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산업을 논의한 역사적 만남의 시작
2019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을 당시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 부총리와의 단독 회동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석유와 부동산 투자 중심의 전통 자본 국가에서 첨단산업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꺼낸 자리였다. 당시 이 회장은 AI, 5G,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하며 “석유 이후의 시대를 함께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만수르 부총리 역시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ADNOC(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를 운영하며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 산업으로 자본을 확장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의 논의는 단순한 투자 회담이 아닌, 산업 구조 자체의 재편을 논의하는 처음이자 유일한 자리였다. 이 회동에서 삼성의 기술력은 자본보다 더 중요한 미래 가치로 제시되었고, 그 자리에서 향후 수십조 규모의 협력 구상안이 확정됐다.

중동 자본이 ‘삼성을 택한’ 결정적 이유
만수르가 삼성에 관심을 보인 배경에는 기술 집약적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있었다. 석유 산업은 한계 수익률이 줄고 있었고, 세계 경제 구조가 디지털 중심으로 급변하던 시점이었다. 삼성은 반도체 공급망, 스마트 디바이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영역을 포괄한 ‘종합 첨단 시스템’을 유일하게 자체 완비한 기업이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의 극자외선(EUV) 공정기술과 팹 운영 능력은 세계 최정상급이었다. 만수르는 “이 기술이 바로 새로운 유전”이라 언급했을 정도였다. 삼성의 제안에는 단순한 공장 설립이 아니라 교육·인력 양성·AI 기반 설계 센터 건립이 포함됐고, 이는 중동의 산업 구조를 혁신할 핵심 플랫폼이 되었다.

50조 원 규모 ‘기술-자본 복합 프로젝트’의 탄생
삼성과 아랍에미리트는 협력 논의 이후 4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3년 공식 합의를 체결했다. 총 300억 달러, 한화 약 50조 원 규모의 투자·협력 프로젝트였다. 핵심 내용은 두 축으로 나뉜다. 첫째, 삼성전자가 아부다비와 두바이에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구축하고, 현지 엔지니어를 삼성 시스템에 맞춰 교육한다는 점이다. 둘째,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가 한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의 일부를 공동 투자 방식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한 투자금이 아니라 ‘운영권 공유’에 있다. UAE는 자본을, 삼성은 기술과 인재를 제공하며 상호 신뢰 기반의 공동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서구 자본이 주도하던 단방향식 투자 모델과 달리, 산업적 동등성을 전제로 한 새로운 협력 형태로 평가된다.

삼성 반도체 공장이 보여준 한국 기술의 저력
만수르를 비롯한 아부다비 대표단은 2022년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을 직접 방문해 기술력을 확인했다. 당시 그들은 수십만 개의 칩이 동시에 생산되고 품질검사 로봇이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을 보고 “세계 산업의 규칙을 바꾸는 현장을 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공정 하나하나가 자동화된 공생 시스템임을 설명하며, 인력 효율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운영 구조를 제시했다.
이 기술 체계는 단순히 생산력을 넘어 ‘예측 가능한 안정성’을 담보한다. AI 공정 제어 시스템이 모든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제품 불량률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은 글로벌 평균 대비 25% 이상 높았다. 이러한 기술적 우수성과 관리 체계는 중동 자본이 탐내는 완성형 모델이었다.

중동의 부와 한국의 기술이 만든 전략적 동맹
삼성과 아랍에미리트의 협력은 새로운 ‘기술-자본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 협력뿐 아니라, AI 클러스터·스마트시티 인프라·에너지 효율 산업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아부다비는 이미 삼성과 공동으로 ‘AI Nation 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이며, 이는 행정·교육·보건 분야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한국 기업이 기술력 하나로 세계 정치경제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은 에너지 의존형 국가에 ‘기술 독립’을 제안했고, 중동 자본은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 기반을 얻게 됐다. 이는 과거 석유 협력 중심이던 한·중동 관계를 기술 중심의 상호 파트너십으로 격상시킨 상징적 사건이다.

기술로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가자
이재용 회장과 만수르의 회동은 자본과 기술이 만나 세계 산업 지형을 바꾼 대표적 협력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의 첨단 기술은 더 이상 주문생산형 수출이 아니라 글로벌 구조를 설계하는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삼성만의 성취가 아니라 한국 전체 기술 생태계가 일군 결과다.
끊임없는 혁신과 신뢰로 세계를 연결하며, 기술로 세대와 국가를 뛰어넘는 진정한 동맹을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