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분 변경을 거쳐 지난 2024년 5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뉴 제네시스 GV70. 기존의 2.2리터 디젤 엔진을 정리하고 2.5 및 3.5리터 가솔린 엔진으로 새롭게 라인업을 꾸며 세상에 나왔다. 실적도 무난한데 지난 6월 판매된 1만 2104대의 제네시스 모델 중 가장 많이 판매된 4651대가 GV70였다. 시작이 좋다는 것.
외관

현대차 그룹이 만들어낸 차량들 중 가장 또렷한 디자인 언어를 담아내면서 모델 간 계승을 잘 이어가는 것이 제네시스의 특징이다. 그간 현대차들은 세대 간에 디자인 요소를 이어가기 보다 환골탈태에 가까운 파격적인 변화의 행보를 이어왔다. 이에 디자인 전문가들은 정체성 없는 디자인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곤 했다.
이처럼 현대차라고 부를 수 있는 그들의 고유 디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답을 내기 난해하다. 한편 제네시스는 컨셉카 발표와 더불어 꾸준한 자동차 콩쿠르 참여를 통해 제네시스만의 디자인을 대중들에게 새기고 있다.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으로 마침표가 찍히는 제네시스의 디자인은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의 형상 등을 통해 모델 간 디자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부분변경 모델만의 새로운 변화를 주었는데 GV70의 전면부에 그 요소가 가장 많다. 헤드램프 그리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단 및 측면 공기흡입구를 새롭게 꾸몄다.

헤드램프에는 MLA(Micro Lens Array) 기술을 넣었다. 다수로 구성된 작은 램프들의 배열인데 선택적 점등이 가능해 운전자를 맞이하거나 배웅할 때 화려함을 보여준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기존의 메쉬 패턴에서 이중 메쉬 구조의 크레스트 그릴로 바꿨다. 기존의 클래식함보다 역동성을 강조한 모습이다. 측면 및 하단 공기 흡입구의 면적도 확대됐는데 실제로 공기가 통과하는 면적은 이전 모델과 유사한 수준이다.

측면에서 바라본 GV70은 좋은 비율을 가졌다. 긴 후드를 비롯해 깔끔하게 차량 후미까지 떨어지는 라인에서 상급 모델인 GV80 보다 높은 디자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캐릭터 라인은 전진감도 우아함도 더한다. 21인치 다크 스퍼터링 휠이 휠 아치를 채웠는데 코퍼 도장의 모노블럭 캘리퍼의 조합이 고급스러운 느낌도 보여준다.

부분 변경 모델의 새로운 디자인 구성들은 주로 전면부에 집중됐다. 후면 디자인의 변화는 번호판이 위치하는 하단부 정도인데 기존에 매쉬 패턴으로 채워졌던 것을 무광 블랙으로 정리한 정도다. 매쉬 패턴은 후면부 에이프런에 바 형태의 견고한 장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내

테스트카의 실내는 오션웨이브 블루와 하비나 브라운 투톤 가죽으로 꾸며졌다. 눈에 띄는 대부분의 영역을 브라운 가죽으로 덮었는데, 70년대 유럽의 풍요를 상징했던 럭셔리 모델들의 실내가 이와 흡사한 디자인 패턴으로 제작됐었다. 제네시스도 나름대로 클래식한 멋을 담으려 노력한 것.

하나의 패널을 가로 방향으로 길게 펼친 OLED 디스플레이는 27인치 크기인데 선명하다. 다만 전방 시야를 의식했는지 높이가 다소 낮아 계기판 정보를 확인할 때 약간 불편함이 있다. 물론 전방 시야 확보를 위해 HUD를 달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깔끔하고 인터페이스를 기초로 화이트톤 컬러 사용을 통해 산뜻한 느낌을 보인다. 다만 메뉴가 많다 보니 인터페이스에서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도 든다.
공조장치를 따로 분리한 것도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 밖에 볼륨 다이얼,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설정 등의 바로가기 버튼들을 깔끔하게 구성한 것도 마음에 든다.

그 밖에 트림 소재로 알루미늄과 크리스탈을 사용했다. 각 버튼들의 조작감은 무난하다. 마감 수준에서는 수입 프리미엄 차량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만큼 품질의 일관성이 유지되길 희망한다.

스티어링의 림 두께는 12.2cm로 약간 두툼한 편이지만 가죽이 매끄러워 손에 쥐어지는 느낌이 좋다. BMW 모델들보다는 얇은 가죽인데, 푹신하게 눌리는 촉감도 갖는다. 한편 스티어링에서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제어하는 터치 형식의 컨트롤러(버튼)는 다소 불편하다. 이 구성은 벤츠에서 먼저 사용했는데, 오너들의 평이 좋지만은 않았다.

앞좌석 시트는 적당한 쿠션감으로 승객에게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 시트 쿠션부가 조금 높은 편이라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디자인상 아쉬움은 없다.
뒷좌석 구성도 좋은데 시트백 각도도 적당히 눕힐 수 있어 장거리 여행에서도 편하겠다. 또한 전 좌석에 히팅은 물론 통풍시트도 갖춰진다. 뒷좌석 전용 장비로는 C 타입 USB 포트 및 220v 파워 아울렛 등이 마련된다.

주행 & 정숙성
거주성에 최적화된 실내는 정숙함에서 강점이 살아난다. 정숙성 시험에서 계측된 값은 57.1dBA로 플래그십 SUV에 준하는 성능을 갖췄다. 이 수치는 BMW X7 그리고 전기차인 캐딜락 리릭(LYRIQ)과 동일한 걸과 값이다.
실내 소음은 흡음재를 비롯해 GV70이 탑재한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인 ANC-R(Active Noise Control-Road)의 역할도 있을 것이다.

특징으로 노면을 긁는 느낌을 억제한 것이 눈에 띈다. 우리는 자동차로 주행하며 다양한 노면을 만난다. 막 포장을 마친 아스팔트는 고운 입자로 구성되어 무척 부드럽다. 반면 오래된 아스팔트는 표면이 깎여나가 입자가 거칠고 불규칙하다. 차량들에 따라 이러한 노면의 거칠기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차가 있는가 하면 어떤 차들은 노면의 거칠기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걸러낸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최근의 현대차 그룹 모델 상당수는 (특정 조건에서) 이런 노면 긁는 느낌을 줄이고자 노력한 흔적을 보인다. 덕분에 잘 닦인 노면 위를 달릴 때의 부드러움과 안락함 그리고 정숙함이 일품이다. 반면 불규칙하고 구불구불한 노면에서 쉽게 약점을 드러낸다. 왜일까?

노면 긁는 느낌에는 스프링과 댐퍼 그리고 안티롤바의 단단함 그리고 링크들을 붙들고 있는 부싱류들도 영향을 준다. 이들이 부드러울수록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자잘한 진동들을 쉽게 거를 수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당장 손가락 끝을 책상에 문질러보자. 한번은 강하게 힘을 주고 다음번은 힘을 약하게 주고 말이다. 당연하게도 강하게 힘을 준 상태가 책상의 표면의 거칠기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과도하게) 부드러운 세팅은 노면 긁는 느낌을 쉽게 억제할 수 있지만 코너와 같은 환경에서 그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차체의 수평 유지가 어렵다. 예를 들면 왼쪽 전륜이 요철에 의해 들리면 우측 후륜은 내려앉아 운전자가 불쾌한 뒤틀림을 쉽게 경험하게 된다. 또한 부드럽기 때문에 차고 변화 폭이 커지며 상하의 움직임이 과도하게 느껴진다. 또한 댐퍼 끝에 위치한 고형 물체인 범프스탑에 쉽게 닿아 큰 충격이 차체에 전해지는 약점도 가진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된다. 일상 범위의 주행에서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긴급 회피 등 타이어 접지력의 한계에 다다른 주행 상황에서는 차체의 자세 회복이 오래 걸리는 점과 부족한 후륜 지지력으로 안정성이 상실되고 회전이 크게 발생하게 되는 부작용도 따른다.

부드러운 세팅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GV70이 보여준 강점인 정숙성을 통해 부드러운 세팅이 가지는 이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오토뷰가 지적하는 것은 일부 모델들이 취하고 있는 극단적인 치중에 있다. 부드러워도 안정성이 충분히 고려된, 육각형에 근접한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내는 목소리다. 또한 비싼 가격을 요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단순한 컴포트 요소 외에 승객 보호를 위한 다양한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

GV70의 전륜 서스펜션은 적당하고 편안한 수준의 단단함을 갖췄다. 하지만 후륜 서스펜션은 전륜 대비 과도하게 무른 성향으로 특히 방지턱을 넘을 때 아쉬움이 커진다. 앞좌석에서 운전을 하고 있음에도 뒷좌석에서나 느낄법한 극심한 상하 움직임을 체감한다는 얘기다. 이것이 이질감 큰 주행 경험을 만들게 된다.

이는 급차선 변경의 안정성에 대한 약점으로 이어진다. 고속주행에서도 마찬가지로 엔진이 토크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릴 때 후륜 서스펜션이 내려앉는 스쿼트(Squat) 현상이 쉽게 발생했다. 후륜 서스펜션만 떼어내 구성 부품들을 바꿔 넣고 싶을 정도다. 후륜 서스펜션만 조금 더 단단하게 강성을 갖춘다면 승차감의 개선을 비롯해서 안정성도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만 같다. 물론 그러한 변경에 따라 달라진 다른 요소들까지 처음부터 다시 가다듬어야 하겠지만...
퍼포먼스
3.5리터 가솔린 트윈터보 V6 엔진을 탑재한 GV70이 기록한 0-100 가속성능은 5.90초로 나왔다. 제동기록은 최단거리 38.98m를 기록했는데 최장거리는 39.59m로 1m 이내의 무난한 지속성을 보여줬다. 다만 급제동을 통해 저속 구간에 진입했을 때 스티어링이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제동 중 앞타이어에 흔들림이 발생해서 그 반력이 스티어링에 전달되는 기계적인 무거운 감각보다는 모터가 발생시킨 인위적인 피드백으로 인한 흔들림으로 보이는데, 이때 가벼운 느낌을 주며 흔들렸다. 다른 차에서는 보기 힘든 아쉬움이다.

제동 거리 및 지속성을 토대로 봤을 때 최근 제네시스 모델들의 제동 성능이 수입 프리미엄 모델들의 근접하고 있다. 이전에 테스트했던 GV80 쿠페도 최단 제동 거리를 비롯해 지속성에서도 바람직한 성능을 낸 바 있다.
한편 엔진과 파워트레인의 반응성은 무척 아쉽다. 엔진 하드웨어의 성능보다는 ECU가 연비 위주로 무척 보수적으로 설정됐다는 인상이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연료 분사량에 대한 인위적인 커브 설정으로 정확히 원하는 만큼의 가속력을 엔진으로부터 끌어내기가 너무 어렵다. 당연히 정교하게 속도를 맞추는 것도 힘들다.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으로부터 조작계 감각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다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운전자의 부주의한(연비에 불리한) 가속 페달 운영을 극도로 경계한 세팅이다.

내, 외관 디자인을 비롯해 최고의 정숙성은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으로 쉽게 인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운전자와 가장 긴 시간동안 밀접하게 접촉되는 가속 페달, 제동 페달, 스티어링 등 조작계통의 투자가 프리미엄 브랜드 답게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또는 내부에서 방향성이 올바르게 제시됐는지 의문이다. 앞으로는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제네시스는 이런 분야에 대한 투자를 무척 경시하는 것 같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연비 등 효율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고객인 운전자의 의지 반영이 즉각 이루어지는 세팅의 방향성이 브랜드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제네시스 브랜드 정도의 소비자라면 고작 연비로 짜게 굴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최근 현대차 그룹에 고용된 외국인 임원 (포르쉐 출신의)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포르쉐가 잘하는 것 중 하나는 가속 페달과 파워 트레인 사이의 빈틈없는 견고한 직결감이다.
ADAS 성능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ADAS 기능을 갖춘 것도 GV70이 가지는 강점이다.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GV70은 이미 시험문제를 다 알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자동차안전연구원 내부 시험 시설에서는 막강한 차선 인식 능력을 비롯해 이를 바탕으로 차선 유지도 과감하게 해냈다. 도로 환경에서도 무난한 성능을 보여줬다. 다만 신경 써야할 부분은 운전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시스템 상태를 청각, 시각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능이다. 예로 주행 중 조향 보조가 꺼지거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작동이 중지되는 상황에 운전자가 곧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에필로그

제네시스 GV70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던 시승이었다. 장점은 높은 인테리어 품질과 세련된 인터페이스 그리고 수준급의 정숙성을 말할 수 있다. 단점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는 아직 부족한 조작계 감각과 서스펜션 세팅의 아쉬움이다. 한편 넘어설 관문의 숫자가 얼마 안남은건 분명하다. 새로운 세대의 GV70이 기대되는 이유다.
오토뷰 | 전인호 기자 (epsilonic@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