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단지 뗀 여중생 검찰 송치…“나도 잡아가라” 민원 폭주

재물손괴 혐의 적용…용인동부경찰서장 “죄송” 사과

지난 5월11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에 붙어있는 비인가 전단지를 떼는 중학생의 모습. JTBC 사건반장 보도화면 갈무리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전단지를 뗀 중학생이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데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장이 사과했다.

김종길 용인동부경찰서장은 이날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여러 항의 글 가운데 일부 댓글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서장은 “언론 보도 관련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점, 서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다”며 “게시물의 불법성 여부 등 여러 논란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좀 더 세심한 경찰 행정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여러분의 관심과 질타를 토대로 더욱 따뜻한 용인동부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8일 용인동부경찰서는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중학생 A양을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A양은 지난 5월11일 아파트 승강기를 타고 귀가하던 중 거울에 붙어있는 비인가 게시물을 뜯은 혐의를 받는다.

A양과 마찬가지로 게시물을 뜯은 60대 주민 B씨와 해당 게시물 위에 다른 게시물을 덮어 부착한 관리사무소장 C씨도 함께 송치됐다.

당시 A양은 거울을 보던 중 해당 게시물이 시야를 가리자 이를 떼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게시물은 아파트 내 주민자치 조직이 하자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려고 부착한 것으로,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게재 인가를 받지 않은 불법 전단으로 파악됐다.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갈무리

A양이 송치되자 A양의 아버지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거울에 붙어 시야를 가리는 게시물을 다른 의도 없이 제거한 행위에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양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는 지난해 7월에도 같은 취지의 112 신고가 접수돼 주민 2명이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아파트는 하자보수 보상 범위를 놓고 주민 자치 조직과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간의 갈등이 계속 이어져 왔다고 한다.

주민 자치조직 측의 112 신고 역시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퍼지자 시민들은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에 수백개의 민원을 게시하며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기준 경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글이 500여개 게시됐다.

“우리 집 문 앞에 광고 전단지 떼려면 어디다 전화해야 하나” “저희 아파트에도 전단지가 붙어 있어 112 신고하려 한다” “저도 광고물을 뗐는데 자수하겠다” 등의 내용이다.

논란이 커지자 상급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이 용인동부서 결정에 추가로 고려할 사항이 있다고 판단, 검찰과 협의해 용인동부경찰서로 사건을 돌려보낸 상태다.

사건을 돌려받은 경찰은 A양 등의 행위가 재물손괴 혐의의 성립요건에 부합하는지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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