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코앞 러시아 세결집' 브릭스 폐막…푸틴 "성공적" 자축
新결제 시스템 등 영향력 확대 시도…2년 넘은 우크라 전쟁은 '그늘' 남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반(反)서방' 세력 결집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24일(현지시간)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 날까지 서방이 '불법적 제재와 노골적 보호주의'로 신흥 경제국의 성장을 저해하려 해왔고 이런 '비뚤어진 수법'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분쟁을 일으킨 주범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더불어 이번 회의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이번 회의를 통해 브릭스가 대다수 국가에 보다 더 '권위 있고 유용한' 국제 협력 기구로 받아들여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유엔 헌장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을 직접적으로 촉구하는 등 3년째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그늘'을 떨쳐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A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장하려 시도했으나, 우크라이나의 그늘이 드리워진 채 브릭스 정상 회의를 마쳤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사흘간 진행된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36개국 정상 혹은 대표가 참석하며 러시아를 국제 사회에서 고립시키려고 했던 미국 주도의 국제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보여줬다고 AP는 짚었다.
다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둘러싼 균열도 반복적으로 드러났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2년 만에 러시아를 찾은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유엔 헌장, 국제법, 유엔 총회 결의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평화가 필요하다"며 러시아에 전쟁을 끝낼 것을 촉구했다.
이 발언에 푸틴 대통령은 웃음을 지으며 "사무총장님은 우리 모두 하나의 큰 가족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씀했지만 불행히도 가정에서는 종종 다툼과 소란, 재산 분할, 가끔은 싸움도 일어난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답해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앞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취지로 한 발언에 대해서는 "내가 듣기로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분쟁을 끝내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열망에 대해 말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누가 한 것이든 우리는 이런 종류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 날 진행된 '브릭스 플러스/아웃리치' 세션에서는 서방의 불법적인 제재 등이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서방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서방 국가들이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 노골적인 보호주의, 통화 및 주식 시장 조작,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 기후변화 안건을 겉으로 내세운 끈질긴 외세"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성장력을 저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비뚤어진 수법과 접근법들은 직설적으로 말해 새로운 분쟁의 등장 및 오래된 불화의 악화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브릭스 국가 간의 새로운 결제 체계 구축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당하면서 국제 무역 및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결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SWIFT의 대안을 만든 적도 없고 만들 계획도 없다"면서 "하지만 결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브릭스 국가들이 자국 통화 사용과 각국의 자체 결제 시스템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우리는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점점 더 브릭스를 진정으로 권위 있고 유용한 국제적 협력 기구로 보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영 매체들도 이번 회의를 통해 드러난 '반서방' 세력의 결집이 서방 국가들로 하여금 국제 사회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두려워하게 했다면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적었다.
러시아 국영 TV 채널은 "미국, 워싱턴, 브뤼셀, 런던 등 서방은 그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처지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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