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 마당에는 제가 시집올 때부터 쓰던 장독이 몇 개 있습니다. 시어머니께 물려받아 40년 넘게 된장과 간장을 담가 온 장독입니다.그런데 어느 날 며느리가 그중 하나를 달라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이 장독을 어디에 쓰려나 싶었는데 그 이유를 듣고 제 마음은 눈 녹듯 풀렸습니다.

마당의 오래된 장독
장독은 시어머니께서 시집올 때 친정에서 가져오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장독에 해마다 장을 담그며 시어머니의 손맛을 이어 왔습니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 장 담그는 양을 많이 줄였습니다. 자식들도 바빠서 장 담그는 일에는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장독은 언젠가 정리해야 할 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며느리의 부탁
며느리는 올해부터 직접 된장을 담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꼭 어머님이 쓰시던 장독에 담그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서 먹으면 편할 텐데 왜 굳이 고생을 하려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며느리는 아이들이 할머니 된장찌개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그 맛을 아이들에게 오래오래 먹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담근 첫 장
그해 봄 며느리와 저는 마당에 나란히 앉아 장을 담갔습니다. 저는 시어머니께 배운 대로 하나하나 알려 주었고 며느리는 수첩에 꼼꼼히 적었습니다. 장독 뚜껑을 덮는데 문득 40년 전 시어머니 옆에 앉아 있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며느리는 이 장독을 언젠가 손녀에게 물려주겠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는 며느리의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말만 몇 번이나 했습니다.

집안의 손맛은 함께 만들고 이어 갈 때 비로소 다음 세대의 것이 됩니다. 며느리가 달라고 한 장독에는 3대를 잇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오늘은 가족에게 물려주고 싶은 손맛이나 솜씨를 함께 나눠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시간이 가족을 더 가깝게 이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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