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박찬욱이 ‘장~원급제’ 발음 지적”···좌중 빵 터졌다
감독·배우 등 기자회견장 참석
“박찬욱 감독님이 촬영 현장에 처음 오신 날이었어요. 제 대사가 ‘장원급제’였는데 저한테 ‘장원급제의 장은 장음(長音)이다. 단음(短音)이 아니다’ ‘장원급제가 아니라 장~원급제’라고 정정해 주셨습니다.”
배우 강동원이 씁쓸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2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선 영화 <전, 란>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 란>은 이날 막을 올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이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가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영화 거장 박찬욱 감독이 제작·각본에 참여했고, 박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미술감독 출신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은 “(박 감독 지적 이후) 놀랍게도 강동원이 자기 대사의 장음과 단음을 모두 체크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님의 그런 디테일이 충격적일 정도로 큰 자극을 줬습니다. 제가 관성적으로 편집한 부분이 있었는데 다 뜯어보시곤 ‘잘 찍고선 왜 이렇게 편집했어’라고 하셨어요. 원래 의도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조선 선조 시기 병조참판 가문의 외아들 종려(박정민)와 몸종 천영(강동원)은 신분은 다르지만 친구로 자랐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무능한 왕 선조(차승원)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다. 백성들이 경복궁을 불태우는 난리통에 종려와 천영은 끔찍한 오해로 엇갈린다. 종려는 복수심에 백성을 살육하며 천영을 찾아다니고, 천영은 이름을 날리는 의병이 돼 종려와 대결한다. 왜군 무사 겐신(정성일)도 강렬한 호승심으로 이들에게 칼을 겨눈다.
강동원은 “노비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제안이 들어와 좋았다”며 “감정 표현도 과거 해봤던 캐릭터들보다 많이 하려고 했고 액션도 좀 더 자유롭게 했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처음에는 천영과 비슷한 검술을 썼지만 (임진왜란) 7년 동안 실력을 갈고닦은 다른 검술을 구현하고 싶었다”며 “천영보다 더 굵고 큰 검을 사용했고 동작을 가로 방향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전, 란>은 선조와 임진왜란을 소재로 삼았지만 전쟁이 벌어진 7년이 아니라 전쟁 전후의 시간을 다룬다. 당시 사회상보다 두 남자의 애증 관계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김상만 감독은 부감 숏(위에서 내려다보듯 촬영하는 기법)부터 스텝프린팅(피사체를 저속촬영해 잔상을 만드는 기법)까지 다양한 기법으로 영화를 꾸몄다. 큰 칼과 넓은 옷자락이 회전하는 액션은 박진감 넘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해무(海霧) 속에서 종려, 천영, 겐신이 결투를 벌이는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김 감독은 “최근 영화가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시대마다 그 고비가 한 번씩은 있었다. 통과의례 같은 것이 아닐까. 감히 오만한 말이지만, 영화는 계속 생명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감정을 공유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극장을 버리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 고민해야 합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을 향해 ‘왜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세 차례 나왔다. 역대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주로 시대적 메시지를 담은 극장용 독립영화들이었다. 2020년 <칠중주: 홍콩 이야기>, 2021년 <헤븐: 행복의 나라로>, 2022년 <바람의 향기>, 2023년 <한국이 싫어서>였다. OTT 콘텐츠이자 상업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박 직무대행은 “<전, 란>을 정말 재밌게 봤고 대중에게 다가가기 좋은 영화다. OTT든 아니든 꼭 관객에게 소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영화제는 어디까지나 독립영화 중심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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