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합리적인 CPU 선택, 정품일까 벌크일까?

2025년 최저 시급이 1.7% 인상되는데 그쳤다. 최저임금은 각계 각층의 이해 충돌이 심대한 항목이고, 본 매체에서 다룰 성질은 아닌 만큼 이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는 않겠다.

중요한 것은 최초로 최저 시급이 1만원을 넘었다지만 체감 물가 상승율에 미치지 못하는 실질적인 임금 삭감에 다름없다는 상황이라, 생활 필수품을 제외한 소비를 위해 지갑을 여는데 망설임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드나라 구독자라면 대부분 PC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텐데, 특히 최근 그래픽 카드의 급격한 가격 상승세만 봐도 지갑을 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기존 제품의 교체 주기도 길어지기고 있다.

때문에 신제품 구매시 교체까지 드는 총 소유비용(TCO)도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여전히 당장 지갑에 부담을 주는 제품 가격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소다.

삼성, LG, ASUS, 기가바이트 등의 대기업에서 내놓는 완제품은 제품 디자인과 품질 보증, 재고 관리 등 여러 요인으로 동일 스펙의 조립 PC보다 비싼 것이 보통이고, 조립 PC도 소비자가 각각의 부품을 구매해 조립하는 DIY PC보다 가격 면에서 조금은 부담된다.

직접 DIY PC 구성에 들어가는 각 부품의 비교와 조립 과정, 배송 시간 등을 따져보면 조립 PC와 일장 일단이 있으니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선택하면 되겠지만, 어느쪽이든 PC에 사용되는 부품 자체에 대한 고민은 빠질 수 없는 노릇이다.

PC의 핵심인 CPU의 선택은 정품? 벌크?

조립 PC나 DIY PC 모두, 자신의 필요와 비용에 따라 어떤 부품을 선택할지 대략적인 결정이 내려진다. 그래픽 카드라면 RTX 4080이나 RX 7900 XT, 메인보드라면 Z790이나 B760 칩셋 기반 모델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말이다. 보통 브랜드 선호도와 기능, 서비스 평판 등을 비교해가며 범위를 좁혀간다.

하지만 PC 부품 중 CPU는 조금 다른 고민을 마주하게 되는 부품이다.

바로 정품이냐 벌크냐.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사 작성 시점은 7월 하순 가격 비교 사이트 최저가 기준, 인텔 14세대 코어 CPU는 정품 CPU가 벌크 CPU보다 최대 6만원 가까이 비싼 상황이다. 이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모델은 전체 제품 중 1, 2종에 불과하고 보통은 1~2만원 정도 차이지만, 지갑을 열기 망설여지는 상황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차이다.

그렇다면 정품과 벌크는 무슨 차이기에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날까?

먼저, 정품과 벌크는 CPU 자체만 본다면 동일한 제품이다. 똑같이 인텔에서 만든 동일한 CPU라는 뜻이다. 당연히 성능과 기능도 똑같다. 때문에 벌크라 해서 특별히 불량율이 높은 것은 아고, 이는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 벌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나 불량율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CPU임에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어려운 시기라고 해서 진짜 싸기만 하면 OK일까?

정품과 벌크의 차이, 가격으로 끝?

그렇다면 가격 말고 정품과 벌크 CPU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정품은 인텔과 공식 유통 계약을 체결한 국내 유통사인 코잇, 피씨디렉트, 인텍앤컴퍼니를 통해 국내 유통되는 제품이다.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은 박스 포장된 상태로 유통되며, 박스에 부착된 정품 스티커로 유통사를 파악해 문제 발생시 빠르게 서비스 받을 수 있다.

3년 무상 서비스는 기본이고, A/S 접수된 제품이 단종된 모델일 경우 차상위 제품으로 교환해준다. 여기에 매달 정품 등록 이벤트가 진행된다. 통합 A/S 센터 운영은 중단되어 각 유통사별로 자체 서비스를 운영하지만, 해당 유통사의 제품이 아닌 경우에도 A/S를 접수해 준다. 처리 기간이 늘어날 수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명확한 서비스 규정하에 믿고 구매하는 정품 CPU가 되도록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의 불편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텔 공인대리점의 정품 CPU와 달리, 벌크 CPU는 제품 특성상 체계적인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벌크 CPU는 일반 소비자용 박스 패키지 제품이 아닌, 흔히 트레이라 불리는 이동, 보관용 플라스틱 판에 CPU만 담겨 삼성, LG 등 대기업이나 컴퓨존, 아이코다와 같은 조립 PC 업체를 대상으로 대량 공급되는 제품이다.

즉, 일반 엔드 유저가 아닌 기업 고객을 최종 소비자로한 대량 납품 제품이기에 기본적으로 벌크 CPU 공급처는 기업 고객에 대한 서비스만 제공한다. 이렇게 판매된 벌크 CPU를 구매한 소비자는 당연히 구매처를 거쳐 서비스를 받아야 하기에, 직접 공인대리점을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정품 CPU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벌크 CPU는 기업 대상 제품인 때문인지 대부분 판매처의 제품 안내 문서에 공급처가 표시되지 않고, 판매처별로 서비스 정책이 상이한 문제도 있다.

위는 동일한 코어 i7-14700KF 벌크 CPU를 판매하는 온라인 판매처 세 곳의 서비스 규정을 정리한 것이다. 한 곳은 3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다른 곳은 'PC 구성부품에 대해 1년', 또 다른 곳은 'PC 구성부품에 대해 2년'의 보증을 명시하고 있다.

그 외 한 곳은 '단품'에 대해 불량시 A/S를 대행한다고 명시하였지만 얼마동안 대행하는지는 알 수 없는데다 1주일 이후에는 택배비를 구매자가 부담한다. 공인 대리점에서 왕복 택배비를 부담하는 정품 CPU와의 또 다른 차이점이다. 다른 곳은 '단품'에 대한 A/S 내용을 알 수 없어 직접 확인해야 한다.

벌크 CPU는 이처럼 판매처에 따라 서비스 정책이 상이하기에 세심하게 따지지 않고 가격 싼 것만 보고 샀다면 이후 서비스 받을 때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벌크 CPU를 구매한 기자 지인은 A/S 받을 상황에 처해 서비스를 의뢰했지만, '벌크 CPU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아 생돈 날리는 상황에 처했다. 정품 CPU라면 번거롭고 시간은 걸려도 인텔에 RMA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인텔은 벌크는 정품과 달리 인텔 RMA 서비스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아낀 구매 비용 몇 만원이 최악의 경우 적게는 십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고물가 시대 제품 선택, 가격만이 절대 가치?

이유없이 비싼 물건은 있어도, 이유없이 싼 물건은 없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물건 구매를 결심했다면 한 번쯤 곱씹어 볼 경구(警句)라 생각한다. 특히 누구나 가격에 민감해지는 시기에 같은 제품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유혹은 쉽게 물리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가격이 싼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동일한 CPU라도 공식 유통사를 통해 국내 들어온 '정품'은 명확한 서비스 정책하에 확실한 사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벌크'는 수입처가 아닌 '판매처'를 통해 서비스 받아야 하기에 시간이 더 오래걸리고, 서비스 정책이 통일되지 않아 일일이 확인하는 번거로움, 최악의 경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PC 이용한지 대략 30년 쯤 되어가는 기자 경험상 집에서 개인적으로 쓰는 CPU는 한 번도 불량을 경험하지 못했고, 회사에서 다른 기자들이 쓰는 것까지 다 해도 CPU 불량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상당히 자주 불량이 발생하던 HDD나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 등에 비하면 CPU의 불량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가격과 함께 벌크 CPU 선택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이 CPU의 낮은 불량율이다. 하지만 발생할 문제는 발생하고, 그 불량이 내게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물가가 안정적이라면 부담되지 않을 가격 차이도,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는 크게 체감된다. 그렇다고 가격만으로 제품 구매를 결정한다면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차이를 놓칠 수 있다. 어느쪽이 더 합리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 달렸지만, 구매에 더 신중해지는 고물가 시대에 단순히 가격 차이로만 구매를 결정한다면 자칫 더 큰 손해로 이어질 내용을 놓칠 수 있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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