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에 "폰 좀 빌려주세요"…900만원 이체한 기막힌 수법

A씨가 B씨 휴대전화로 자신의 계좌에 돈을 이체 중인 모습./성남중원경찰서=뉴스1

사기 행각을 벌이던 20대 남성이 택시 기사의 휴대전화를 통해 9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무단 이체하려다 적발돼 구속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29일 뉴스1에 따르면 경기 성남중원경찰서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20대 A씨를 구속 송치했다.

그는 지난 10일 새벽 4시쯤 택시 기사 B씨(70대) 휴대전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자신의 계좌에 1차례에 걸쳐 300만원, 3차례에 걸쳐 200만원 등 총 900만원을 이체한 혐의다.

A씨는 당시 택시에 탑승해 인천 송도, 서울 종로, 성남시 등 약 4시간을 이동하다가 돌연 B씨에게 현금 5000원이 필요하니 빌려달라고 하고, 계좌이체로 송금하겠다고 했다.

이에 B씨가 은행 앱에 접속해 5000원 이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의 은행 비밀번호를 암기했고, B씨 휴대전화를 빌려 사용하는 척하면서 은행 앱에 들어가 900만원을 자기 계좌로 무단 이체했다. B씨는 A씨가 하차한 뒤에야 '은행 앱 출금 알림'을 확인하면서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

A씨는 그러나 약 1시간30분 뒤 B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택시가 필요하니 본인이 있는 곳으로 와달라고 했다.

이때 B씨는 침착하게 가까운 파출소로 가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후 경찰관과 함께 A씨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해 그를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의 택시를 '자가용'처럼 타고 성남과 서울, 인천을 돌아다니며 불특정 다수에게 중고 거래 사기 범행을 저질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건 거래 명목으로 만난 뒤 물건이나 돈을 주지 않고 도망치는 등의 수법을 이용했다. A씨는 평소 사이버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도권 일대에서 중고 거래 플랫폼 등으로 사기를 벌여왔다.

A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