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눈물 흘린 서울소방본부장…“대원들 현실 믿기지 않아”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사고를 수습하고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던 우리 대원들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이 현실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오늘(11일)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행정감사에 출석한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보고 도중 몇 번이나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를 전할 때에는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고, 부상자들의 회복을 기원하면서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비교적 차분하게 이태원 참사 대응을 보고하던 최 본부장이 동요하기 시작한 건 바로 이 대목, '믿기지 않는' 상황에 놓인 소방 대원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부터였습니다.

최 본부장이 말한 힘든 상황이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이 경찰에 입건된 일을 말합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6일 최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최 서장이 국민 안전을 확보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장에 함께 있던 지휘팀장도 함께 입건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같은 수사 방향에 소방 당국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참사 당일 최 서장은 '비번'이었는데도 자원해서 근무에 나섰고, 구조 지시와 언론 브리핑 등 현장 대응을 총괄했다는 이유에섭니다. 서울소방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용산소방서장 입건은 꼬리 자르기"라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함께 시의회 감사장에 출석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말을 아꼈습니다.

최 서장은 '현장 지휘를 한 지휘관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는 송도호 위원장의 요청에 먼저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뒤이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대답할 부분은 뚜렷하게 대답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소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수사가 진행 중이니 만큼 나중으로 미루겠다는 겁니다.

최 서장은 현재 참사 트라우마로 정신과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태영 본부장도 30년 넘게 동고동락해 온 '소방 가족'들이 피의자가 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최 본부장은 울먹이며 보고를 이어가던 도중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 혼신의 힘을 다한 소방대원들의 신체적, 심적 상처가 속히 치유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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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