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만 한 해 1300만 톤…근데 일회용품 규제는 계속 유예?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10. 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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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일회용품1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을비가 내리고 난 뒤라 그런지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아침에 부는 바람이 꽤나 매서워서 패딩을 꺼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요. 하지만 조금은 요란해 보일까 봐 꾹 참고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는 확실히 추워졌으니까 독자 여러분 모두 감기 조심하길 바랍니다. 어느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닌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계절이 오는가 봅니다.

카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예전엔 카페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꽤나 강하게 규제했었는데 요즘은 또 안 그런 곳도 있더라고요. 어느 카페에선 여전히 머그컵으로 마셔야 하지만, 또 어느 곳에선 종이컵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도 어느 순간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고요.

오늘 마부뉴스에선 우리나라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자주 바뀌었는지, 또 그래도 되는 것인지를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한 해에 배출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또 종이컵은 얼마나 나오는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일회용품 상황을 분석해 봤습니다.
 

규제와 유예가 반복된 일회용품 정책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8년 8월에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해 카페와 식당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어요. 점원이 손님에게 묻지도 않고 일회용 컵을 제공하거나, 머그잔 같이 다회용 컵을 충분히 비치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했었죠. 초기에는 불편함도 많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사람들이 익숙해지자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닥쳤고, 전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 재사용 컵을 사용해도 되는지 우려가 커지면서 결국 일회용품을 다시 한시적으로 허용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 정부는 다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제도를 시행하려고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기억하겠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배달 앱이 엄청나게 성장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일회용품,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했잖아요. 정부는 2022년 4월 1일부터 다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조치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이 시점을 유예하기로 결정합니다. 결국 2022년 4월이 아닌 2022년 11월 24일부터 사용 금지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죠. 그리고 1년간은 계도 기간으로 운영하면서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았습니다.

계도 기간이 마무리되어 가던 2023년 11월, 정부는 또다시 계도 기간을 연장하기로 선언합니다.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 기간을 2025년까지로 미루면서 사실상 규제에서 벗어났고요, 종이컵은 아예 일회용품 사용제한 품목에서 제외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우리는 오늘날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있고, 종이컵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과 함께 시행하려 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흐름도 비슷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아마 어렴풋이 기억날 겁니다. 정부는 2022년 6월부터 전국에서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구매할 경우 보증금 300원을 내야 하는 제도를 시행하려고 했어요. 구매할 때 낸 보증금 300원은 일회용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을 수 있었고요. 당시 환경부는 세계 최초로 자원순환보증금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었습니다. 서로 다른 매장에서 구매하더라도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일회용 컵 표준 규격도 정할 계획이었죠.

하지만 이 제도도 바로 시행되지 못했어요. 시행을 딱 한 달 앞둔 2022년 5월, 정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6개월 뒤에 시행하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시행 지역도 전국에서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범 시행하는 것으로 축소했죠. 결국 2022년 12월부터는 두 지역에서만 사업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일회용품 폐기물은 쑥쑥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조금씩 뒷걸음치자 환경단체에서는 비판을 이어오고 있어요. 녹색연합은 환경부가 시행하겠다고 선언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유예하는 건 공익을 현저히 해하고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죠. 공익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에서는 환경부 장관에게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전국에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환경부도 당시엔 감사원 공익감사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죠.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온 한 달 뒤인 2023년 9월, 환경부는 아예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안을 철회하는 결정을 내렸어요. 대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었죠.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2020년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시행 주체는 정부, 즉 환경부이고 전국 의무 시행도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지자체 자율로 바꾸기 위해선 법을 바꿔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규제가 사라지면서 대한민국의 일회용품 폐기물은 쑥쑥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플라스틱 폐기물의 상황부터 살펴볼게요. 환경부에서는 자원순환정보시스템을 통해 폐기물 데이터를 공개해주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 데이터는 2022년 자료인데, 2022년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총량은 무려 1,318만 톤을 넘겼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2010년부터 2022년까지 한 해도 줄지 않고 매년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2019년에 직전 해의 배출량보다 급증해서 1,000만 톤을 넘은 뒤 그 증가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죠. 올해 플라스틱 폐기물 가운데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계 폐기물은 536만 4,600톤으로 역대 통계치 가운데 처음으로 500만 톤을 넘겼습니다. 이러한 증가세라면 2030년에는 가정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647.5만 톤 규모로 늘어나, 2010년과 비교해서 3.6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문제는 일회용품에 플라스틱만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거겠죠. 플라스틱뿐 아니라 일회용 종이컵, 나무젓가락 등 더 많은 일회용품들과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기존엔 일회용품만 따로 폐기물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치가 없어서 플라스틱이 아닌 다른 일회용품의 사용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5년마다 진행하던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서 가장 최근 조사인 6차 통계에서 처음으로 일회용품을 따로 분류해 조사하기 시작했죠. 조사 대상 품목은 일회용 컵, 나무젓가락, 비닐식탁보, 면도기 등 총 12종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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