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지난 2019년 시행한 대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최근 화이트리스트 복원으로 완전히 해제됐다. 일찍이 소재 국산화 노력을 기울여 온 동진쎄미켐은 다시금 일본 소재 기업과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회사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으로 세계 선두권인 3차원(3D) 낸드플래시(이하 낸드)용 포토레지스트(PR) 기술력에 더해 극자외선(EUV) 등 차세대 공정용 제품 개발로 성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동진쎄미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했다. 포토레지스트는 회사가 매출 대부분을 일으키는 주력 제품이다. 지난해 기준 포토레지스트와 습식용액을 포함한 국내전자재료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91%에 달한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전공정 중 노광공정에서 주로 쓰이는 액체 소재다. 빛을 받으면 성질이 변하는 특성을 응용해 반도체 기판(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하는 데 사용된다. 포토레지스트가 도포된 웨이퍼 위에 포토마스크라고 불리는 회로가 새겨진 판을 두고 광원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공정이 진행된다. 불화크립톤(KrF)과 불화아르곤(ArF) 등 사용하는 노광에 따라 포토레지스트 종류도 달라진다. 극자외선(EUV)처럼 파장이 13.5나노미터(㎚)에 불과해 미세한 회로를 새길 수 있는 광원은 더 화학적 구조가 복잡한 포토레지스트가 필요하다. 그만큼 소재 기업이 갖춰야 할 기술력도 높아지는 추세다.
일본 정부가 제기한 수출규제로 포토레지스트 공급이 어려워진 상황은 동진쎄미켐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포토레지스트 수입량 중 일본 의존도는 93.2%에 달했다. 일본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도 한국을 배제하며 공급망을 옥죄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국산화에 시동을 걸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해온 동진쎄미켐이 주목받았다.
포토레지스트 시장은 일본 기업이 주도해 왔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관련 포토레지스트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약 13억9000만달러로, 일본 기업인 JSR코퍼레이션과 도쿄오카공업이 각각 27%, 26%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여기에 신에츠화학공업, 스미모토화학, 후지필름 등 후발 3개 사 비중을 더하면 일본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동진쎄미켐은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공급망 다변화 요구가 커지는 흐름에 발맞춰 포토레지스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주력 제품인 KrF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으로 3D 낸드용 공정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 3D 낸드용 KrF는 동진쎄미켐이 독점 공급한다.
국내 반도체 소재 공급망 완화를 위한 설비확충도 이어졌다. 지난 2021년 경기 화성 발안공장에 200여억원을 투자한 포토레지스트 신공장이 가동에 돌입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속도를 내며 2020년 말 불화아르곤액침(ArFi) 포토레지스트까지 삼성전자 공급망에 진입하며 제품 다변화에 성공하며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외국 회사가 독점해 온 영역이다.
동진쎄미켐은 제품 다변화와 생산능력 확대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했다. 회사 국내전자재료부문 매출은 2020년 5229억원, 2021년 5821억원, 2022년 7709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주요 반도체 소재 주요 매출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동진쎄미캠이 지난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올린 매출은 5528억원으로 전체 37.94%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에서 나온 매출은 1449억원으로 9.94%를 기록했다.
EUV용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연산 반도체와 파운드리(수탁생산), D램까지 향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EUV용 포토레지스트 시장에서도 일본 기업 입김이 세다. 일본 포토레지스트 의존도가 수출 규제 기간 소폭 줄긴 했지만 지난해 77.4%로 여전히 높다. EUV 선단공정이 3나노미터(㎚) 이하로 진입하고 D램까지 미세화 움직임이 거세지며 국내 EUV용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필요성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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