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TV 토론 KO패에 커지는 교체론…관건은 ‘3대 경합주’
토론 후에도 경합주는 경합 중…플랜B는 해리스와 경합주 주지사들
(시사저널=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6월27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는 바이든 대통령의 참패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던지려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격 포인트에서 매서운 모습을 발휘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문장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는 등 노쇠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토론회였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침착한 모습을 보여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자신에게 불리한 현안은 회피하고 중간중간 거짓말도 했지만 이미 대다수 유권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러한 모습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토론회 충격의 여파로 민주당에서는 후보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과연 토론회에서의 실패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후보를 뽑아야만 하는가? 그것이 가능한가?

악몽이 된 TV 토론…'노쇠' 이미지 더 짙어져
미국 정치학계에서 누적된 연구들에 따르면 토론회가 선거 결과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다. 토론회에서는 보통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토론회 시청자들 대부분은 이미 누구를 찍을 것인지 마음을 결정한 사람들이어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잘했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 TV 토론회는 1960년 처음 도입돼 한동안 시행되지 않다가 1976년부터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시행되고 있다. 보통 3회로 구성되고 9월부터 시작해 10월에 마치는 일정을 취한다. 각 토론회는 서로 다른 현안들을 다루고, 서로 다른 포맷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한 토론회에서는 사회자 주도로 국내 현안들을 토의하고, 다른 토론회에서는 타운홀 미팅 형식을 취해 참석자들의 질문에 후보들이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관행에 비춰볼 때 6월27일 토론회는 이례적으로 일찍 열렸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선거일을 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9월과 10월에 열리는 토론회도 선거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6월에 열린 토론회가 유권자의 표심을 바꿀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토론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앞으로 남은 선거운동 일정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뿐 아니라 혹시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효율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심까지 불러일으켰다.
2024년 대선은 2020년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치러진다. 4년 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전당대회 규모가 작았을 뿐 아니라 전당대회 이후 선거운동도 제한적으로 진행됐다. 지금은 다르다. 전당대회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모인 축제 분위기에서 치러질 것이다. 이후 선거운동도 경합주를 중심으로 빽빽하게 짜인 유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고령의 바이든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펼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기 위해서는 바이든 대통령 자신이 유세 일정을 충분히 소화하면서 민주당 내 주요 정치인들의 지원 유세를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새로운 후보를 세워 선거를 치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실제로 토론회 직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에서 일제히 민주당 대통령 후보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후보 교체의 당위성은 인정하더라도 후보 교체가 현실적으로 지금 가능한가라는 별개의 문제에 답해야 한다. 후보 교체가 가능하려면 다음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자기 입으로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8월 중순 시카고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총 4672명의 대의원이 새로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전에 후보 등록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은 현 부통령 해리스다. 그런데 해리스 부통령의 전국 단위 지지율이 낮을 뿐 아니라, 흑인 여성 정치인을 대통령 후보로 삼았을 때 민주당이 반드시 가져와야 하는 3개의 경합주(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미시간 주지사 위트머,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샤피로, 교통부 장관 부티지지, 캘리포니아 주지사 뉴섬, 조지아 연방상원의원 워녹 등이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2020년 선거 결과를 기준점으로 보았을 때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만 민주당이 승리하면 백악관을 수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미시간 주지사 위트머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샤피로 간 조합이 매력적으로 보이긴 한다.
선수 교체 '도박'이냐, 바이든에 '화력집중'이냐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 예비선거까지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후보 교체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1968년 현직 대통령 존슨이 재선 포기 선언을 한 시점은 예비선거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인 3월말이었고, 이때는 공교롭게도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케네디가 예비선거에 뛰어든 때였다.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1968년 민주당 대통령 전당대회에서 생긴 소요 사태의 여파로 예비선거 규칙과 후보 지명 절차가 바뀌었고, 그 후 지금과 같은 후보 교체의 목소리가 커진 경우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회의 결과가 실망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당에서 후보 교체를 감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선거를 4개월 남겨놓고 당 차원에서 후보를 교체하는 선례를 만들면 앞으로도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뒤진다는 이유로 후보 교체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지금 바이든 대통령 대신 다른 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웠을 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냐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당시 현직이었던 트럼프를 상대로 승리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현재 구도도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만 승리하면 재선에 성공한다. 바이든은 4년 전 이 3개의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러한 성과를 재현할 수 있는 후보들이 민주당에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놀랍게도 토론회 전후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긴 하지만 모두 오차 범위 내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후보 교체 논의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4년 전 바이든과 지금의 바이든은 다르지만 지금 후보를 교체했을 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면 현직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화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도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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