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침체 여파에 경매로 넘어가는 대구 부동산 급증

지난 18일 오전 11시쯤 대구지방법원 본원 경매 입찰법정. 입찰표를 작성하거나 입찰 봉투를 제출하려는 사람들이 보였다. 입찰봉투 제출 마감 시간은 오전 11시10분. 70명이 앉을 수 있는 법정 좌석은 거의 채워졌다. 서서 개찰을 지켜보려는 이들도 20명 가까이 됐다. 모자를 쓴 젊은 사람부터 커플 보이는 입찰자, 경매 수강생으로 보이는 이들, 연세 지긋한 어르신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개찰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경매업체 관계자는 "사람이 몰릴 때에는 법정 밖에도 입찰자들이 가득해 모니터를 통해 개찰 과정을 지켜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11시10분이 되자 법원 집행관이 입찰봉투 마감을 알렸다. 정리시간 후 개찰이 시작됐다. 이날 경매 진행 건수는 총 43건이었다. 이 중 입찰자들이 참여한 물건은 11건이었다. 칠곡 지천면의 한 공장에 20명이 응찰했고 중구의 한 아파트에 11명이 입찰에 참가했다.

고금리 장기화 및 경기침체, 전세 사기와 역전세 등의 여파로 올 상반기 대구에선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 급증하고 있다.

2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대구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의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건수는 1천919건으로 전년 동기(1천160건)에 비해 65%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기였던 2021년 상반기(605건)와 비교하면 무려 217%나 폭증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 은행 등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담보를 경매로 넘기는 절차다. 3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될 경우 금융기관이 법원에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부동산 상승기에 이른바 '영끌'로 주택을 구입한 매수자들이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임의경매 신청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임차인들의 보증금 회수 수요가 이어지면서 강제경매 신청도 급증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확인결과, 올 상반기 대구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의 강제경매 개시결정 등기신청 건수는 1천754건으로, 전년 동기(729건)보다 140.6% 급증했다. 강제경매가 늘어난 것은 전세 사기와 역전세 등의 여파로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채권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실제 입찰에 들어간 경매 진행 건수도 올해 부쩍 늘었다. 부동산 경매는 법원에 신규 접수가 이뤄지고 나서 실제 경매가 진행되기까지 5~7개월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구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1천30건으로 작년 동기(622건)보다 65.6%나 늘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경매 진행건수가 고금리, 경기침체, 역전세 등의 여파로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실수요자는 자신이 원하는 단지나 지역의 경매 물건을 시장보다 더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경매 시장을 예의주시한다"며 " 최근 경매에 참여한 젊은 층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 같다. 아파트 분양가 자체가 높고 금리도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매입이 가능한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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