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부진·유통업계 불황 속 특급 호텔 호황…연말 소비 양극화

김나연 기자 2025. 12. 1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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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환율 장기화 가운데…국내 5성급 호텔 객실 예약률↑
연말 성수기 특수 누리지만…원가 압박 속 가격 인상 불가피
호텔업계 “연말 모임·기념일 수요 등 겹치며 예약 조기 마감”
서울신라호텔. ⓒ호텔신라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고물가·고환율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내수시장 전반이 침체돼 유통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연말 풍경은 균일하지 않다. 자영업자들은 "연말인데 손님이 없다"고 토로하지만 국내 5성급 호텔은 예외다. 지갑은 닫혔지만, 소비는 연말을 맞아 프리미엄 공간으로만 이동한 모습이다. 내수 침체 속에서 호텔만 다른 계절을 맞고 있다.

1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연말 성수기를 맞아 서울 주요 특급호텔의 수요가 집중되며 객실 예약률은 대부분 만실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웨스틴 조선 서울의 12월 객실 예약률은 약 90%로 집계됐다. 뷔페 '아리아' 역시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31일 예약률이 90%를 넘겼다.

호텔업계에서는 통상 예약률 80% 이상을 사실상 만실로 보고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롯데호텔 서울도 같은 기간 객실 예약률이 80% 이상을 기록했다. 뷔페 '라세느'는 연말 성수기 예약이 이미 마감돼 추가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의 그랜드 워커힐 서울과 비스타 워커힐 서울 역시 12월 말(24~31일) 숙박 점유율이 90%에 달했다. '더뷔페'는 저녁과 주말 점심이 모두 마감됐고, 주중 점심 예약률도 98%로 집계됐다. 워커힐 관계자는 "연말 모임과 기념일 수요가 겹치면서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객실 점유율은 약 85%,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는 약 80% 수준으로 나타났다. 식음업장도 연말 수요가 몰리며 크리스마스이브 저녁과 크리스마스 당일 점심·저녁 뷔페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황이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서울신라호텔 역시 연말 예약 문의가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뷔페 '더 파크뷰' 크리스마스 시즌 예약은 오픈과 동시에 조기 마감됐다.

이 같은 특급호텔의 연말 호황은 외식업 전반의 체감 경기와는 다소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연말임에도 손님이 줄고 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주요 상권 외식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7%(688억원) 감소하며 코로나19 회복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연말 특급호텔 수요 배경으로 각종 송년회와 커플·가족 단위 모임, 연휴·방학 시즌에 따른 숙박 수요 증가를 꼽는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호텔 이용이 늘어난 점도 예약률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연말에는 기업·개인 송년회와 여행 수요가 겹치면서 객실과 뷔페 모두 빠르게 찬다"며 "최근에는 외국인 고객 예약 비중도 체감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고물가·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호텔을 포함한 외식업계 전반의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식품물가지수는 127.1(2020년=100)로, 5년 전보다 27.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17.2로 17.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10%P가량 높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하며 수입 원재료 가격이 전반적으로 뛰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적으로 수입에만 의존하는 커피 원두는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은 품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이달 기준 톤당 8938달러(약 1316만원)로, 올해 초 대비 약 24% 상승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이 더해지면서 국내 호텔과 외식업계가 체감하는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수입 과일과 곡물 가격도 높아지는 추세다. 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수입 바나나 가격은 100g당 325원으로, 전년 대비 12% 이상 상승했다. 밀 역시 국내 자급률이 2%에도 미치지 않아 대부분 달러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으로 제과·제빵 업계의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버터와 설탕 등 가공식품 필수 원재료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원가·사업비 압박 속에서 특급호텔 디저트·뷔페를 중심으로도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신라호텔 더 파크뷰와 롯데호텔 서울 라세느는 12월을 미들(1~18일)·하이(19~31일) 시즌으로 구분해 성인 기준 미들 5.7%, 하이 13% 이상 가격을 인상했다.

신라호텔 측은 더 라이브러리에서 16일부터 내년 3월7일까지 판매하는 겨울 딸기빙수 가격을 10만2000원에 출시한다고 금일 공지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지난해 9만8000원에서 4%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며 "매년 겨울 딸기철마다 딸기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시즌스호텔은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31일에 한해 뷔페 가격을 1만원씩 올렸다. 제주신라호텔도 일부 시그니처 메뉴와 룸서비스 가격을 20% 가까이 인상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 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호텔 특성상 연말 성수기 특수를 누리는 상황에서도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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