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비닐도 안 뜯은’ 신차급 그랜저 GN7 매물이 무려 1천만 원 넘게 떨어진 가격으로 중고차 시장에 쏟아지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현대차 인증 중고차 플랫폼 하이랩 데이터에 따르면, 출고가 5천만 원을 넘던 2023년식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 모델이 현재 4천만 원대 초반에 거래되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K8도 긴장… 최대 600만 원 파격 할인 투입
그랜저 시세 급락에 가장 긴장한 건 경쟁 모델 K8다. 기아는 2026년 2월 현재 K8에 대해 역대급 할인을 단행했다. 25년 11월 이전 생산된 재고 차량 구매 시 기본 500만 원 할인에 조건부 혜택까지 더하면 총 600만 원 수준의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작 가격 3,679만 원인 K8 가솔린 모델을 3,1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 그랜저의 300만 원 할인과 비교해도 두 배에 달하는 공격적인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SUV 선호도가 확산되며 세단 재고가 쌓이자 선제적 가격 할인에 나선 것”이라며 “단순 재고 정리를 넘어 프리미엄 세단 시장 재편을 노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무주행급 차량도 1,100만 원 싸게 거래
가장 충격적인 건 무주행급 차량의 감가율이다. 비닐조차 뜯지 않은 그랜저 GN7 매물이 신차 대비 1,100만 원 이상 저렴하게 중고차 시장에 나오면서, 신차 구매를 고민하던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2.5 가솔린 모델은 일부 매물이 3,600만 원대까지 내려앉으며 신형 아반떼 풀옵션 가격대로 준대형 세단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세 급락의 배경에는 2026년형 연식 변경 모델 출시가 있다. 작년 말 새 연식이 나오면서 기존 2023~2024년식 매물들이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고, 이는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제 소유주 256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거주성과 주행 안정성에서 9.4점의 압도적인 만족도를 보였지만, 시내 연비가 리터당 6km대에 머무는 가솔린 엔진의 한계는 중고 시세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지금이 매수 타이밍”… 합리적 소비자들 주목
업계는 현재 상황을 준대형 세단 시장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현대와 기아 모두 재고 할인을 진행 중이지만, K8의 600만 원 할인은 가장 공격적인 수준이다. 이는 ‘그랜저보다 낮은 가격대’를 강조하며 프리미엄 세단 고객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고차 시장 전문가는 “누군가에게는 자산 가치 손실이지만, 합리적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더없는 기회”라며 “2026년형 출시 직후 형성된 이례적인 하락장은 신차급 컨디션 인증 중고차를 선점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할인 혜택은 재고 소진 시점까지만 유지될 전망이어서 구매를 고려 중이라면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