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하루, 나머진 알바하세요” 대학들 유학생 쟁탈전

오주비 기자 2026. 5. 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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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해 수단·방법 안 가려
지난달 29일 경기도에 있는 A전문대 기숙사 출입문에 한국어뿐 아니라 몽골어와 우즈베크어, 베트남어, 영어로 ‘기숙사 내 이성 출입 및 숙박 행위 금지’ 안내문이 붙은 모습. 지난해 이 대학에 등록된 외국인 학생은 전교생의 41%다. /박성원 기자

지난달 15일 경기 북부에 있는 A전문대 매점. 벽면 한쪽에 ‘CCTV 촬영 중. 절도 적발 시, 민·형사상 처벌’이란 경고문이 한국어 외에 영어, 몽골어, 베트남어, 우즈베크어로도 붙어 있었다. 이 대학의 외국인 학생 수는 전교생의 41%인 5092명(작년 기준). 주요 사립대인 연세대(4740명), 고려대(4471명)보다도 많다. 이렇게 외국인 유학생들이 몰린 큰 이유는 일주일에 학교를 1~2일만 나올 수 있도록 대면 수업을 특정 요일에 몰아주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이거나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수업이 없는 다른 요일에는 아르바이트에 집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대학은 대학가에서 “유학생을 뺏어가는 ‘납치’ 학교”로 악명이 높다. 네팔 출신 한 유학생(22)은 “원래 충북에 있는 대학을 다니다가 지인 소개로 일하기 수월한 이 학교로 옮겼다”고 했다. A대 관계자는 “맞춤형 수업이 입소문나면서 외국인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5일 본지가 ‘대학알리미’의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A대처럼 지난해 외국인 비율이 전체의 40%가 넘는 대학은 전국에 총 8곳이었다. 이 중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대학도 5곳이나 됐다. 갈수록 줄어드는 국내 학생 수 영향으로 신입생 모집난과 경영난을 겪는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로 버티는 것이다. 올해 국내 6~21세 학령인구(678만여 명)는 10년 전보다 22% 줄어들었다. 이런 와중에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도 잘 나오지 않자, 다른 대학의 외국인 학생까지 빼앗는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부산의 한 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 학생으로 비자를 받고 입학했다가 다른 대학으로 옮긴 외국인 학생이 3년 전부터 매년 10명 정도 된다”고 했다. 충남의 한 전문대 총장은 “‘편법 수업’ 학교들 때문에 우리처럼 정직하게 주 4일 수업하는 대학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경기 용인의 B대학은 내국인 학생이 410여 명인 반면, 외국인 유학생은 1940명(작년 기준)에 달했다. 이 대학은 “몇 년 전까지 폐교를 걱정해야 할 만큼 재정이 어려웠는데, 총장이 직접 해외로 나가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해 재정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 대학은 재작년과 올 3월 “학생들이 출입국사무소의 불법 아르바이트 단속에 걸려 벌금 처분을 받았다”면서 “단속에 걸리면 추방당할 수 있다”는 경고 안내문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어 능력 등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고 배달 대행과 같은 특정 업종에선 일할 수 없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C대학은 중국인 유학생 110여 명이 가짜 미국 대학 졸업장을 이용해 편입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올 초 법무부 조사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대학 측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만 급급해 학생 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고, 이들을 해당 지역에 정주시키겠다’는 내용을 목표로 한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를 2023년부터 추진해왔다. 이에 외국인 유학생은 2023년 22만6507명에서 올 3월 32만6385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졸업 후 국내에서 제대로 취업한 이들은 13.8%에 불과하고, 유학생 출신 불법 체류자만 10년 새 5배 넘게 늘었다(2024년 기준).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에서 제대로 교육받고 지역에 필요한 인재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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