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in도쿄] 서브컬처 전성기·멀티플랫폼 가속…韓中 강세·日 주춤

'TGS2025'가 이달 25~28일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멧세에서 '무한히, 끝없이 즐기는 놀이터'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됐다. /사진=최이담 기자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도쿄게임쇼(TGS)2025'가 아시아 게임 업계의 판도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올해는 서브컬처와 멀티플랫폼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됐다. 특히 중국과 한국은 신작 공세로, 일본은 검증된 지식재산권(IP)으로 서브컬처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였다. 서브컬처는 주로 애니메이션·만화·라이트노벨 등 일본식 캐릭터 문화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게임 장르다.

TGS2025는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멧세에서 이달 25~28일 '무한히, 끝없이 즐기는 놀이터(Unlimited, Neverending Playground)'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46개국의 772개 기업이 참가해 4083개의 부스를 꾸렸다.

서브컬처 본거지에서 한중일 격돌

TGS2025의 가장 큰 특징은 애니메이션 기반 게임과 미소녀 테마 등 서브컬처 작품의 전면부상이었다. 일본의 서브컬처 시장이 세분·확대되면서 취향별로 타기팅한 게임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일본 게임 시장이 약 480억달러(67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서브컬처 장르는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장 빠른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TGS를 10년 넘게 찾았다는 국내 게임사 대표는 "중국 게임사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눈에 띄었다"며 "중국의 경우 이번에 공개한 '무한대'가 정점을 찍은 듯하다. 인력과 자본 투입에서 훨씬 앞서가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의 일본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이즈가 공개한 어반 판타지 배경의 '무한대:아난타'는 시연 대기줄이 2시간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진=최이담 기자

실제로 중국 게임사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눈에 띄었다. 넷이즈가 공개한 어반 판타지 배경의 '무한대:아난타(Ananta)'는 시연 대기줄이 2시간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자유탐험과 파쿠르(파르쿠르)·카체이싱 요소가 화제를 모았다. TGS에서 '퓨처 부문상'을 받은 작품이다. 또 넷이즈는 우주·SF 캐릭터 중심의 '플래닛 파티타임'도 선보이며 서브컬처 라인업을 강화했다.

텐센트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레이싱 '체이싱 칼레이도라이더'와 일본 IP 기반의 '몬스터헌터 아웃랜더스' 퍼블리싱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만쥬는 캐릭터 컬렉팅 신작 '아주르 프로밀리아'와 인기 IP를 활용한 '명일방주:엔드필드'로, 퍼펙트월드는 애니메이션풍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이환'으로 각각 시장 진입을 노렸다. 히어로엔터테인먼트의 '듀엣 나이트 어비스' 역시 미소녀·판타지 테마로 일본 현지에서 관심이 높았다.

한국 게임사들도 서브컬처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명가에서 서브컬처 퍼블리싱에 첫 도전장을 냈다. 스마일게이트는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와 '미래시:보이지 않는 미래'로 덱빌딩 로그라이크와 실시간 턴제 전투의 독창성을 강조했다. 컴투스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IP 기반의 '도원암귀:크림슨 인페르노'를 내세워 팬심을 공략했다.

컴투스가 애니메이션 IP 기반의 '도원암귀:크림슨 인페르노'를 내세워 부스를 마련했다. /사진=최이담 기자

반면 본고장인 일본은 검증된 IP와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으로 맞섰다.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아이발리스 연대기'와 도트 그래픽 JRPG '옥토패스 트래블러 0'를, 아틀러스는 '페르소나3 리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아크시스템웍스는 미소녀 수집형 '압솔룸'과 '더블 드래곤 리바이브'로, 레벨5는 애니메이션풍 퍼즐인 '레이튼 교수와 증기의 세계'로 각각 맞섰다.

코나미도 '유희왕' 신작으로 애니메이션 IP 활용을 이어갔다. 캡콤은 '몬스터헌터' 시리즈만 3개 타이틀(와일즈, 스토리즈3, 아웃랜더스)을 전시하며 IP 확장 전략에 집중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IP 자산에 의존하는 사이 중국과 한국은 신규 타이틀로 물량전을 펼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올해 일본 게임사들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주춤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TGS2025'에 전시된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부스 /사진=최이담 기자

콘솔 중심서 멀티플랫폼 변화 뚜렷

콘솔·PC 중심이던 생태계는 콘솔·PC·모바일 동시공략으로 재편되고 있다. 모바일 기술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출시 시점과 운영주기를 맞추는 동시성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는 일본의 콘솔 강세, 아시아의 모바일 비중, 글로벌 PC 커뮤니티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묶어 플랫폼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퍼블리셔는 "이용자는 '어디서 시작했는지'보다 같은 계정, 같은 진행도를 요구한다"며 "콘솔의 연출력과 모바일의 접근성을 한 계정 경험으로 추구하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대규모 오픈월드 게임 '붉은사막'을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주요 콘솔뿐 아니라 PC로도 선보인다. /사진=최이담 기자

이러한 변화는 국내 게임사들의 라인업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넷마블은 오픈월드 액션 RPG '일곱 개의 대죄:오리진'을 플레이스테이션5(PS5)·PC·모바일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으로 출시한다. 또 올해 하반기에 내놓는 '몬길:스타 다이브'도 PC·모바일 외에 콘솔 버전까지 준비하고 있다. 펄어비스도 대규모 오픈월드 게임 '붉은사막'을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주요 콘솔뿐 아니라 PC로도 선보인다.

드림에이지의 신작 '알케론'도 PC·모바일·콘솔로 준비된다. 넥슨은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공개된 '퍼스트 디센던트'의 새로운 업데이트 '돌파'를 집중 홍보했으며, 네오위즈도 모바일과 PC에서 즐길 수 있는 '브라운더스트2'로 멀티플랫폼 흐름에 동참했다.

스마일게이트의 '미래시'를 플레이하는 이용자들 /사진=최이담 기자

보고, 듣고, 참여하는 '놀이터'가 되다

이번 TGS의 또 다른 특징은 이용자참여형 프로그램이 많았다는 것이다. 코스프레 퍼레이드, 성우·버추얼 유튜버 무대, 스탬프 랠리, 소셜미디어(SNS) 인증 이벤트 등이 관람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며 이곳을 단순 전시박람회가 아닌 '놀이터'로 만들었다. 특히 퍼블릭데이(일반관람객 개방일)에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부스 전시장이 크게 붐벼 일반이용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게임사들도 체험형 마케팅에 적극 나섰다. 스마일게이트는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아트월 부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성우 스페셜 토크쇼를 개최해 게임 장면을 더빙하고 직접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장 몰입도를 높였다. 컴투스는 성우 토크 라이브와 코스프레 무대로 팬서비스에 집중했다.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성우 스페셜 토크쇼를 개최해 게임 장면을 더빙하고 직접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장 몰입도를 높였다. /사진=최이담 기자

네오위즈는 '브라운더스트2' 게임에 나오는 식당 '글루피다이너' 콘셉트를 적용해 음식을 테마로 한 가상현실(VR) 미니게임 등을 진행했다. 넥슨은 단순 시연을 넘어 대규모 업데이트 발표회 형식으로 부스를 운영하며 기존 이용자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한편 TGS2025는 △서브컬처의 주류 부상 △멀티플랫폼의 표준화 △한국·중국의 공격적 진출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남겼다. 올해 일본을 넘어 아시아 게임 업계의 지형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만큼 내년 TGS는 서브컬처와 멀티플랫폼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최 측에 따르면 TGS2025에는 총 26만3101명이 방문했다. 퍼블릭데이에는 전년 대비 약 3만명이 줄어든 15만5970명이 참가한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이틀간의 비즈니스데이에 총 10만7131명이 참석했다. 전년보다 약 3만8000명이 늘어 THS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일게이트 '카제나'의 캐릭터 코스머들을 이용자들이 촬영하고 있다. /사진=최이담 기자

도쿄(일본)=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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