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트펑크2 "생존 게임, 근데 정치를 많이 곁들인…"

최은상 기자 2024. 9. 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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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전작과 많이 달라진 시스템으로 호불호 예상

11 비트 스튜디오 '프로스트펑크'는 생존 시뮬레이션 장르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빙하기를 맞이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생동감 있고, 현실적으로 표현해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1편 출시 후 약 6년 만에 프로스트펑크의 정식 후속작이 출시됐다. 전작의 장점은 계승하면서도 더 커진 규모와 세밀한 시스템을 강조했다. 프로스트펑크2는 전작에서 30년 후, 도시를 이끌던 대장이 죽고 플레이어인 새로운 관리자가 부임하는 시기의 이야기를 그린다.

언리얼 엔진5를 사용해 특유의 연출력은 한층 발전했다. 게임을 즐기다보면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보는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거대한 재해의 연출에 초점이 맞춰지기 보단, 무기력한 인간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매콤한 난도는 여전하다.

다만, 게임적으로 발전했냐고 묻는다면 긍정하긴 힘들다. 형만 한 아우 없다라는 말처럼 전작의 게임성을 완벽히 재현하진 못했다. 발전한 요소도 분명 있지만, 바뀐 시스템이 전작의 재미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몰입을 깨는 최적화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시간이 지나 인구가 더 많아질수록 프레임 드롭은 심해진다. 더욱이 자동저장이 시작되면 프레임이 끊기는 것을 넘어 프리징이 걸려 응답이 되지 않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명작이었던 전작을 베이스로 하는 만큼 어느 정도 퀄리티는 보장이 된 게임이지만 '갓겜'은 결코 아니다.  전작을 안 해봤다면 분명 재밌는 게임이지만, 아무래도 1편을 미친듯이 재밌게 한 게이머라면 만족하긴 어렵다.

 

장르 :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생존
출시일 : 2024년 9월 21일
개발사 : 11 비트 스튜디오

플랫폼 : PC



■ 1편과 크게 달라진 게임 시스템

- 육각형 타일 맵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2편의 가장 대표적인 변경점은 육각형 타일 맵이다. 1편의 경우 건물을 하나씩 직접 위치를 설정하는 방식이라면, 2편은 타일 구역을 지정해 지역 전체가 건물과 관련된 지역이 된다. 

전작과 달라지는 만큼 호불호는 명확히 갈릴 요소다. 그렇다고 전작이 가진 심시티의 재미가 떨어지진 않았다. 타일 시스탬으로 변경되며 각 건물간의 인접 보너스 등이 있어 계획을 짜며 건물을 올리는 맛이 있다. 

1편에서는 발전기 코어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히트맵으로 온도를 관리해야 했다면, 2편은 반자동적으로 관리된다. 주거지의 경우 발전 코어와 면대면으로 이어지게끔 건설만 하면 큰 문제는 없는 수준이다. 

- 100단위 규모를 다루던 전편과 달리 1만 명 이상부터 시작하는 2편 

아울러 도시 규모와 인구 밀도가 크게 증가했다. 100명 단위로 시작했던 전작과 달리 2편은 기본적으로 1000명 이상의 대규모로 시작한다. 후반에는 4, 5만 명을 훌쩍 넘길 정도로 성장한다.

규모가 커진 만큼 필요한 자원도 더욱 방대해진다. 기존의 석탄은 물론, 석유, 식량, 자재, 물자 등 다양한 종류의 자원을 구하고, 비축해야 한다. 덕분에 발전기 주변 외에도 외부 지역까지 멀리나가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덕분에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장르로서는 딱히 할 게 없었던 시티 빌딩은 크게 강화됐다. 자원관리는 더욱 까탈스러워졌고, 지역 개척, 멀티 건설 등 관리해야 할 항목들이 전작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전작보다 훨씬 재밌어졌다. 

- 확대 기능은 있지만, 전편에 비해 그 맛은 떨어진다 

전편의 시간대에서 30년이 지난 만큼 기술적인 진보를 이뤘다. 전작에서는 겨우 만들어낼 수 있는 '오토마타'가 거의 모든 시설에 기본 탑재돼 있다. 또한, 인구 수와 환자를 일일이 체크해야했던 전편과 달리, 큰 규모로 인구가 움직이기 때문에 마이크로한 컨트롤은 필요없다.

규모와 관람의 재미는 반비례한다.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은 자신의 도시 시민들을 확대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확대 기능은 있지만, 시민들의 삶을 조명해주진 않는다.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생존을 위한 시스템도 상당히 복잡해진다. 연구, 법령, 정책, 파벌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1편의 외부 지역 탐험 역시 그대로 존재한다. 외부 지역 탐사의 경우 기계식 탐사대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적 파벌 싸움에 얽혀 난도가 높아진다.

- 가열로 외부 지역에서 자원을 끌어와야 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난도는 높아졌다 

 

■ 생존 게임, 그런데 정치극에 더 가깝다 

- 의회가 생겨 모든 법안을 투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프로스트펑크2의 장르는 도시 건설, 생존이지만, 경영과 정치 색깔이 진해졌다. 이 대목이 전작과 가장 큰 차이다. 정식 후속작이지만, 덕분에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맛을 낸다. 이러한 경영 및 정치에 심화된 콘텐츠는 분명 호불호가 강하다.

1편의 경우 법안을 상정하고, 통과하는 과정에서 도시 내 불만자가 나오는 수준에 그쳤다면, 2편은 의회가 만들어진다. 의회에 법안을 상정하면 과반수에 입각해 51표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부결된다. 

의회에는 여러 파벌이 있고, 유저는 특정 법안을 공약으로 걸거나, 제안을 통해 원하는 법안에 찬성표를 얻어낼 수 있다. 만약, 딜을 건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불만층으로 돌아선다. 법안이 계속 부결되거나, 불만층이 늘어나면 위엄이 떨어지고, 위원회장에서 쫓겨난다. 즉, 게임오버다.

- 아포칼립스 세계관과는 다소 동떨어진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법률 제정 등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전략이 프로스트펑크2의 핵심이다. 가령, "아동 관련 법이 없어 시민들이 불안해한다"거나, "소외계층을 위해 기본 생필품을 무상 제공해달라" 등의 의견을 놓고 조율해야 한다.

전편에서도 꽤 심도있게 다뤘던 난민 유입, 부족한 자원을 둘러싼 대립, 노동자와 죄소 인권 문제 등은 2편에서도 비중이 있다. 가령, 부족한 석탄의 채굴량을 늘리기 위해 성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갱도에 어린이들을 보내야 하는 결정 등이 있다. 

일련의 정치적 갈등과 선택은 상당히 완성도 있게 그려진다. 다만, 전작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무게 중심이 생존보단 정치극 쪽에 가깝게 설정된 탓이다. 전작은 위험천만한 눈폭풍이 다가오기 전 대비기간 동안 악착같이 살아갔다. 반면, 2편은 빙하기 자체가 주는 위험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법안이나,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결과에 따라 진행도가 결정되다보니 1편 만큼의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다. 물론 파벌에 따른 시민들의 갈등을 보고 재미를 느끼는 유저도 있을 것이다.

- 4개의 파벌을 어떤 식으로 조율하는지가 이번 작품의 핵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전작의 그림자에서 벗어났을 때 더욱 빛날 게임

- 결국 프로스트 펑크 원작과 비교되기 마련이다 

프로스트펑크2는 잘 만든 게임이지만,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악착같은 삶의 느낌은 찾기 힘들다.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모두 전작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우리가 '프로스트펑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연상되는 재미는 다소 떨어졌다.

전작에서는 인류의 종말 이후 악착같이 살아가기 위해 생존을 위한 비인간적인 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아포칼립스 세계의 대리 체험 양상이 강했다. 다만, 2편은 그런 면보다는 어느 정도 살만해진 대도시의 정치 지도자에 가깝다. 

아동 법안이나, 소외계층을 다루는 이런 고민은 현대에 와서도 늘상 있는 문제 아닌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지니 나오는 문제들이다. 빙하기가 찾아와 인류의 존속 문제를 다루는 세계에서 논의하기엔 다소 흥을 깨는 주제다. 

물론 이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를 가정한 이야기다. '프로스트펑크'의 후속작을 기대했다면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별개의 게임이라고 가정하고 즐긴다면 심도 깊은 정치 시뮬레이션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자체가 재밌는 것은 분명하다. 생존과 관련된 재미는 옅어졌지만, 시민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효율적인 자원을 운용하고 배분하는 과정, 선택에 따라 갈리는 게임 진행 방식은 여전히 완성도가 매우 높다.  

장점

1. 언리얼 엔진5로 한층 발전한 그래픽과 인터페이스
2. 완성도 높은 정치 및 경영 시뮬레이션 콘텐츠
3.  지역 개척, 멀티 건설 등 시티 빌딩 요소가 전작에 비해 강화  



단점

1. 생존의 색이 옅어지고, 정치가 크게 부각돼 전작 팬들의 호불호가 예상
2. 아포칼립스 세계관 특유의 암울하고 절망스러운 분위기가 크게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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