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인생 드라이브 코스 인정합니다" 호수 따라 달리는 64km 절경

용담호 드라이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진안의 굽이진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열리며 거대한 물의 평원이 등장한다. 마치 하늘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쪽빛 수면 위에 겹겹이 드리운 산 그림자는 압도적이다.

이곳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전북의 생명줄이자 한 시대의 희생과 기술이 만들어낸 산물인 용담호다. 드라이브 명소로 유명하지만, 그 아래에는 깊은 역사와 인간의 이야기가 고요히 잠들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용담호를 단순한 호수가 아닌 ‘살아 있는 기록’으로 경험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전북 진안 용담호

용담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용담호는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용담면 월계리 일대에 자리한 거대한 인공호수다.

20세기 후반, 전주권과 새만금 간척지의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강 상류의 수자원을 끌어오는 유역 변경 방식이 채택되며 건설이 시작됐다.

그 중심에는 높이 70m, 길이 498m의 용담댐이 세워졌고, 완공 이후 총 저수량 8억 1,500만 톤, 하루 135만 톤의 물을 공급하는 ‘전북의 생명수 그릇’이 완성되었다.

용담호 가을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안군의 중심지였던 용담읍 전체와 인근 5개 면 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졌다. 약 3천여 세대, 1만 2천여 명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야 했다.

그들의 아픔은 지금도 호수 북단의 망향의 동산에 남아 있다. 호수를 가장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단순한 전망대를 넘어, 실향민들의 기억과 그리움을 위로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특히, 망향의 동산에는 1752년 건립된 조선 시대 누정 건축물 태고정이 옮겨와 자리하고 있다. 전북 유형문화재 제16호인 이 정자는 팔작지붕의 우아한 곡선미를 간직한 채, 지금은 수몰의 역사를 증언하는 문화유산으로 호수의 풍경과 어우러진다.

용담호 드라이브 코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용담호 여행의 백미는 단연 호수 일주도로 드라이브다. 댐을 중심으로 약 64km 이어지는 이 길은 구간마다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낸다.

북측 코스(정천면용담면)는 호수의 넓은 본류를 따라 달리며 광활한 파노라마 뷰를 선사한다. 반면, 서측 코스(상전면안천면)는 굽이치는 만과 곶을 끼고 달려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 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여러 교량이다. 특히 용담대교는 단절된 육지를 이어주는 동시에 최고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차를 잠시 멈추고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될 만큼 장엄하다.

무엇보다 상업 시설이 거의 들어서지 않아 다른 호수 관광지에서 느끼기 어려운 자연 그대로의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용담호만의 특별한 가치다.

용담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용담호 드라이브가 단순히 풍경 감상에 그치지 않도록 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용담댐 물문화관이다.

댐 정상부에 자리한 이곳은 단순한 홍보관을 넘어, 수몰 이전 용담읍의 모습을 정교하게 재현한 대형 디오라마를 전시하고 있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당시 주민들의 삶과 마을 풍경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용담호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한 물의 순환 과정, 댐의 역할, 건설의 역사 등을 다룬 다양한 전시물이 있어, 풍경 너머의 용담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라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호수의 장엄함을 만끽했다면, 지척에 자리한 마이산과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마이산은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암봉이 이국적인 장관을 이루며, 운일암·반일암은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청량한 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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