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에서 모터사이클까지, 허스크바나 모터사이클 히스토리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제품으로 자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모터사이클 브랜드들이 속한 대표적인 나라로는 일본, 이탈리아, 독일, 미국, 중국 등 다양한데, 예상 외 나라에서 시작한 브랜드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오늘 소개할 허스크바나로, 상당수 브랜드들이 중위도 주변에 위치한 국가에서 탄생한 것과 달리 이 브랜드는 고위도권에서 탄생한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특히 바퀴가 2개라는 특징을 지닌 모터사이클에선 그리 유리하지 않은 조건인데, 역사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상당히 오랜 업력을 자랑한다.

 

머스킷부터 톱날까지

브랜드의 역사를 살펴보기 전 먼저 로고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허스크바나의 로고는 마치 왕관같은 느낌도 들지만, 사실 군필자들은 이 모양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모양이 바로 총구의 가늠좌와 가늠쇠를 합친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런 독특한 로고를 상징으로 삼은 이유는 브랜드의 시작점이 총기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

스웨덴에 세워진 첫 허스크바나 공장. 300년 동안 총기를 생산했다.

1600년대 후반 스웨덴은 무기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이 필요했는데, 금속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힘을 덜 들이도록 수력을 이용할 수 있어야 했다. 이에 1689년 왕실은 스웨덴 남부의 허스크바나(Huskvarna) 폭포 옆에 공장을 세우고 총기 생산을 시작했는데, 무려 300년 동안이나 생산을 이어와 1989년 마지막 산탄총을 생산했다고.

허스크바나의 로봇 잔디깎이 기계

총기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기계들은 다른 제품 생산에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해 1872년 총기 외에는 처음으로 재봉틀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고기분쇄기나 스토브, 오븐 등의 주방용품, 자전거 등 생산 범위를 점점 더 넓혔으며, 1903년 처음으로 모터사이클을 생산하기에 이른다. 이 외에도 허스크바나의 이름으로 유명한 제품들은 잔디깎이 기계나 흔히 ‘전기톱’으로 잘못 알고 있는 엔진톱 등이 있는데, 각 분야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만큼 세계적인 입지를 갖추고 있다.

현재 허스크바나 모터사이클은 허스크바나 그룹과 분리된 상태로, KTM과 함께 피에르 그룹 소속으로 제품은 대부분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 브랜드명이나 로고는 동일하고 유지하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회사인 셈.

 

레이스로 두각을 드러내다

허스크바나는 1960년부터 2019년까지 100개의 챔피언십 타이틀을 획득할만큼 레이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시 모터사이클 얘기로 돌아오면, 제품을 만들어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 가장 좋은 환경은 단연 레이스다. 허스크바나 역시 레이스에 참가하며 성능을 입증하는데, 1933년 4행정 기반의 모터사이클로 차지한 첫 승리 이후 80년 이상 각종 레이스에서 상위에 오르는 성적을 이어오고 있다. 재밌는 점은 현재는 오프로드에서의 활약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처음 승리를 거둔 경기는 로드레이스, 온로드 경주였다는 것.

오프로드 명가로 자리잡게 한 첫 번째 모델 '실버필렌'

물론 로드레이스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모토크로스와 같은 오프로드 경기가 주목받음에 따라 허스크바나 역시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프로드 모델인 만큼 가벼우면서도 순간적으로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는 2행정 단기통 엔진을 탑재했고, 여기에 ‘실버필렌’, ‘은화살’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를 시작했다. 75kg의 가벼운 무게, 텔레스코픽 포크와 유압식 쇼크 업소버 등의 당시로는 혁신적인 장비를 투입해 판매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뒀고, 1959년 모토크로스 챔피언십 250cc 우승을 시작으로 1960년 500cc 우승까지 거머쥐며 오프로드의 명가로 우뚝서게 된다. 이후 허스크바나는 1970년대까지 125, 250, 500 등 다양한 부문에서 모토크로스 챔피언십은 14회, 엔듀로 챔피언십은 24회, 바하 1000은 11회 우승하는 등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려가기 시작한다.

 

돌고 돌아 경쟁자의 품으로

카지바에 인수된 이후 허스크바나의 생산 거점이 이탈리아 바레세로 옮겨진다

허스크바나가 승리를 이어가는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다른 사업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모터사이클 사업부를 분리하기로 결정, 1987년에 이탈리아의 카지바로 모터사이클 사업부 전체를 매각하게 된다. 여기서 회사 관리자나 엔지니어들은 이탈리아로의 이주를 원하지 않아 현지에 남았고, 이들이 스웨덴에 남아 새롭게 만든 브랜드가 후사버그(Husaberg)가 된다. 매각된 허스크바나는 생산 거점이 이탈리아 바레세로 옮겨진다.

BMW 산하에서 선보인 누다(NUDA) 900R

2007년에는 허스크바나가 BMW의 품에 안기게 된다. 거리상으로도 그리 멀지 않은 만큼 생산 기반은 그대로 이탈리아에 유지하고, 브랜드 역시 통합이 아닌 개별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가져가며 마치 BMW와 미니의 관계를 모터사이클 쪽에도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했다.

허스크바나가 KTM 산하로 편입되며 후사버그 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BMW는 다시 허스크바나를 매각하는 쪽으로 결정했는데, KTM과 후사버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던 피에르 인더스트리가 이를 매입, 결국 다시 허스크바나와 후사버그가 다시 한 집으로 모이게 된다. 후사버그 자체가 허스크바나에서 파생된 브랜드인 만큼 결국 후사버그 브랜드는 허스크바나로 합쳐지게 되고 2013년부터 오스트리아에서 본격적으로 허스크바나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며 후사버그 브랜드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온로드에서 오프로드까지

비트필렌 401과 스바르트필렌 401

과거부터 레이스에서의 성공으로 오프로드 쪽에 집중해온 허스크바나였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고, 더 이상 오프로드 모터사이클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줘진 상황이었다. 이에 허스크바나 역시 새로운 제품을 준비해야 했는데, 허스크바나는 701 슈퍼모토를 통해 다시 온로드 시장에 재진입을 선언한다. 여기에 2018년에는 허스크바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렌(화살)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비트필렌(Vitpilen) 401과 스바르트필렌(Svartpilen) 401을 출시하며 온로드 라인업을 확장,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디자인의 프리미엄 스트리트 모터사이클로 시장에서 인기를 높여가기 시작해 현재는 허스크바나의 주력 모델로 자리하고 있다.

노든 901 익스페디션

2021년에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오프로드를 시장 분위기에 맞춘 어드벤처 모델 노든 901을 선보였다. 허스크바나 최초의 2기통 모터사이클로,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어드벤처 장르에 대한 높은 인기를 감안해 허스크바나 특유의 스타일로 다듬어낸 디자인을 결합해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인기 모델인 필렌 시리즈는 125와 250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선택지를 넓히는 등 개성 있는 라인업을 앞세워 유럽의 주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23년으로 창립 120주년을 맞이한 허스크바나 모터사이클, 물론 순탄하기만 한 역사는 아니었으나 그 인고의 시간들을 거쳐 지금은 타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개성 만점의 제품들을 앞세워 주류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올해 라이딩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2024 신제품들의 출시가 예고된 상황에서 어떤 재밌는 제품들로 허스크바나만의 색깔을 보여줄지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