주)

파묘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전진기, 홍서준, 김재철, 정윤하, 이영란, 박정자, 박지일, 김선영, 장재현, 권지용, 박형진, 이모개, 이성환, 정병진, 김태성, 서성경, 정인철, 박준용, 유청, 최윤선, 이은주, 황효균, 이희은, 곽태용, 구종률, 김병인, 도광일, 도광섭, 김신철, 손승현, 정윤헌, 문광식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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