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 상장' 블랙야크아이앤씨, 오너 일가가 그린 그림은
자금 조달 통해 산업안전용품 시장 본격 공략
강태선 장남 강준석 지분 높아 승계 포석 시각
BYN블랙야크의 계열사 블랙야크아이앤씨가 내년 초 우회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BYN블랙야크그룹의 첫 상장사다.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성장 중인 안전복 사업의 본격적인 확장에 나서기 위해서다. 일각에서는 블랙야크 오너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블랙야크아이앤씨가 이번 상장을 추후 2세 승계에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하는 안전복 시장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미래에셋비전기업인수목적1호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지난 6월 14일 한국거래소에 스팩 합병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해 지난달 26일 승인을 받았다. 합병기일은 12월 24일, 합병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10일이다. 상장이 마무리되면 블랙야크아이앤씨는 BYN블랙야크그룹의 첫 상장사가 된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산업용 안전화와 안전복, 산업안전용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원래는 2013년 BYN블랙야크의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로 설립됐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2018년 쇼핑몰 사업부문을 BYN블랙야크에 양도하는 대신 BYN블랙야크 산업안전사업부를 양수, 안전용품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올해는 신규 워크웨어 브랜드 '웍스원'을 론칭하고 중고가 안전복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BYN블랙야크그룹이 첫 상장 주자로 블랙야크아이앤씨를 낙점한 것은 이 회사의 성장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2018년 첫 흑자를 낸 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52억원, 영업이익은 81억원이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올 상반기에도 170억원의 매출액을 내며 전년 동기보다 8.3% 성장했다.
최근 국내 안전용품 시장의 성장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특히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보호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합병 증권신고서에서 "국내 안전보호 산업 시장 규모가 2021년 8567억원에서 연평균 6.3%씩 성장해 2027년 1조2352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시장 성장세와 달리 아직 뚜렷한 선도업체가 없다는 점은 블랙야크아이앤씨에게 기회다. 현재 산업안전용품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브랜드로는 블랙야크아이앤씨와 아웃도어기업 K2코리아의 K2세이프티, 지벤세이프티 등 3곳이 꼽힌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지난해 K2세이프티와 블랙야크아이앤씨, 지벤세이프티의 시장 점유율을 각각 13.5%, 8.2%, 3.6%로 추정했다.
활용도 높은 오너회사
관련업계에서는 블랙야크아이앤씨의 상장과 BYN블랙야크그룹의 승계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야크아이앤씨가 BYN블랙야크그룹 오너 2세의 개인회사이기 때문이다.
블랙야크아이앤씨의 최대주주는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의 장남 강준석 사장이다. 지난 2일 기준 강 사장의 지분율은 65.2%다. 강 회장의 차녀이자 강 사장의 누나인 강영순씨가 현재 28.1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올해 상장을 위한 지분 투자 등 때문에 지분이 다소 희석됐지만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지분 100%를 강 사장(70%), 강영순 씨(30%)가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 경영도 오너 일가가 맡아왔다. 강준석 사장은 블랙야크아이앤씨 설립 당시부터 이 회사의 대표를 맡아왔다. 강태선 회장, 그의 장녀인 강주연 동진레저 사장도 블랙야크아이앤씨 사내이사였다. 상장에 앞서 강 회장과 강 사장은 블랙야크아이앤씨의 이사직을 내려놨지만 강준석 사장은 아직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BYN블랙야크그룹 오너 2세들은 일찌감치 그룹 경영일선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지분 승계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룹의 주축인 BYN블랙야크의 지분도 강태선 회장(78.94%)과 그의 부인 김희월 씨(5.83%)가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강 회장은 올해 초 BYN블랙야크 대표이사로 복귀하는 등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하고 있지만 1949년생인 만큼 승계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장남 강준석 사장이 지분 대부분을 가진 블랙야크아이앤씨를 승계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야크아이앤씨가 상장을 마무리한 후에도 강 사장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합병 후 강 사장과 강영순 씨의 지분은 각각 56.5%, 24.4%다.
단순하게는 강 사장이 블랙야크아이앤씨 지분 처분을 통해 증여세 등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강 사장은 블랙야크아이앤씨 상장 후에도 1년 6개월간의 의무 보유 기간을 가진다.
시장에서는 블랙야크아이앤씨가 BYN블랙야크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블랙야크아이앤씨의 지분을 BYN블랙야크의 지분으로 교환할 수 있다. 어느 방안이든 블랙야크아이앤씨의 덩치가 커질수록 강 사장에게 더 유리하다. 이 때문에 블랙야크아이앤씨가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선 셈이다.
블랙야크아이앤씨는 이번 상장을 통해 약 147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 자금 중 88억원은 2025~2027년 3년간 물류센터 추가 임차와 자동화 설비 마련 등 시설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같은 기간 3억원은 사업 확대를 위한 직영대리점 개설 비용으로, 56억원은 신사업 투자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알짜 회사를 상장한다는 것은 향후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며 "블랙야크아이앤씨를 매개로 강 사장의 보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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