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부터 암까지, 눈을 통해 알 수 있는 건강징후

당뇨, 혈관 문제, 녹내장, 암까지… 눈을 통해 알 수 있는 질환들

눈은 인간의 감각에서 70~80%를 차지하는 기관이다. 그만큼 시각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시각에 뭔가 이상이 생기면 그것이 어떤 건강 문제를 나타내는 징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눈은 다양한 질병을 드러내는 창구 역할을 한다. 물론 모든 질환을 다 알려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중요하다’ 싶은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화면을 많이 보고 사는 덕분에, 눈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어쩌면 최근 당신이 겪은 증상이 단순한 눈 피로가 아닐지도 모른다.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검안학 교수 랑기스 미쇼(Langis Michaud)가 글로벌 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내용을 재구성하여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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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질환 동반하는 당뇨

당뇨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당뇨는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병이다. 대사적으로 무언가 이상이 있다는 걸 느낄 수는 있지만, 대개 그것을 당뇨와 연관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뇨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바로 ‘안구 건강 검사’다. 랑기스 미쇼 교수는 “당뇨의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전, 눈 뒤에서 당뇨의 특징적 병변을 식별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라고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발병 후 5년 이상 시간이 지나면 눈에 병변이 보이는데, 이는 다른 당뇨 증상보다 먼저 발견되므로 보다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당뇨는 진행됨에 따라 ‘당뇨성 눈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높은 혈당으로 인해 눈으로 연결되는 미세혈관들이 손상되는 기전이 대표적이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채혈을 필요로 하는 혈액 검사와 달리, 안과 검사는 비침습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보다 부담이 덜한 검사 방법일 수 있다. 안구 건조 등 흔한 질환으로 인해 안과를 찾을 때, 해당 병변에 대한 검진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경고

눈은 인체에서 수술이나 침습적인 방법이 없이도 혈관을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다른 부위의 혈관은 모두 피부 아래 간접적으로만 볼 수 있으니까. 즉, 혈관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눈을 통해 그 징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미쇼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고혈압이 심화되고 있을 경우, 혈관이 압축되면서 망막에 나타나는 어떤 징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혈압은 평소에도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 두드러지는 방법은 아니다.

반면, 혈관 내 콜레스테롤 침착도 눈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치를 넘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를 말한다. 이는 혈관 내에 콜레스테롤 침착을 유발해, 혈관을 좁히거나 막히게 하는 원인이 된다.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동맥경화 중에도 콜레스테롤이 원인이 되는 유형이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각막에 ‘지방 아크’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눈 주위의 얇은 피부에도 ‘잔텔라스마’라 불리는 콜레스테롤 침착 증상이 나타난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현상으로, 안과 검진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예방을 위해 미리 관리를 시작할 것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정상안압 녹내장

시야가 갑작스레 흐릿해진 적이 있는가? 눈동자를 돌려 주변부 시야를 점검했을 때 특정 방향이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는가? 혹은 때때로 눈이 뻐근하거나 불편함이 생겨 한동안 지속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곧장 안구 정밀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녹내장은 안구 내 ‘방수(aqueous humor)’라는 액체가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에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 본인도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시야가 점점 줄어든다. 그 속도가 아주 느리기 때문에 잘 눈치채지 못한다. 살이 찌거나 빠지는 모습을 매일 거울을 보는 것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일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는 안구 압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므로 눈의 뻐근함이나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시신경 손상은 진행되기 때문에 시야는 점점 터널 시야처럼 줄어들게 된다.

암이 나타날 수도

‘망막모세포종’은 눈에 영향을 미치는 암종이다. 주로 어린이에게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지만, 성인이라고 해서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미쇼 교수는 이 망막모세포종이 폐와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부분의 암이 그렇듯, 망막모세포종 역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망막에 ‘곰발’ 모양으로 나타나는 색소 침착은 대장암과 연관될 수 있으며, 늦어지면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미쇼 교수의 설명이다.

시야에 발생하는 문제는 매우 흔하고 다양하다. 이 때문에 환자는 단순하게 보이는 시야 문제는 짐짓 사소하게 여겨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눈은 매우 예민한 기관이기 때문에, 시야에 어떤 문제가 생겨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 때때로 뇌종양이나 신경 섬유 압박 등의 문제가 시야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로 안구 운동을 하면서 눈이 피로하거나 경직되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것은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습관 중 하나다. 만약 눈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거나, 이중 시야가 발생하거나, 글씨 또는 주위 풍경이 흐릿하게 보일 경우 가볍게 여기지 말고 바로 안과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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