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모델만 남았다! 2025년 4월, 한국 완성차 시장의 명암

디 올 뉴 팰리세이드

2025년 4월, 국내 완성차 5사의 글로벌 판매량이 총 71만 8,778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라는 수치는 견고한 회복세를 의미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르노코리아

잘 팔리는 모델만 더 잘 팔렸고, 그렇지 못한 브랜드는 침묵으로 퇴장 중이다. 지금의 시장은 단순한 회복이 아닌 생존을 건 구조조정의 시작점이다.

글 이승용

사진 현대차그룹

2025년 4월, 국내 완성차 5사의 글로벌 판매량은 총 71만 8,778대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겉으로 보기엔 완만한 성장세지만, 실적 속을 들여다보면 그 의미는 훨씬 복합적이다.

한국지엠 로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SUV 중심으로 소비자가 완전히 이동했으며, 특정 차종에 실적이 과도하게 집중된 브랜드일수록 성장의 이면에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었다. 브랜드 간 체질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KG 모빌리티 로고

현대차 – 플랫폼 경쟁력은 여전, 전기차 확산에는 '기세 부족'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현대차는 총 35만 3,338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 팰리세이드(6,662대)와 싼타페(6,354대)를 필두로 한 SUV 라인업의 존재감은 여전히 견고했다. 국내 시장에선 아반떼(7,099대)와 그랜저(6,080대)도 꾸준히 판매되며 세단 수요를 이어갔다.

현대 더 뉴 아이오닉6 & 아이오닉 6 N라인

그러나 전기차 부문은 침묵에 가깝다. 아이오닉 6, 코나 EV, 넥쏘 등 전동화 모델은 실적 보도자료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며, 브랜드의 '전기차 아이덴티티'는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글로벌 전략 차종으로 포지셔닝한 넥쏘 후속 모델의 출시 지연과, 아이오닉 라인업의 상품성 개선에도 반응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단기 실적의 발목을 잡는다.

문제의 핵심은 '전기차가 현대차의 주력이라는 신뢰가 시장에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고전적인 플랫폼 강자의 이미지는 여전하지만, 전기차 시대의 감성 충돌을 해결하지 못한 점은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현재'로 해석될 수 있다.

기아 – EV3의 데뷔는 긍정적, K시리즈와 EV6는 침묵

The 2025 쏘렌토

기아는 27만 4,43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5.0% 성장했다 . 내수에서는 쏘렌토(8,796대), 카니발(7,592대), 스포티지(6,703대) 등 RV 라인업이 전체 판매의 69% 이상을 차지하며 브랜드 실적을 이끌었다. 최근 출시된 EV3가 3,057대로 첫달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EV6와 EV9은 이번 발표에서 실적 언급조차 없었다. 기아의 전기차 전략은 점점 '가격 낮춘 신차'에 집중되고 있으며, 프리미엄 전기 SUV의 상품성 설득에는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EV6는 출시 3년차임에도 여전히 고가 정책을 고수하며, 디자인 혁신 외에 차별화된 장점을 시장에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 더 뉴 K5. 사진 모터매거진 최재혁 기자

게다가 K5, K8 등 K 시리즈는 판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아는 RV 브랜드로 정체성을 고착화하고 있으며, 세단·전기차·승용 전반에서 '두 번째 선택지'로 밀리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르노코리아 – 하이브리드가 살렸지만, 그 외엔 없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사진 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는 4월 총 1만 427대를 판매했다. 특히 내수는 5,252대로 전년 동월 대비 195.1% 증가하며 반등의 깃발을 들었다 . 그 중심에는 단연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4,375대)가 있었다. 직병렬 듀얼모터 기반의 E-Tech 시스템은 실사용 효율성과 주행 감각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체 내수 판매의 75.4%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실적은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 XM3, SM6, 마스터, QM6 등 기존 모델은 사실상 판매 종결 수순에 가까우며, '그랑 콜레오스 없으면 실적도 없다'는 단일 모델 의존 구조다. 게다가 수출은 아르카나(5,167대)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내수와 수출 모두 '대형 SUV 하나에 모든 것을 건' 포트폴리오는 리스크가 크다.

다양한 모델 구성과 연속적인 상품 주기가 없는 브랜드는 단기 실적의 반등이 지속되기 어렵다. 르노코리아의 다음 행보가 실적보다 중요한 이유다.

KGM – 체험형 마케팅은 성공했지만, 브랜드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

KGM 무쏘 EV 사진 KG 모빌리티

KGM은 총 8,932대를 판매했으며, 이 중 내수는 3,546대, 수출은 5,386대였다 . 전월 대비 내수는 10.5%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고, 무쏘 EV와 토레스 하이브리드가 실적 반등을 주도했다.

특히 '드라이브 페스타' 같은 시승 기반 마케팅이 유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브랜드 전체 라인업에서 실질적으로 팔리는 차량이 2종뿐이라는 점은 구조적으로 매우 위태롭다. 수출도 5천 대 수준에서 정체돼 있으며, 새로운 시장 개척이나 딜러망 확장은 여전히 한계에 봉착해 있다.

게다가 KGM은 글로벌 친환경차 전환 속도에 비해 상품 개발 주기가 느리고, 파워트레인의 확장성도 제한적이다. 즉, "좋은 차는 있으나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여전히 KGM의 딜레마다.

GM 한국사업장 – 수출 중심의 성공, 그러나 내수는 '부재 중'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사진 쉐보레

GM 한국사업장은 4월 한 달 동안 4만 1,644대를 판매했으며, 이 중 40,318대가 수출, 내수는 고작 1,326대에 그쳤다 .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1,079대), 트레일블레이저, 콜로라도가 각각 내수와 수출을 견인했으며, 특히 트랙스는 전년 대비 6.1% 성장했다.

하지만 내수 시장에서 GM의 존재감은 거의 사라진 수준이다. 신규 전기차 투입은 없으며, 쉐보레·GMC 브랜드 모두 소수 틈새 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기지'로서의 성공은 인정받고 있지만, 한국 내 소비자와의 접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GM이 국내에서 신뢰를 회복하려면 단순한 프로모션이 아니라,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전략 상품'이 절실하다.

2025년 4월 완성차 시장은 소비자 중심의 구조 개편이 더욱 뚜렷해졌다. SUV가 기본이고, 하이브리드는 대세가 되었으며, 전기차는 선택이 아닌 '존재의 조건'이 됐다. 이 가운데 구조적 경쟁력을 가진 브랜드는 여전히 현대차와 기아뿐이다.

그러나 이들도 전기차 시장에서의 무기력함, 세단 중심 라인업의 붕괴, 내수 소비 심리의 이탈 등 단단한 내부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르노코리아·KGM·GM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증명하기엔 '라인업'과 '플랫폼'이라는 두 가지 핵심 자원이 부족하다.

이제 자동차 시장은 단순히 얼마나 팔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이유로 팔렸는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브랜드의 '다음 모델'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