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에 중소기업 줄파산…‘플로우페이’ 대안될까

- 원자재 비용 증가, 외상 결제 지연으로 자금난 시달려
- 1~7월 중소기업 법인 파산 신청 건수 전년 동기 比 32.5% 늘어
- 원자재 구매 대행 서비스로 돈맥경화 해소 노력

파주의 한 육가공 공장은 수작업으로 일일이 닭을 손질해야 했던 기존 생산체계 대비 획기적으로 자동화된 설비를 개발했으나 문제는 닭고기 원육 구매 비용입니다. 브라질산 닭고기의 대량 구매는 즉시 현금으로 결제해야 하는데 공장이 프랜차이즈에 납품하는 닭꼬치 판매 대금은 외상 거래이고 2주 뒤에 결제가 진행돼 그 사이 돈이 필요하지만 은행 대출은 신용도가 낮아 거절됐습니다.

위의 사례는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실제상황입니다.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지만 은행과 기관에서 추가 대출 또는 사업자금 지원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금융권은 팬데믹 시기부터 거액의 유보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실적이 확실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을 막으며 경기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전세계적 원물 지수 상승과 각종 정치적 이유 등으로 원자재 구매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설사 어렵게 돈을 마련해 원자재를 조달해 납품하더라도 외상 결제로 대금 회수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에서 연간 발행되는 외상 매출채권의 전체 규모는 약 5000조 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대출과 투자유치, 지원사업 등입니다. 각각의 방법에는 어려움과 한계가 있으며 여러 가지를 모두 추진해도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당수 기업 대표자들은 자기 사업에는 전문성이 있지만 경영과 재무회계에 전문가는 아닌 경우가 많고 소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것에 무리가 있습니다.

그나마 온라인 통신판매업 사업자의 경우 선정산 서비스 활용이 가능해 업계에서 자금융통을 할수 있지만 전통 제조업에 해당하는 오프라인 생산자들은 사각지대에 내몰려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폐업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돈맥경화로 인해 폐업한 중소기업·사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7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중소기업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15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증가했습니다.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도 역대 최고치입니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 6487명입니다. 이는 전년 대비 11만 9195명 증가한 수치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습니다.

■ 276홀딩스, 원자재 대신 구매…추후 결제를 받는 기업 전용 구매 대행 서비스 출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276홀딩스’는 원자재 결제 대행 서비스 플로우페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 원자재 조달처가 있다면 플로우페이가 결제를 먼저 해주고, 납품은 동일하게 받는 방식입니다.

사업자는 물품을 가공 및 최종 납품한 후 결제를 받았을 때 플로우페이에 원재료 비용을 지급하면 됩니다. 구매 대행 가능 품목에는 제한이 없고 결제 주기는 주단위에서 3개월 내외로 협의가 가능합니다. 기존에 사업자가 고객사에 납품을 하고 결제받을 때까지 기다리던 기간을 단축시켜 주는 것입니다.

서두에 언급했던 닭꼬치 공장 사례도 플로우페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닭꼬치 공장은 국내 최대 브라질계육 수입사들로부터 약 3000만 원 가량의 닭고기를 플로우페이로 먼저 결제해 공급해주고, 프랜차이즈가 닭꼬치 구매 대금을 결제해주는 2주 뒤 원자재 비용은 플로우페이에 빌린 대금을 납부했습니다.

유통 거래이기 때문에 플로우페이가 원자재 공급처에 매입을 하고 고객사에 매출 계산서를 끊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유통 수수료는 각각 2~5% 정도로 부과됩니다.

유통에 결제 대행을 붙여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비금융적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은행권 대출은 한 번 한도를 받아두면 자금이 덜 필요할 때도 이자 비용을 계속 부담하면서 유지해야 합니다. 추가 자금이 필요할 때 한도가 줄어 사용을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신규 대출을 받으려면 그 때마다 반복되는 서류 제출과 심사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반면 유통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건만 발주해서 사용할 수 있고, 초기 공급 계약만 체결하면 지속적으로 활용할 때 즉각적인 조달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은행 여신과 병행해서 활용할 수 있어 중소기업들의 또 다른 자금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약 1000여 중소기업들이 플로우페이 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약 20억 원 가량의 구매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지원 품목도 식음료, 철강 스크랩, 제지, 화장품 등으로 다양합니다.

276홀딩스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국가 경제의 기둥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실제 종사자 수와 경제 규모 등을 따져봤을 때 중소기업은 전체 국가 산업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라며 “그에 반해 그들을 위한 금융적 지원은 부족한 편이며, 그마저도 규모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편성된 현실을 보고 금융에 소외된 기업들에게 대안이 필요하다고 느껴 플로우페이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276홀딩스 관계자는 또한 “금융권에서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기업들이라면 플로우페이 서비스를 이용해 돈맥경화 위기에서 벗어나 원했던 일을 마음껏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