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가티 베이론 16.4
깔끔하고 청량한 이미지를 주는 블루 컬러는 의외로 자동차의 외장 색상으로는 많이 쓰이지 않는다. 이는 블루 컬러가 쉽게 싫증을 느끼기 쉬우며, 새 자동차의 느낌이 덜 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빨강이 잘 어울리는 자동차 브랜드나 모델은 연상이 쉬운 반면 파랑이 잘 어울리는 자동차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 컬러에 진심을 담은 자동차들이 있다.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레드 컬러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자동차 브랜드가 페라리라면, 블루 컬러가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는 부가티가 있다. 이 회사에서 나오는 자동차들은 실제로 생산되는 차량의 과반수가 시그니처 컬러인 블루 컬러로 마감되며, 공식 이미지 또한 대부분 블루 색상의 차량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부가티가 블루 컬러에 진심인 이유는 무엇일까. 페라리와 마찬가지로 부가티 또한 그 역사가 모터스포츠에서 시작된다. 사실 1920년대 초까지 부가티는 외장 색상으로 밝은 청록색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1930년대 부가티의 레이싱카 Type 57 Tanks가 르망 우승을 차지하면서 당시 이 차량의 색상이었던 선명한 블루 컬러가 부가티 디자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그렇게 유명세를 타게 된 '프렌치 레이싱 블루' 색상은 이후에도 부가티가 지속적으로 모터 스포츠에 참가하게 되면서 '부가티 블루'라는 색상으로 알려지게 된다.
부가티의 레이싱 DNA를 가득 담은 부가티 베이론 16.4도 시원한 블루 컬러를 시그니처 색상으로 제공한다. 이 모델의 이름 역시 1939년 르망 24시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당시 부가티의 드라이버 피에르 베이론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모델명 뒤에 붙은 수식어는 16기통의 엔진과 4개의 터보차저를 의미한다.
2005년에 출시된 이 차량은 1001마력이라는 최고출력과 407km/h에 달하는 최고속도를 달성하며, 2017년 11월까지 가장 빠른 양산차라는 기록도 세웠다. 가격 또한 출시 당시 113만 유로에 달해 가장 비싼 하이퍼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아이오닉 5 N
부가티와 함께 비교할만큼 역사가 깊진 않지만, 모터스포츠에서 비롯한 시그니처 색상을 지닌 브랜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현대의 N 브랜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나 BMW의 M 브랜드처럼 현대차의 고성능 모델로 구성된 N 브랜드는 파스텔 톤의 느낌을 주는 퍼포먼스 블루 컬러를 시그니처 색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높은 채도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 잡는 N 브랜드의 블루 컬러는 현대 모터스포츠의 i20 N WRC 랠리카, 아반떼 N TCR, 아반떼 N컵카 등의 경주차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이 색상을 적용한 모델은 초창기 출시됐던 i30 N과 벨로스터 N을 시작으로, 아반떼 N, 코나 N 등 다양한 차종이 존재한다. 이에 필자는 비교적 최근에 출시됐고, 고성능 모델에 전동화를 입힌 아이오닉 5 N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현대 아이오닉 5 N은 전용 전동화 플랫폼에 현대차의 BMS, 열관리, 회생제동 등 다양한 전동화 기술과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쌓아 올린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고성능 전기차다. 이 모델은 극대화한 스포츠성을 강조하기 위해 퍼포먼스 블루에 블랙 컬러와 레드 컬러를 조화롭게 섞은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에는 블랙 컬러의 N 전용 범퍼와 스포일러 등이 무게감 있는 인상을 만들며, 전면과 후면 범퍼 하단과 측면부에는 레드 컬러의 포인트가 역동적인 이미지를 완성한다. 실제로 650마력의 시스템 최고출력과 78.5kg・m에 달하는 강력한 최대토크를 자랑하며 2톤이 넘는 무게를 지녔음에도 경쾌한 운전재미를 제공한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페라리 레드나 부가티 블루와 같이 레이싱 DNA에서 비롯된 색상도 있지만, 시장의 니즈에 맞춰 블루 컬러를 도입한 브랜드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쉐보레다. 쉐보레는 이전에도 차량 외장에 다양한 색상을 시도하며 컬러 마케팅을 진행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판매하지 않지만 경차 모델인 스파크에는 모나크 핑크와 코랄 핑크 등 분홍색 계통의 색상을 시그니처 컬러로 적용했고, 카마로에는 허니 옐로우와 플레이밍 레드 컬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와 더불어 특별한 블루 컬러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쳤던 모델도 존재한다. 바로 트레일블레이저다. 2020년 소형 SUV로 한국 시장에 출시된 트레일블레이저는 현대 코나, 기아 셀토스와 경쟁하며, 한국에서도 최상위 트림인 RS에 전용 컬러인 이비자 블루를 선택사양으로 내놓으며 컬러 마케팅 전략을 이어나갔다.
유채택의 푸른빛을 띄는 이비자 컬러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실제로 RS 트림을 선택한 구매자 중 60%가 이비자 블루 색상을 선택했다. 지금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트레일블레이저의 자리를 위협함은 물론, 미국 달러 강세로 가격이 비싸져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전같지 않지만,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도심 곳곳에서 독특한 컬러의 트레일블레이저들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