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한 뒤로 남편이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산책이겠거니 했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이유를 말하지 않으니 마음이 복잡해졌다고 합니다.어느 날 아내는 조용히 뒤를 따라나섰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향한 곳을 보고 한참 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말없이 나서던 밤 산책
남편은 퇴직하고 나서 부쩍 말수가 줄었다고 합니다. 낮에는 거실에 앉아 있다가 저녁만 되면 옷을 챙겨 입고 나갔습니다. 어디 가느냐고 물어도 그냥 바람 좀 쐬고 온다는 대답뿐이었습니다. 술 냄새도 없고 돌아오는 시간도 늘 일정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서운했다고 합니다.

뒤따라가 본 그 자리
그날 아내는 조금 거리를 두고 남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남편이 멈춰 선 곳은 동네 구석의 작은 공원 벤치였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참을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가끔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한 시간쯤 지나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습니다.

화면 속에 남아 있던 것
며칠 뒤 아내는 남편이 놓아둔 휴대전화 화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넷이서 찍은 오래된 사진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매일 밤 앉아 있던 벤치는 그 사진을 찍었던 자리였습니다. 아내는 그제야 남편이 왜 말을 아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날 저녁 아내는 처음으로 같이 나가자고 말을 건넸습니다.

은퇴는 직장을 떠나는 일이면서 동시에 하루의 자리를 새로 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을 혼자 견디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말이 줄어든 배우자가 있다면 이유를 캐묻기보다 곁에 한 번 앉아 보시면 어떨까요.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 전해지는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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