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삶의 터전과 추억이 검은 재로"…서천 특화시장 상인들 '울분 절망'

최다인 기자 2024. 1. 23. 15: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2일 밤 11시쯤 발생한 화재에 충남 서천 특화시장 상인들의 심정은 막막할 뿐이다.

이날 까맣게 타 버린 자신의 이불 가게를 바라보던 김모(67) 씨는 "20년간 내가 어떻게 가꿔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다시 장사를 시작할지 너무 막막하다"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이 추워도 설 명절에 얼마나 팔릴지 기대하며 상인들과 웃으며 이야기했는데, 한 순간에 꿈이 돼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재 피해 점포 227곳, 곳곳에서 탄식· 한숨소리 터져나와
설날 명절 앞두고…"특별 주문 약 1억 손해 예상" 토로
서천군 서천읍 특화시장 화재로 피해를 입은 한 상인이 점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22일 화재가 발생한 서천 특화시장 앞을 23일 오전 상인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엄동설한에도 동고동락했던 곳인데, 하루 아침에 검은 재가 됐네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2일 밤 11시쯤 발생한 화재에 충남 서천 특화시장 상인들의 심정은 막막할 뿐이다. 오랜 시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곳이 한 순간 화마에 잿더미로 사라진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한껏 기대감을 부풀렸던 설 명절 주문도 대거 취소됐다.

한파까지 겹친 탓인지, 상인들의 시름은 폭설과 함께 잿더미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 복구 시점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눈물마저 말랐다.

23일 오전 10시 충남 서천군 서천읍 특화시장. 알록달록했던 점포들은 까만 잿더미로 뒤덮여 있었고, 곳곳에 흉측하게 드러나 있는 불에 타다 만 물건들이 뒤엉켜 있었다.

전소된 점포들 근처로 다가가자, 잔불을 진화 중이던 곳에서 연기가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하늘과 바닥엔 검은 재만 날렸다.

상인들의 얼굴도 하루 아침에 타 버린 시장처럼 어두웠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과 추억을 모두 잃은 절망감이 낯빛으로 드러났다.

이번 화재로 전소된 227곳의 상인들 대부분은 부모님에게 장사를 이어받아 특화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이들이었다.

특화시장은 과거 서천군청에 위치했던 久(구) 시장에서 지난 2004년 지금의 모습으로 새로 지어졌다.

이날 까맣게 타 버린 자신의 이불 가게를 바라보던 김모(67) 씨는 "20년간 내가 어떻게 가꿔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다시 장사를 시작할지 너무 막막하다"며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이 추워도 설 명절에 얼마나 팔릴지 기대하며 상인들과 웃으며 이야기했는데, 한 순간에 꿈이 돼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매서운 추위에도 오랜 시간 같이 지내온 상인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며 사는 게 낙이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은 절망감을 이야기했다.

22일 화재가 발생한 서천 특화시장에서 소방관들이 23일 잔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22일 화재가 발생한 서천 특화시장에서 소방관들이 23일 잔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특히 상인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화재가 난 것에 대해 속상함을 토로했다. 설 특수가 사라진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설 명절도 걱정이다.

수산물 점포를 5년간 운영했던 이모(58) 씨는 "(수산물 점포가) 가장 바쁠 때가 설 명절 전후다. 선물하기 위해 특별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데, 지난해 추석이 2000만 원 수익이 있었다면, 이보다 5배 이상은 수익이 난다"며 "약 1억 정도의 손해가 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타지역 택배 예약까지 줄줄이 취소되면서, 손해액은 점차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신속한 시장 복구를 간절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2일 화재가 발생한 서천군 특화시장 인근 시민자치센터 내에 피해 상인들이 모여 있다. 사진=최다인 기자

시장 인근 시민자치센터에는 피해 상인들이 모여 서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구석에서 손을 모은 채 기도하고 있던 김모(80) 씨는 "구 시장에서부터 40년간 신발 가게를 운영했는데, 이렇게 없어질 순 없다. 군에서 우리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빠른 대처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빌고 있다"고 했다.

상인들은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는 듯 싶다가도, 이내 창 밖으로 불에 타버린 점포를 말 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내뱉은 한숨에는 그간의 추억과 삶의 터전을 잃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